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말 낙하산' 극성, "해도 너무 해"
말로만 "공정사회", 뒷전에선 임기말 자리챙기기 극성
14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기관장 또는 감사 자리가 바뀐 공기업ㆍ공공기관 40여 곳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20여 곳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 전 의원과 당직자, 대선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나라당 당직자, 청와대 출신 및 대구경북(TK)ㆍ영남대 인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앞서 <한국일보>가 올 들어 5월말까지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41곳 중 21곳이 정치권 또는 전직관료출신들로 밝혀진 것과 비교해볼 때, 이후에도 이 같은 인사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연임 결정자 중에도 보은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달 CEO 임기가 만료되는 3개 발전회사 가운데 남부발전만 교체하고,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은 현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경영성과와 노사관계 안정화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경영평가 1위였던 남부발전은 기관장이 바뀐 반면 평가순위 3위에 노사갈등까지 극심했던 동서발전은 유임되면서 납득하기 힘든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가에선 이와 관련, '영남대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TK출신에다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영남대 동문인데, 경영평가 노사관계 업무 청렴도 등에서 남부발전에 뒤지고서도 연임하게 된 것이 결국은 영남대 출신이 현 정부 들어 핵심 요직에 오르는 일이 잦아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추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한나라당 조직국장 출신으로 최근 기업은행이 100% 출자한 IBK신용정보 부사장으로 선임된 류명열씨도 영남대 출신이다.
금융공기업쪽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 5일 박흥신 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이 주택금융공사 감사로 선임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상목 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이 예금보험공사의 감사로 취임하는 등 '개국공신'에 대한 보은인사가 한창이다. 특히 이상목 감사의 경우 지난 6월 기업은행 감사로 내정됐다가 비난여론 때문에 물러선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전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였다.
최근 임명된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을 두고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비아냥이 나온다. 이미 공직을 떠난 지 10년도 넘은 재무관료 출신들의 재등장을 이명박 대선 캠프의 상임특별보좌역(윤영대 사장)을 맡았던 데 따른 보은, 과거 김대기 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직속상관(김정국 이사장) 등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감사 3명은 모두 청와대 및 한나라당 출신이다.
최근 사장 공모절차를 밟은 한국전력과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에너지관리공단 등은 '특정인사 내정설'이 나돌면서 응모자가 3년 전에 비해 최대 10분의 1 가까이 줄었다. 한 소식통은 "자리에 관심이 있던 인사들 중에서도 '굳이 들러리 설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한국생산성본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대형 공공기관이나 전문 연구기관 등의 기관장 교체가 예정돼 있는데, 정부의 현 인사스타일이라면 낙하산ㆍ보은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난달 중순 허증주 경북대 교수가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해도 해도 이건 좀 심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허 이사장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기후변화ㆍ에너지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가 인천시 공무원들로부터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도 사퇴했고, 2009년 KT 사외이사 임명 때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의원은 "정통 에너지 전문가도 아닌 그의 내정설이 퍼지면서 이사장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면서 "여당 의원인 나조차도 허 이사장이 왜 중용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또한 환경부는 최근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올해 기관장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매립지 조성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1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연임에 성공한 조 사장은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직능정책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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