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부산, 새벽부터 '뱅크런' 발생
새벽 3시부터 저축은행 앞에 장사진, "정부 말 어떻게 믿나"
21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부산에 살아남은 10개 저축은행 중 일부 저축은행에서도 21일 오전부터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부산 모 저축은행 앞에는 이날 새벽부터 예금자 1천여 명이 몰려 들었고, 이 은행 관계자들이 고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금융당국의 정책·감독 실패로 저축은행의 부실이 초래됐다"며 금융당국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다. 부산2저축은행 예금자 박 모(55) 씨는 "전국 최대 규모의 저축은행이 이 정도 부실에 달할 동안 금융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면서 "추가 영업정지가 없다고 해놓고 며칠 만에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로 부산지역이 그야말로 초토화 된 상황"이라며 "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들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영업정지를 받아야 했는지 그 근거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저축은행업들은 21일과 22일이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평상시에도 월요일은 예금인출이 평균보다 많은 편인 데다가 부산2저축은행의 추가 영업정지 여파로 추가 인출이 예상된다는 것.
<국제신문> 역시 이날 "부산 서면에 본점을 둔 한 저축은행에서는 새벽 오전 3시부터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 500여명이 찾아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오전 9시가 넘어서는 1천여명으로 늘어났다"며 "이 저축은행의 중앙동 지점에도 300명 안팎의 고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 저축은행의 고객들은 '부산2저축은행도 괜찮다고 해놓고 지난 토요일 아침에 갑자기 영업정지가 내려졌다"며 "이 판국에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부산의 또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예금자 200명이 찾아 예금인출에 나섰고, 오전 9시 영업시작과 동시에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을 집중강타한 저축은행 사태는 부산 경제, 특히 서민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2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 당하면서 부산, 부산2저축은행 등 2곳 저축은행만에만 예금 6조 4천억 원이 인출되지 못하고 잠겨 있다. 부산지역 전체 현금 유동성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것. 또 예금자 수만 무려 30만여 명에 달한다. 중복 예금자를 감안하더라도 부산지역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주로 퇴직자, 노년층,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하다. 6조 원 이상의 예금인출이 중단되고 중소기업의 대출도 힘들어지면서 돈줄이 막히는 등 지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에서 뱅크런 사태가 심상치 않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부산지역 저축은행 및 기업ㆍ서민금융 지원 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과도한 예금인출만 없다면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저축은행을 추가로 영업정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의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및 부산2저축은행을 제외한 부산지역의 10개 저축은행의 재무구조와 경영상태는 정상적이며, 이번 사태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예금자가 지나친 불안감으로 예금을 인출하면 손실을 볼 뿐 아니라 건전한 저축은행의 경영과 지역 기업에도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가 이날 내놓은 새 대책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 영업정지 이후 3주후부터 지급하던 예보의 가지급금 지급시기를 2주후로 앞당기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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