KBS 이사회(이사장 김금수)가 정연주씨를 KBS 사장 지명자로 노무현 대통령에 제청한 데 대해 KBS 노조(위원장 진종철)가 법원에 임명 행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강경철 홍보교육국장은 13일 본지와 KBS노조 본부에서 만나 “오늘 중으로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후보 제청건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KBS노조는 사장 후보 제청 과정의 절차적 화자를 문제삼아 ▲노 대통령에 ‘한국방송 사장 임명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KBS 이사회에 ’이사회의 사장후보 제청행위에 대한 처분취소 등 각 2건의 소송을 이 날 중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할 예정이다.
강 국장은 “지금 사장 임명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끝까지 정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계획을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KBS 노조는 정 사장이 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출근이 현실화되면 출근 저지 투쟁 등을 2기 정연주 호를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등 강경 보수 색채의 시민단체들이 13일 정오 여의도 KBS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연주 사장의 연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강 국장은 또 한나라당 및 보수단체의 반대와 관련해선 “표면적으로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데 있어 노조와 한나라당, 나아가 보수 시민단체들까지 주장이 같지만, 그렇다고해서 노조를 그들과 똑같은 이해집단으로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다”며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을 떠나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정 사장의 연임이 내년 대선 정국에서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바라보는 등 지극히 정치적 계산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지만 우리는 공영방송 사장 인선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더 크게 문제삼아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와 한나라당이 정연주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임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KBS 노조는 갈림길에 서 있다. 온건파 지도부가 등장 할 경우 그간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노사간 대화의 물꼬가 터이겠지만 절차부터 잘못된 정연주 사장에 면죄부를 줄 작정이냐는 비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김동현 기자
당초 정연주씨 사장 재임명시 총파업을 예고했던 KBS노조의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응(?)은 이달말로 다가온 노조 지도부 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는 27일부터 이 달 말까지 나흘간에 걸쳐 실시되는 제11대 KBS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기자 출신 후보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질 태세다. 13일 현재 공식적으로 입후보 한 후보자는 아직 없지만 손관수 KBS 차장, 시사보도팀 박승규 기자, 부산총국 이영풍 기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과연 어떤 성격의 새 노조 지도부가 출범할 지, 새 노조 출범후 정연주 사장 지명자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 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