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유행, '盧탓놀이'
[김행의 '여론속으로']<19> 盧 빼면 지지율 올라갈까
갑자기 추워졌다. 노무현 탓이다. 뭐든지 노무현이 문제다. 이른바 ‘노탓놀이’가 유행이다. 요즘 골퍼들도 공이 잘 안 맞으면 ‘노무현 탓이다’라며 박장대소하곤 한다. 그래도 욕하는 사람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 꼬이면 ‘노무현’ 탓을 할 만큼 대통령 꼴이 영 말이 아닌 것 같다.
심지어 ‘노탓놀이’는 정치인들에게도 번져있다. 노무현이 문제니, ‘노 빼고’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람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철저히 침묵했던 DJ다.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민주당 분당이 잘못됐다"고 통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뒤질세라 창당 동지들인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 등도 연쇄적으로 '열린당 창당은 실패'라며 분당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DJ를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 창당주역 중 한사람인 천정배 의원은 DJ의 목포행에도 동행했다.
마치 창당주역들이었던 자신들은 작금의 사태에 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탓을 하자면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노 빼고, DJ를 향하여’ 모이자는 것이다.
‘노탓놀이‘는 노무현 정권 초기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 전 국무총리에게도 이문이 남는 장사인 게 분명하다. 고 전 총리 역시 신당 창당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 및 친노 세력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끊고 맺는 맛이 약했던 그의 정치행태로 봐선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렇다. 지금의 여당엔 희생양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정치인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동영이 그렇고, 김근태가 그렇고, 김한길이 그렇고, 천정배가 그렇다. 결국 이들이 찾은 희생양은 ‘노’다. 다행인지 국민들도 넘어가주는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이 ‘노탓놀이’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의 사람들’이라고 불렸던 장본인들이 이제는 노를 욕하면 욕할수록 스스로는 면죄부를 받은 듯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바로 ‘노탓놀이’의 패러독스다.
드디어 노가 항복한 것일까? 현직대통령이 전직대통령의 사택으로 알현하러 갔다. DJ를 상왕으로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 방송사의 보도가 비상한 눈길을 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민주개혁세력'으로 등식화하며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주목받고 있다. YTN은 3일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 “노 대통령은 어제(2일) 청와대에서 열린당 내 친노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 소속의 한 중진 의원과 만나 자신이 민주당과의 통합 등 민주개혁 세력의 통합에 반대하는 것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과거 호남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겪은 희생과 고통은 평가해야 한다”며 “다만 민주당과의 통합이 지역적인 연대나 정치공작 차원의 정계개편으로 이뤄지는 데는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청와대는 YTN 보도 직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으나, 노-DJ 회동을 보면 그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힘들다. 그래서 그간 굳건하게 열린당 사수의사를 밝혀왔던 노 대통령이 결국 DJ에게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노’만 빼고 모두 성공한 것이다. DJ가 성공했고, 민주당이 성공했고,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들이 성공했고, 호남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호남의 지역구의원들이 성공한 것이다. 고 전 총리도 이 대열에 합세했다. 실패한 것은 오직 ‘노’와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 정신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된 언론사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노탓놀이’는 결국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조짐이 역력하다.
한국일보가 지난 5일 우리당 소속의원 1백4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1백2명 중 49%인 50명이 '노 대통령이 신당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한 반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38.2% (39명) 으로 나타났다. 답변을 유보한 의원은 12.8% (13명) 였다. 예상외로 ‘노 참여’ 쪽도 적지 않았다.
또한 세계일보가 지난 1일부터 5일간 우리당 의원 전원(1백40명)을 대상으로 정계 개편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대략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정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노 대통령 거취와 관련해서 ‘배제해야 한다’ 38%, ‘안고 가야 한다’ 37%로 엇비슷하게 나왔다. ‘모르겠다’는 답변도 22%나 됐으며, 나머지(3%)는 ‘노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는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노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의견이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생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 빼고'는 지도부만의 말잔치인가.
조사결과는 ‘노 빼고’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적지 않은 소속의원들이 책임을 ‘노’에게만 돌리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하긴 ‘노’를 뺐다 치자. 현재 여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포함해 현 지도부들이 그대로 통합신당으로 옮겨가 간판만 바꾼다 치자. 그러면 지지율이 다시 올라갈까? 여론조사 결과는 작금의 책임은 노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책임이며, 지역정당 극복은 포기할 수 없는 명분이라는 철학의 공유가 소속의원들 사이에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노’에 대한 왕따전략은 지도부의 면피전략이며, DJ 눈치보기이며, 호남으로의 복귀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노를 뺀’ 지도부만의 생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대표적인 친노그룹인 의정연구센터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이화영 의원은 지난달 31일 “통합신당의 ‘맥시멈’은 평민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명분 없는 통합론은 겨우 싹을 틔운 ‘지역구도 타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는 지금 단지 ‘노’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호남’을 볼모로 삼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정치꾼들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제 꾀에 속아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형국은 아닌지. 차라리 여우에게 꾀주머니라도 풀어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노탓놀이’에 빠져 이번에도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할 것이다.
심지어 ‘노탓놀이’는 정치인들에게도 번져있다. 노무현이 문제니, ‘노 빼고’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람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철저히 침묵했던 DJ다.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민주당 분당이 잘못됐다"고 통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뒤질세라 창당 동지들인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 등도 연쇄적으로 '열린당 창당은 실패'라며 분당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DJ를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 창당주역 중 한사람인 천정배 의원은 DJ의 목포행에도 동행했다.
마치 창당주역들이었던 자신들은 작금의 사태에 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탓을 하자면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노 빼고, DJ를 향하여’ 모이자는 것이다.
‘노탓놀이‘는 노무현 정권 초기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 전 국무총리에게도 이문이 남는 장사인 게 분명하다. 고 전 총리 역시 신당 창당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 및 친노 세력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끊고 맺는 맛이 약했던 그의 정치행태로 봐선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렇다. 지금의 여당엔 희생양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정치인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동영이 그렇고, 김근태가 그렇고, 김한길이 그렇고, 천정배가 그렇다. 결국 이들이 찾은 희생양은 ‘노’다. 다행인지 국민들도 넘어가주는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이 ‘노탓놀이’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의 사람들’이라고 불렸던 장본인들이 이제는 노를 욕하면 욕할수록 스스로는 면죄부를 받은 듯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바로 ‘노탓놀이’의 패러독스다.
드디어 노가 항복한 것일까? 현직대통령이 전직대통령의 사택으로 알현하러 갔다. DJ를 상왕으로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 방송사의 보도가 비상한 눈길을 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민주개혁세력'으로 등식화하며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주목받고 있다. YTN은 3일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 “노 대통령은 어제(2일) 청와대에서 열린당 내 친노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 소속의 한 중진 의원과 만나 자신이 민주당과의 통합 등 민주개혁 세력의 통합에 반대하는 것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과거 호남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겪은 희생과 고통은 평가해야 한다”며 “다만 민주당과의 통합이 지역적인 연대나 정치공작 차원의 정계개편으로 이뤄지는 데는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청와대는 YTN 보도 직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으나, 노-DJ 회동을 보면 그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힘들다. 그래서 그간 굳건하게 열린당 사수의사를 밝혀왔던 노 대통령이 결국 DJ에게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노’만 빼고 모두 성공한 것이다. DJ가 성공했고, 민주당이 성공했고,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들이 성공했고, 호남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호남의 지역구의원들이 성공한 것이다. 고 전 총리도 이 대열에 합세했다. 실패한 것은 오직 ‘노’와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 정신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된 언론사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노탓놀이’는 결국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조짐이 역력하다.
한국일보가 지난 5일 우리당 소속의원 1백4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1백2명 중 49%인 50명이 '노 대통령이 신당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한 반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38.2% (39명) 으로 나타났다. 답변을 유보한 의원은 12.8% (13명) 였다. 예상외로 ‘노 참여’ 쪽도 적지 않았다.
또한 세계일보가 지난 1일부터 5일간 우리당 의원 전원(1백40명)을 대상으로 정계 개편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대략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정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노 대통령 거취와 관련해서 ‘배제해야 한다’ 38%, ‘안고 가야 한다’ 37%로 엇비슷하게 나왔다. ‘모르겠다’는 답변도 22%나 됐으며, 나머지(3%)는 ‘노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는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노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의견이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생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 빼고'는 지도부만의 말잔치인가.
조사결과는 ‘노 빼고’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적지 않은 소속의원들이 책임을 ‘노’에게만 돌리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하긴 ‘노’를 뺐다 치자. 현재 여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포함해 현 지도부들이 그대로 통합신당으로 옮겨가 간판만 바꾼다 치자. 그러면 지지율이 다시 올라갈까? 여론조사 결과는 작금의 책임은 노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책임이며, 지역정당 극복은 포기할 수 없는 명분이라는 철학의 공유가 소속의원들 사이에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노’에 대한 왕따전략은 지도부의 면피전략이며, DJ 눈치보기이며, 호남으로의 복귀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노를 뺀’ 지도부만의 생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대표적인 친노그룹인 의정연구센터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이화영 의원은 지난달 31일 “통합신당의 ‘맥시멈’은 평민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명분 없는 통합론은 겨우 싹을 틔운 ‘지역구도 타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는 지금 단지 ‘노’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호남’을 볼모로 삼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정치꾼들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제 꾀에 속아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형국은 아닌지. 차라리 여우에게 꾀주머니라도 풀어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노탓놀이’에 빠져 이번에도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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