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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손학규 신당' 가능할까

[김진홍의 정치in] <14> 고교-대학동기 졸업후 다른 길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세력 연합,특정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 등 온갖 정계개편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의 DJP연대를 연상시키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호남),국민중심당(충청)이 한 데 뭉쳐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는 시나리오도 있고,열린우리당 일부 의원과 민주당 그리고 고건 전 총리가 신당을 만드는 설(設)도 있고,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밖에 열린우리당이 친노(親盧)직계와 반(反) 친노 그룹으로 나뉜다거나,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그룹으로 쪼개져 다당체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대부분이다.

5.31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을 진원지로 해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뤘으나 아직 요지부동인 것을 볼때 정계개편이라는 거대한 움직임이 대선때까지 아예 가시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 역시 아직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실현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폭발력이 큰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중심이 된 신당창당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지지도는 낮은 상태이지만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고,깨끗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힘을 합치는 데 성공만 한다면 대선판도가 새로 짜일 만큼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모임에서 만나 파안대소하고 있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연합뉴스


두 사람이 신당을 꾸릴 경우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열린우리당도 싫고,한나라당도 싫다'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싫은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싫다는 이유와 맥이 통한다. 또 한나라당이 싫다는 이유는 지나친 보수색에 기인한다. 하지만 김 의장은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고,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보수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김근태-손학규'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열린우리당도 싫고,한나라당도 싫다는 유권자들을 강력하게 흡수하며 주목받는 정당으로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성향의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우리 정당구도가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으로 명확히 구별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구성원들을 보면 진보와 보수가 혼재돼 있지만 '김근태-손학규 연대'의 진보정당이 생길 경우 이념을 함께 하는 정당들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두 사람이 현재 민생정치,실용주의의 최일선에 서 있다는 공통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김 의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소위 '뉴딜'에 주력하고 있고,손 전 지사는 '100일 민심대장정'을 성공리에 마쳤다.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현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어려워진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정치권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아울러 두 사람 모두 도덕성이 강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두 사람의 오랜 인연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경기고(1962년 입학)-서울대 동기(1965년 입학)생이다. 김 의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손 전 지사는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에 3선 개헌 반대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수배당해 도피할 때에도 함께 반(反)정부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고,노동운동도 했다. 그래서 이들 두 사람은 숨진 조영래 변호사(법대)와 함께 서울대에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삼총사'로 불리웠다.

대학시절을 민주화운동에 바쳤던 이들은 대학 졸업 이후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김 의장은 국내에서 민청련,전민련을 조직해 민주화운동을 계속하면서 투옥과 고문,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죽음을 무릅쓴 그의 고행은 세계에 알려져 독일 함부르크재단으로부터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됐고,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1995년 정권교체를 위해 새정치 국민회의 창당작업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에서야 사면복권돼 1996년 15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그 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기여했으며,보건복지부장관(43대)도 지냈다.

탄광과 목공장 등에서 노동운동,빈민운동을 하던 손 전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총탄에 숨진 것을 김해 보안대에서 고문을 당하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이어 1980년 서울의 봄이 온 뒤 그는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유학길에 올라 옥스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귀국해 5년여동안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개혁성향이 강한 교수로서 생활하다가 1993년 14대 국회의원이 됐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엔 보건복지부장관(33대)도 역임했다.

태어난 해도 우연히 1947년으로 같다. 그 해 손 전 지사는 경기 시흥에서,김 의장은 경기 부천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김근태-손학규 연대' 시나리오 역시 현실적인 난관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근태-손학규' 정당이 생기려면 김 의장 지지세력이 열린우리당에서 나오고,손 전 지사 지지세력이 한나라당에서 나와 하나로 뭉쳐야 하지만 정치인이 탈당을 결행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각기 다른 정당에 몸담고 있으면서,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두 사람이 원만히 의기투합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다.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두 사람이 20여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다른 길을 걸어온 공백을 메우고 새 정권 탄생을 위해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대선정국 관전 포인트의 하나로 삼아 관심을 갖고 지켜봐도 될만한 대목이다.
김진홍 국민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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