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권 출범후 급성장한 '화우'
[김진원의 로펌이야기] <16> 사건수임 1위 차지한 배경
로펌 업계를 얘기할 때 법무법인 화우만큼 자주 거론되는 로펌도 드물다. 그만큼 '잘 나가는' 로펌이라는 뜻이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2월 기존의 법무법인 화백과 법무법인 우방이 합쳐 몸집을 키운 이후 가파르게 성장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법률포탈 로마켓이 얼마전 2003년1월1일부터 2005년6월30일까지 2년6개월간 변호사 70명 이상의 대형 로펌들을 상대로 대법원 사이트에 올라있는 사건수임 내역을 분석해 공개했다. 화우가 모두 3743건을 맡아 1위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형 로펌에서 많이 취급하는 이른바 기업자문 내역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또 법무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장은 분석 대상에서 빠졌으며, 소가(訴價)나 난이도 등 사건의 질적 차이 등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한 계량분석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화우의 두각은 놀랄만한 결과라는 게 당시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참여정부와 가까운 로펌이어 그 덕을 봤을 것이라는 등 여러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화우엔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이자 동기생 중에서도 특히 가깝게 지냈다는 '8인회'의 멤버인 강보현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등 참여정부와의 인연이 없지 않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때 노 대통령을 대리한데 이어 위헌 결정이 난 '신행정수도의 이전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도 정부측 대리인으로 활약했다.
강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재판관이 되기전 화우에서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한 화우 출신이다. 노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마친후 화우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화우 소속으로 미 대학에 연수중에 있다.
물론 화우 사람들은 정부 덕을 본다는 식의 세간의 시선에 손사래를 친다. 의뢰되는 사건이 많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순전히 전문성이 뒷받침된 경쟁력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기자가 볼때도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등의 인연만으로 국내 2위권의 로펌으로 급부상한 화우의 발전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화우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을까. 화우의 길지않은 역사를 들여다 보았다. 불과 4년이 걸리지 않아 두차례의 합병이 있었다. 국내 로펌사상 유례가 없는 경우다. 그것도 국내 로펌업계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해 온 주요 로펌 셋이 합쳐 하나가 됐다. 해답은 역시 합병의 성공과 그 밑바탕을 이룬 세 로펌의 경쟁력에서 찾는 게 순리일 것 같다.
1차 합병은 송무와 자문의 결합이었다. 민, 형사 소송 등으로 대표되는 송무업무가 발달했던 법무법인 화백과 기업법무의 경쟁력으로 이름이 높았던 법무법인 우방이 합쳐 화우란 간판을 내걸었다.
화우에선 당시 상금을 내걸고 합병 법인의 이름을 공모할 만큼 작명에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화백과 우방의 첫 글자를 따 지은 '화우'란 이름엔 '화목한 집안', '화목한 벗'의 의미가 있다고 화우의 한 변호사는 설명했다.
화백은 1993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노경래 변호사와 서울고법 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강보현 변호사 등 여섯명의 재조 출신 변호사가 설립했다. 이어 윤관 전 대법원장, 천경송 전 대법관, 양삼승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이 합류하며 송무 분야에서 맹위를 떨쳐 온 송무전문 로펌이었다.
우방은 89년 윤호일 변호사가 설립한 로펌이다. 화백과 합치기 전까지 기업법무 특히 국제기업법무의 닥호스(dark horse)로 이름을 날렸다. 사법시험 4회 출신으로 잠시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역임하기도 한 윤 변호사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베이커 & 매켄지(Baker & McKenzie)'에서 16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국제통이다. 10년간은 파트너 변호사가 돼 B&M의 뉴욕과 시카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한국인으로 미국 로펌의 파트너가 되기는 그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법대생과 수많은 어소시엣 변호사들이 꿈으로 일컫는 매력적인 자리다. 파트너에 오르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지금은 '클리어리 고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의 한진덕 변호사, B&M 홍콩사무소의 이원 변호사 등 영미 로펌에서 파트너로 활약하는 한국인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합병은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선 짝짓기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대표를 맡았던 화우의 노경래 변호사는 우방과의 합병이후 "시너지가 대단하다"며, "합병 첫해인 2003년부터 합병 이전 5년간 두 로펌의 연간 평균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상회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고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한 적이 있다. '1+1=2'를 뛰어넘는 합병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 두 로펌이 하나로 합치게 되면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두 법인의 합병에 회의적이었던 일부 변호사들 마저 합병후 "정말 합치길 잘했다"며 환영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보면 시너지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매출 신장의 외부효과가 합병 법인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화백과 우방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자 일부 로펌에서 자신들이 합병 파트너로 나서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했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합병 당시 에피소드 하나.
서울 삼성동의 아셈타워 22층을 쓰고 있던 화백은 이 건물의 23층이 비게 되자 이를 임대해 전대차를 놓고 있었다. 앞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미리 사무실을 확보해 놓았던 것이다. 그 임자는 우방의 변호사들이 됐다. 전대차기간이 끝나게 돼 전대차 갱신 등 적잖은 고민이 있었으나, 우방과의 합병이 성사돼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된 셈이다. 서울 남대문의 상공회의소 빌딩에 세들어 있던 우방도 상공회의소 빌딩이 리모델링에 들어 가면서 사무실 확보에 적잖이 신경썼다고 한다. 화백과 합치면서 강남으로 옮겨오게 됐다. 화우는 현재 아셈타워의 22, 23층과 24층의 절반, 13층 일부 등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1차 합병에 재미가 들린 화우는 또 한차례 합병을 일궈냈다. 이번엔 67년 문을 연 김 · 신 & 유와 손을 잡았다. 김 · 신 & 유는 국내 로펌업계의 원로인 김진억 변호사가 사실상 국내 두번째로 설립한 로펌이다. 유럽계 기업을 고객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게 강점이었다. 또 지적재산권과 해상 · 보험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자랑했다.
화우는 김 · 신 & 유와 합친 후 우리말 이름은 그대로 쓰면서도 'Yoon Yang Kim Shin & Yu'로 영어식 이름을 정했다. 외국 기업에 많이 알려진 김 · 신 & 유의 브랜드를 십분 활용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설날을 1주일쯤 앞둔 올 1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두 로펌의 통합법인 출범식이 있었다. 한차례 합병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날 출범식은 한껏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던 게 출범식을 취재했던 기자의 기억이다.
아직 평가가 이른 시점이지만, 김 · 신 & 유의 변호사들마저 한 배에 옮겨 실은 법무법인 화우는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 흔들림없이 앞만 보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두차례의 합병을 전후해 이탈하는 변호사가 거의 없다는 점을 화우측은 강조한다. 오히려 대규모 합병을 이뤘음에도 개별적으로 화우의 문을 두드리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로펌업계에서 변호사의 이동은 의미가 작지 않은 뉴스다. 변호사가 자꾸 나가는 로펌은 아무래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반면 화우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화우의 비즈니스가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 · 신 & 유와 합친 직후인 올 봄엔 경쟁 로펌에 해당하는 모 로펌에서 변호사 7명이 집단적으로 화우로 말을 갈아 타 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우에 따르면 특히 M&A(인수&합병) 등 기업자문쪽에서의 약진이 고무적이라고 한다. 두차례의 합병을 거치며 매출 기준으로 자문쪽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화우 관계자가 전했다. 우방, 김 · 신 & 유 등 자문업무가 발달한 로펌과의 합병이 이어진 측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올 4월에 시작돼 지난 9월에 마무리된 (주)이랜드리테일의 한국까르푸(주) 인수건의 경우 화우가 이랜드측을 맡아 깔끔하게 마무리한 성공적인 거래로 꼽힌다. 인수대금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딜이었다.
또 5개월여의 실사(實査) 분석 끝에 올초 마무리된 LG텔레콤에 대한 법적 리스크 분석 프로젝트도 화우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의미있는 용역으로 소개된다. 회사의 업무자료, 사규, 계약서, 관련 법규, 소송사례, 제재사례, 언론기사 등의 분석과 부서 인터뷰를 통해 전사적인 법적 리스크를 파악해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개선방안을 자문했다. 강보현 대표의 지휘 아래 화우의 변호사 3명이 LG텔레콤에 상주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 신 & 유와 합치면서 김 · 신 & 유의 변리사 15명이 가세해 올초 특허법인 화우를 출범시킨 것도 또하나의 발전으로 얘기된다. 이런 네트워크 등에 힘입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굵직한 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다.
얼마전 엑손모빌(ExonMobil)의 일본내 계열사들인 토넨 카가쿠 카부시키가이샤(Tonen Chemical Corp.) 등 2개사가 SK(주)를 상대로 낸 리튬이온 건전지의 분리막 특허를 둘러싼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측인 SK를 대리하고 있다. 또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중인 엘지생활건강 · 쌍용제지와 유한킴벌리 · 킴벌리&클락과의 기저귀 특허 분쟁에선 화우가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엘지생활건강 · 쌍용제지를 맡아 2심에서 승소했다.
화백시절 부터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해 온 송무쪽은 여전히 강세를 떨치고 있다. 2005년말 국내 14개 금융기관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삼성그룹 채권소송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채권단을 대리하고 있다. 소가가 5조원이 넘는 국내 사법사상 최대규모의 소송이다. 변재승 전 대법관,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합류에 이어 인사철마다 중견 법관과 검사 출신의 영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껏 성장세를 타고 있는 화우의 국내외 변호사는 140명. 특허법인 화우의 변리사들까지 포함하면 전문인력이 170명을 넘어선다. 국내 로펌중 세, 네 손가락안에 드는 규모다. 특히 두차례의 합병을 통해 이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게 화우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화우 사람들은 앞으로도 규모의 확대엔 여전히 적극적인 자세다. 합병이든 합병이 아닌 다른 형식이든 함께 할 수 있는 유능한 조직, 유능한 변호사라면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로펌업계에서 합병을 고려하는 로펌이라면 먼저 화우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화우의 한 관계자에게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규모가 커진 만큼 내부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야 더 큰 성장도 바라볼 수 있다고 봅니다."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말에 비춰 화우의 변화와 발전은 앞으로도 업계의 주요 뉴스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법률포탈 로마켓이 얼마전 2003년1월1일부터 2005년6월30일까지 2년6개월간 변호사 70명 이상의 대형 로펌들을 상대로 대법원 사이트에 올라있는 사건수임 내역을 분석해 공개했다. 화우가 모두 3743건을 맡아 1위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형 로펌에서 많이 취급하는 이른바 기업자문 내역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또 법무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장은 분석 대상에서 빠졌으며, 소가(訴價)나 난이도 등 사건의 질적 차이 등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한 계량분석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화우의 두각은 놀랄만한 결과라는 게 당시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참여정부와 가까운 로펌이어 그 덕을 봤을 것이라는 등 여러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화우엔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이자 동기생 중에서도 특히 가깝게 지냈다는 '8인회'의 멤버인 강보현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등 참여정부와의 인연이 없지 않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때 노 대통령을 대리한데 이어 위헌 결정이 난 '신행정수도의 이전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도 정부측 대리인으로 활약했다.
강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재판관이 되기전 화우에서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한 화우 출신이다. 노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마친후 화우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화우 소속으로 미 대학에 연수중에 있다.
물론 화우 사람들은 정부 덕을 본다는 식의 세간의 시선에 손사래를 친다. 의뢰되는 사건이 많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순전히 전문성이 뒷받침된 경쟁력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기자가 볼때도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등의 인연만으로 국내 2위권의 로펌으로 급부상한 화우의 발전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화우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을까. 화우의 길지않은 역사를 들여다 보았다. 불과 4년이 걸리지 않아 두차례의 합병이 있었다. 국내 로펌사상 유례가 없는 경우다. 그것도 국내 로펌업계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해 온 주요 로펌 셋이 합쳐 하나가 됐다. 해답은 역시 합병의 성공과 그 밑바탕을 이룬 세 로펌의 경쟁력에서 찾는 게 순리일 것 같다.
1차 합병은 송무와 자문의 결합이었다. 민, 형사 소송 등으로 대표되는 송무업무가 발달했던 법무법인 화백과 기업법무의 경쟁력으로 이름이 높았던 법무법인 우방이 합쳐 화우란 간판을 내걸었다.
화우에선 당시 상금을 내걸고 합병 법인의 이름을 공모할 만큼 작명에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화백과 우방의 첫 글자를 따 지은 '화우'란 이름엔 '화목한 집안', '화목한 벗'의 의미가 있다고 화우의 한 변호사는 설명했다.
화백은 1993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노경래 변호사와 서울고법 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강보현 변호사 등 여섯명의 재조 출신 변호사가 설립했다. 이어 윤관 전 대법원장, 천경송 전 대법관, 양삼승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이 합류하며 송무 분야에서 맹위를 떨쳐 온 송무전문 로펌이었다.
우방은 89년 윤호일 변호사가 설립한 로펌이다. 화백과 합치기 전까지 기업법무 특히 국제기업법무의 닥호스(dark horse)로 이름을 날렸다. 사법시험 4회 출신으로 잠시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역임하기도 한 윤 변호사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베이커 & 매켄지(Baker & McKenzie)'에서 16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국제통이다. 10년간은 파트너 변호사가 돼 B&M의 뉴욕과 시카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한국인으로 미국 로펌의 파트너가 되기는 그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법대생과 수많은 어소시엣 변호사들이 꿈으로 일컫는 매력적인 자리다. 파트너에 오르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지금은 '클리어리 고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의 한진덕 변호사, B&M 홍콩사무소의 이원 변호사 등 영미 로펌에서 파트너로 활약하는 한국인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합병은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선 짝짓기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대표를 맡았던 화우의 노경래 변호사는 우방과의 합병이후 "시너지가 대단하다"며, "합병 첫해인 2003년부터 합병 이전 5년간 두 로펌의 연간 평균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상회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고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한 적이 있다. '1+1=2'를 뛰어넘는 합병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 두 로펌이 하나로 합치게 되면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두 법인의 합병에 회의적이었던 일부 변호사들 마저 합병후 "정말 합치길 잘했다"며 환영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보면 시너지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매출 신장의 외부효과가 합병 법인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화백과 우방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자 일부 로펌에서 자신들이 합병 파트너로 나서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했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합병 당시 에피소드 하나.
서울 삼성동의 아셈타워 22층을 쓰고 있던 화백은 이 건물의 23층이 비게 되자 이를 임대해 전대차를 놓고 있었다. 앞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미리 사무실을 확보해 놓았던 것이다. 그 임자는 우방의 변호사들이 됐다. 전대차기간이 끝나게 돼 전대차 갱신 등 적잖은 고민이 있었으나, 우방과의 합병이 성사돼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된 셈이다. 서울 남대문의 상공회의소 빌딩에 세들어 있던 우방도 상공회의소 빌딩이 리모델링에 들어 가면서 사무실 확보에 적잖이 신경썼다고 한다. 화백과 합치면서 강남으로 옮겨오게 됐다. 화우는 현재 아셈타워의 22, 23층과 24층의 절반, 13층 일부 등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1차 합병에 재미가 들린 화우는 또 한차례 합병을 일궈냈다. 이번엔 67년 문을 연 김 · 신 & 유와 손을 잡았다. 김 · 신 & 유는 국내 로펌업계의 원로인 김진억 변호사가 사실상 국내 두번째로 설립한 로펌이다. 유럽계 기업을 고객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게 강점이었다. 또 지적재산권과 해상 · 보험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자랑했다.
화우는 김 · 신 & 유와 합친 후 우리말 이름은 그대로 쓰면서도 'Yoon Yang Kim Shin & Yu'로 영어식 이름을 정했다. 외국 기업에 많이 알려진 김 · 신 & 유의 브랜드를 십분 활용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설날을 1주일쯤 앞둔 올 1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두 로펌의 통합법인 출범식이 있었다. 한차례 합병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날 출범식은 한껏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던 게 출범식을 취재했던 기자의 기억이다.
아직 평가가 이른 시점이지만, 김 · 신 & 유의 변호사들마저 한 배에 옮겨 실은 법무법인 화우는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 흔들림없이 앞만 보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두차례의 합병을 전후해 이탈하는 변호사가 거의 없다는 점을 화우측은 강조한다. 오히려 대규모 합병을 이뤘음에도 개별적으로 화우의 문을 두드리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로펌업계에서 변호사의 이동은 의미가 작지 않은 뉴스다. 변호사가 자꾸 나가는 로펌은 아무래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반면 화우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화우의 비즈니스가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 · 신 & 유와 합친 직후인 올 봄엔 경쟁 로펌에 해당하는 모 로펌에서 변호사 7명이 집단적으로 화우로 말을 갈아 타 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우에 따르면 특히 M&A(인수&합병) 등 기업자문쪽에서의 약진이 고무적이라고 한다. 두차례의 합병을 거치며 매출 기준으로 자문쪽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화우 관계자가 전했다. 우방, 김 · 신 & 유 등 자문업무가 발달한 로펌과의 합병이 이어진 측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올 4월에 시작돼 지난 9월에 마무리된 (주)이랜드리테일의 한국까르푸(주) 인수건의 경우 화우가 이랜드측을 맡아 깔끔하게 마무리한 성공적인 거래로 꼽힌다. 인수대금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딜이었다.
또 5개월여의 실사(實査) 분석 끝에 올초 마무리된 LG텔레콤에 대한 법적 리스크 분석 프로젝트도 화우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의미있는 용역으로 소개된다. 회사의 업무자료, 사규, 계약서, 관련 법규, 소송사례, 제재사례, 언론기사 등의 분석과 부서 인터뷰를 통해 전사적인 법적 리스크를 파악해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개선방안을 자문했다. 강보현 대표의 지휘 아래 화우의 변호사 3명이 LG텔레콤에 상주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 신 & 유와 합치면서 김 · 신 & 유의 변리사 15명이 가세해 올초 특허법인 화우를 출범시킨 것도 또하나의 발전으로 얘기된다. 이런 네트워크 등에 힘입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굵직한 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다.
얼마전 엑손모빌(ExonMobil)의 일본내 계열사들인 토넨 카가쿠 카부시키가이샤(Tonen Chemical Corp.) 등 2개사가 SK(주)를 상대로 낸 리튬이온 건전지의 분리막 특허를 둘러싼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측인 SK를 대리하고 있다. 또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중인 엘지생활건강 · 쌍용제지와 유한킴벌리 · 킴벌리&클락과의 기저귀 특허 분쟁에선 화우가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엘지생활건강 · 쌍용제지를 맡아 2심에서 승소했다.
화백시절 부터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해 온 송무쪽은 여전히 강세를 떨치고 있다. 2005년말 국내 14개 금융기관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삼성그룹 채권소송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채권단을 대리하고 있다. 소가가 5조원이 넘는 국내 사법사상 최대규모의 소송이다. 변재승 전 대법관,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합류에 이어 인사철마다 중견 법관과 검사 출신의 영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껏 성장세를 타고 있는 화우의 국내외 변호사는 140명. 특허법인 화우의 변리사들까지 포함하면 전문인력이 170명을 넘어선다. 국내 로펌중 세, 네 손가락안에 드는 규모다. 특히 두차례의 합병을 통해 이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게 화우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화우 사람들은 앞으로도 규모의 확대엔 여전히 적극적인 자세다. 합병이든 합병이 아닌 다른 형식이든 함께 할 수 있는 유능한 조직, 유능한 변호사라면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로펌업계에서 합병을 고려하는 로펌이라면 먼저 화우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화우의 한 관계자에게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규모가 커진 만큼 내부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야 더 큰 성장도 바라볼 수 있다고 봅니다."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말에 비춰 화우의 변화와 발전은 앞으로도 업계의 주요 뉴스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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