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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국방장관' 출현할까

[김진홍의 정치in] <15> 외교안보라인 개편 관심사

다음주 외교안보라인이 모두 바뀐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내정을 계기로 외교부장관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이후 윤광웅 국방장관,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연이어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노 대통령은 이들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국가정보원장 교체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지만 국정원장 교체 가능성도 크다.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이 후임 외교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노 대통령은 장관급 외교안보라인의 5자리 후임자를 임명하게 된다. 이들에 이은 후속인사의 폭도 커질 전망이다. 말 그대로 대폭적인 개편이다.

또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 법"이라는 노 대통령 언급과도 배치되는 대규모 인사다. 그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다.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 법"이라는 노대통령 언급후 유임이 유력시되다가 급작스레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급작스레 경질됨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라인 개편의 촉매제는 북한의 10.9 핵실험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달라진 외교안보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해나가느냐가 노 대통령 차기 인선구상의 핵심일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야당의 강한 압박도 이번 개편의 한 요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이전부터 여권내에서는 외교안보라인 개편과 관련해 두 가지 미묘한 흐름이 이어져왔다. 그 흐름은 이번 개편의 본질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임은 분명하다.

첫째는 군장성 출신이 아닌 인사가 극히 이례적으로 국방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다. 국방장관 교체 이야기는 윤광웅 장관이 지난 23일 노 대통령에게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를 보고하면서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히기 훨씬 이전부터 여권내에서 나돌았다. 노무현 정부 임기내에 군 출신이 아닌 인사를 국방장관에 앉히기 위해 국방장관이 바뀔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군 장성 출신이 아닌 인사가 국방장관에 기용된 경우는 정부수립직후에 한번 있었을 뿐이다.

이어 해당자로 열린우리당내 중진의원 두 명이 거론됐다. 구체적으로 한 의원은 누구의 줄을 잡아 장관직을 노리고 있다거나,다른 의원의 개인 행사때 장성들이 모습을 보였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문민 국방장관이 탈생될 경우 신임 장관에 의해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이 모두 교체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떠돌았다. '군장성 출신이 아닌 신임 장관의 군 장악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도 붙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 방침 이후에도 "일각에서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기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국정원 출신 인사의 국정원장 기용이다. 이 부분도 북한의 핵실험 이전부터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 논리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정치권 인사나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외부 인사들이 국정원장으로 발탁된 것은 최고 권력자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정원의 수많은 정보가 필수적이었기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권력기관이 국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등 시대가 변했다. 따라서 국정원 출신 인사가 국정원을 총괄해도 된다. 이 경우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질 것이다.'

이에 맞춰 자천타천으로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온 한 인사가 후임 국정원장 하마평에 올라 있다.

'민간인 국방장관'과 '국정원 출신 국정원장'은 현 정부의 로드맵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명분도 그럴듯해 인사권자가 매력을 느낄 법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현실로 나타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여권내에서조차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우선 '민간인 국방장관'의 경우 북핵사태로 안보상황이 더욱 엄중해진 마당에 군 장악력조차 갖추지 않은 인사를 국방장관에 발탁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군출신 인사들이 대거 후임 국방장관 물망에 올라있고,여당 인사들이 거론되는 수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청와대의 기류도 "민간인은 곤란한 게 아니냐"라는 쪽이다.

'국정원 출신 국정원장'의 경우 현재 하마평에 올라있는 인사의 격에 관한 문제가 거론된다. 국정원장으로 중용되기에는 아직 자격 및 역량이 미달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파격적인 인사스타일을 다시 선보일지,아니면 안정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개각을 단행할 지는 전적으로 노 대통령 결단에 달려있다. 또 노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내 386인사들의 의견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라인 개편 내용의 뚜껑이 열리기 직전까지 후임 국방장관이나 국정원장 자리를 놓고 물밑 신경전은 계속될 듯하다.
김진홍 국민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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