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년에 다 떨어져야 정신 차리지"
<현장> 연찬회, 한나라당의 갈팡질팡 현주소 노정
연찬회를 지켜본 한 의원의 관전평이다.
4.27재보선 참패후 당장이라도 경천동지할 것 같던 한나라당의 2일 연찬회에는 소속의원 172명중 고작 100여명 안팎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그것도 중간에 들락날락,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
소장파들조차 눈치보기
가장 의외였던 건 민본21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놀라울 만큼의 '자기절제'(?)였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청와대는 물론 특정 인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민본21 간사 김성태 의원의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2선퇴진이 필요하다"는 뭉뚱그린 한 마디가 전부였다.
민본21을 이끌고 있는 김성식 의원 역시 "친이계의 핵심 좌장에게 2선으로 후퇴하라는 소리는 안하지만 공간을 좀 열어 달라"며 "이재오 장관이 예컨대 특임장관보다는 교육부장관으로 옮기면서 공간을 당원들에게 열어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의원은 "2선 후퇴면 2선 후퇴지, 교육부 장관 하시라? 교육부 장관 자리가 무슨 귀양보내는 자린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보다 더한 돌려막기 인사"
조기전대에 나올 후보군들도 한나라당의 앞날을 막막하게 하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군으로는 홍준표, 정두언, 나경원 최고위원, 김무성 원내대표, 여기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장의 경우 전임 국회의장이 집권여당의 수장으로 컴백한다는 것도 기괴한 일이지만,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키로 한 지도부 인사들이 유력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것 또한 거대 공룡 여당으로서 면이 안서는 일이다.
3선의 한 중진의원은 이에 대해 "청와대 보고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은 다 예전에 한 자리씩 했던 사람들인데, 도대체 이런 사람들을 데려다가 국민들에게 '이제 변했으니 용서해달라'고 뭘 어떻게 얘기할 건지 궁금하다"고 냉소했다.
"옴쭉달싹 못하는 박근혜"
답답하기는 친박계도 매한가지다.
친박계에서는 6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결과와 이르면 5월 내에 이뤄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 회동을 본 뒤 향후 행동반경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친박계가 주도적으로 쓸수 있는 카드는 현재까지는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한 친박 핵심의원은 "청와대가 당을 넘길 생각이 없는데 우리가 무리하게 나선다고 하면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이는 결국 다 죽자는 얘기밖에 더 되냐?"라며 "당이 죽는 줄 알면서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또다른 친박 의원은 "지금 지리멸렬한 여권의 이 상황은 박근혜 대표의 대선가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험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나서자니 분위기가 안되고, 안 나서자니 내년 총선 대선이 걱정이고 그야말로 박 대표 입장에서는 옴쭉달싹도 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혀를 찼다.
이한구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년에 전부 다 떨어져봐야 알지..."라고 탄식하며 연찬회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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