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관료의 잇따른 로펌 합류
[김진원의 로펌이야기] <14> '전문가 활용' '로비스트' 논란
기업법무의 해결사로 갈수록 역량을 넓혀가고 있는 대형 로펌엔 변호사만 있는 게 아니다. 변호사가 아닌 비법률가 전문가들도 변호사들과 함께 팀을 이뤄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로펌의 구성원 소개란을 보자. 변리사, 공인회계사는 변호사 다음 가는 순서에 소개되는 게 보통이고, 관세사, 세무사 등 해당 분야를 커버하는 전문자격사들의 이름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변리사는 특허 관련 사건을 담당한다. 특허 등록을 대행하고, 특허심판원 · 특허법원의 관련 분쟁을 맡아 대리인 자격으로 직접 심판정이나 법정에 서기도 한다. 관세사와 세무사는 관세와 조세에 관한 자문이 텃밭이다. 또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법무를 책임지는 로펌의 업무특성상 공인회계사의 존재가치는 더이상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고문이란 이름으로 그 다음쯤에 소개되는 행정부처의 전직 고관과 금융계 출신 인사들이다. 공무원중에서는 대개 경제부처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로펌의 업무처리와 관련이 깊은 부처 출신이 많은 편이다. 로펌에 따라 선호하는 출신 부처 등에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고문 영입에 보다 적극적인 로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로펌도 있다.
하지만, 고문 제도를 두고 있지 않은 로펌은 거의 없다. 비법률가 고문을 두지 않았던 법무법인 광장도 방침을 바꿔 얼마전부터 고문을 영입하고 있다. 일간지 동정란엔 모 로펌이 전직 금융계 인사 등을 고문으로 영입했다는 소개기사가 종종 실릴 만큼 고문의 영입이 일반화 돼 있는 게 로펌 업계의 현실이다.
먼저 주요 로펌별로 이들 고문들의 면면을 보자.
법무법인 세종의 홈페이지를 보면, 비상임인 김선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경제기획원 차관을 역임한 김영태 전 한국산업은행 총재, 류시열 전 제일은행장, 박병일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 안희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비상임인 오호수 전 한국증권업협회장,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이대영 전 김포공항세관장 등이 소개되고 있다. 공정위 초대 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이근경 전라남도 정무부지사 등도 세종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고문의 영입과 활동에 비교적 적극적인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김&장법률사무소도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규모에 걸맞게 국세청장을 지낸 서영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구본영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대사,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 황재성 · 이주석 ·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공정위 등의 고위간부를 지낸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특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론스타에 법률자문을 제공한 김&장의 고문으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와 한승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 등도 한때 김&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엔 황두연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세청장을 지낸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 서승일 전 공정위 상임위원,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 김수동 전 특허청장, 김영섭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 또 이종갑 전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최응순 전 국세심판소 심판관, 장재군 전 공정위 상담실장 등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지낸 신명균 전 한국주택은행장도 태평양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최근 신동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영입한 법무법인 율촌엔 신 전 행장 외에도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 조환익 전 산업자원부 차관 등이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고문은 최근 비상임이 됐다. 법무법인 화우는 올초 강창순 전 특허심판원 관리관과 허선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영입했으며, 허 전 처장은 선임 컨설턴트란 이름으로 공정거래 관련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다. 김용 전 공정회 상임위원도 비상임으로 자문에 응하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말 로펌 설립후 처음으로 조학국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종창 전 금융통화위원을 영입했다.
이처럼 많은 경제관료들이 로펌과 인연을 맺다보니 로펌에 있던 전직 경제관료가 다시 관가로 진출하는 '회전문' 현상도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1년 재정경제부 차관을 끝으로 율촌으로 자리를 옮긴 이정재 고문은 2003년 3월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이 돼 친정으로 되돌아갔다가 2004년 8월 금감원을 떠나 다시 율촌 고문으로 복귀했다. 또 2005년 3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참여정부 네번째 부총리로 발탁될 때는 한 부총리와 신명균 전 ADB부총재가 부총리 후보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는 등 대형 로펌 출신간 대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장, 차관 등 고위직 출신 뿐만 아니라 금감원, 공정위 등에서 실무자급으로 활약하던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 잇따라 로펌에 몸을 싣고 있어 더욱 관심을 사고 있다. 그만큼 행정부처 출신 전문가 등의 로펌내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로펌에 합류한 이들 행정부처나 금융계 출신 고문들은 경제 또는 금융전문가로서 경제 · 금융 등과 관련한 자문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로펌 변호사들에 따르면 행정부처의 실무례나 규정, 지침 등은 변호사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첨단금융상품 등의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런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사건의 경우 관련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전문성 강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로펌에선 경제 · 금융 전문가는 물론 전직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변호사들과 함께 법률서비스의 질 제고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로펌의 경우 우리의 금감원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 관료들이 많은 로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로펌에 있다가 다시 SEC로 자리를 옮기는 반대 현상도 매우 활발하다고 한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학과 사법연수원에서 법학 위주의 공부를 해 온 법조인들만으로 빠른 시간 내에 (로펌의) 전문화를 도모할 수 없다"며, "이러한 경우 사회 각 개별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지원은 그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비법률가 전문가의 법률사무소 합류가 대형 로펌에만 특유한 것은 아니다. 전문화를 추구하는 개인변호사, 중소 법무법인 등에서도 분야별 전문가의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의료사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의료전문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오래전부터 간호사를 사무장 등으로 채용해 도움을 받고 있는 곳이 많다. 간호사 출신 등이 없으면 업무 자체가 어렵다고도 한다. 의료전문인 모 변호사 사무실엔 의사가 근무한 적도 있다. 또 해상오염사고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률사무소에 가 보면 전직 선장 등 해사전문가들이 변호사와 함께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재개발 · 재건축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중소로펌은 법무법인 내에 부동산법률연구원을 설립해 대학교수를 원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법원이나 검찰 등에서도 판, 검사가 비법률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건 처리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대형 경제사건의 수사때 금융감독원이나 예금보험공사, 국세청 직원 등의 파견을 받아 함께 사건 추적에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올초 공정위 실무팀장을 재판연구관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재조 재야를 가리지 않고 법률가와 비법률가 전문가가 팀을 이뤄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방향으로 법조 직역의 전문화가 확대돼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로펌에 영입된 이들 고문들의 활동을 둘러싸고 이어지고 있는 의혹 논란이다. 일부에선 로펌에 따라 상당한 대우를 받고 영입되는 이들 고문들이 전력을 내세워 관련 분야의 사건 유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로펌측에서는 "사건 유치가 목적이라면 어떻게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겠느냐"며, "말그대로 '전문가로서의 자문역(expert adviser)'이 이들의 역할이자 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한변협에서 변호사가 아닌 고문 등을 법률회사의 직원으로 등록하도록 하자는 등 이들의 관리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고문을 로비스트쯤으로 색안경쓰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로펌들은 불만을 털어 놓는다. 전문역량의 보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무자급의 로펌행이 이어지며 판, 검사 출신의 전관예우 시비 비슷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로펌들이 이들 공무원들이 몸담았던 부처에서 담당하는 각종 인, 허가 업무나 공정위 등의 관련 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직전 3년 동안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이 금지되고 있으나, 법무법인 등 로펌에 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데는 아무 제한이 없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서 취업 제한 대상 기업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물적 기초가 약한 로펌은 제한 대상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법률가 전문가의 영입을 통한 로펌의 전문성 강화가 퇴직 공직자의 윤리 등 여러 문제와 맞물리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법률시장개방을 앞둔 국내 로펌들로서는 이런 장애까지 극복하며 전문성 강화와 이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이뤄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로펌의 구성원 소개란을 보자. 변리사, 공인회계사는 변호사 다음 가는 순서에 소개되는 게 보통이고, 관세사, 세무사 등 해당 분야를 커버하는 전문자격사들의 이름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변리사는 특허 관련 사건을 담당한다. 특허 등록을 대행하고, 특허심판원 · 특허법원의 관련 분쟁을 맡아 대리인 자격으로 직접 심판정이나 법정에 서기도 한다. 관세사와 세무사는 관세와 조세에 관한 자문이 텃밭이다. 또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법무를 책임지는 로펌의 업무특성상 공인회계사의 존재가치는 더이상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고문이란 이름으로 그 다음쯤에 소개되는 행정부처의 전직 고관과 금융계 출신 인사들이다. 공무원중에서는 대개 경제부처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로펌의 업무처리와 관련이 깊은 부처 출신이 많은 편이다. 로펌에 따라 선호하는 출신 부처 등에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고문 영입에 보다 적극적인 로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로펌도 있다.
하지만, 고문 제도를 두고 있지 않은 로펌은 거의 없다. 비법률가 고문을 두지 않았던 법무법인 광장도 방침을 바꿔 얼마전부터 고문을 영입하고 있다. 일간지 동정란엔 모 로펌이 전직 금융계 인사 등을 고문으로 영입했다는 소개기사가 종종 실릴 만큼 고문의 영입이 일반화 돼 있는 게 로펌 업계의 현실이다.
먼저 주요 로펌별로 이들 고문들의 면면을 보자.
법무법인 세종의 홈페이지를 보면, 비상임인 김선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경제기획원 차관을 역임한 김영태 전 한국산업은행 총재, 류시열 전 제일은행장, 박병일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 안희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비상임인 오호수 전 한국증권업협회장,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이대영 전 김포공항세관장 등이 소개되고 있다. 공정위 초대 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이근경 전라남도 정무부지사 등도 세종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고문의 영입과 활동에 비교적 적극적인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김&장법률사무소도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규모에 걸맞게 국세청장을 지낸 서영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구본영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대사,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 황재성 · 이주석 ·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공정위 등의 고위간부를 지낸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특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론스타에 법률자문을 제공한 김&장의 고문으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와 한승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 등도 한때 김&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엔 황두연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세청장을 지낸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 서승일 전 공정위 상임위원,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 김수동 전 특허청장, 김영섭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 또 이종갑 전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최응순 전 국세심판소 심판관, 장재군 전 공정위 상담실장 등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지낸 신명균 전 한국주택은행장도 태평양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최근 신동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영입한 법무법인 율촌엔 신 전 행장 외에도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 조환익 전 산업자원부 차관 등이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고문은 최근 비상임이 됐다. 법무법인 화우는 올초 강창순 전 특허심판원 관리관과 허선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영입했으며, 허 전 처장은 선임 컨설턴트란 이름으로 공정거래 관련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다. 김용 전 공정회 상임위원도 비상임으로 자문에 응하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말 로펌 설립후 처음으로 조학국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종창 전 금융통화위원을 영입했다.
이처럼 많은 경제관료들이 로펌과 인연을 맺다보니 로펌에 있던 전직 경제관료가 다시 관가로 진출하는 '회전문' 현상도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1년 재정경제부 차관을 끝으로 율촌으로 자리를 옮긴 이정재 고문은 2003년 3월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이 돼 친정으로 되돌아갔다가 2004년 8월 금감원을 떠나 다시 율촌 고문으로 복귀했다. 또 2005년 3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참여정부 네번째 부총리로 발탁될 때는 한 부총리와 신명균 전 ADB부총재가 부총리 후보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는 등 대형 로펌 출신간 대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장, 차관 등 고위직 출신 뿐만 아니라 금감원, 공정위 등에서 실무자급으로 활약하던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 잇따라 로펌에 몸을 싣고 있어 더욱 관심을 사고 있다. 그만큼 행정부처 출신 전문가 등의 로펌내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로펌에 합류한 이들 행정부처나 금융계 출신 고문들은 경제 또는 금융전문가로서 경제 · 금융 등과 관련한 자문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로펌 변호사들에 따르면 행정부처의 실무례나 규정, 지침 등은 변호사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첨단금융상품 등의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런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사건의 경우 관련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전문성 강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로펌에선 경제 · 금융 전문가는 물론 전직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변호사들과 함께 법률서비스의 질 제고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로펌의 경우 우리의 금감원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 관료들이 많은 로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로펌에 있다가 다시 SEC로 자리를 옮기는 반대 현상도 매우 활발하다고 한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학과 사법연수원에서 법학 위주의 공부를 해 온 법조인들만으로 빠른 시간 내에 (로펌의) 전문화를 도모할 수 없다"며, "이러한 경우 사회 각 개별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지원은 그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비법률가 전문가의 법률사무소 합류가 대형 로펌에만 특유한 것은 아니다. 전문화를 추구하는 개인변호사, 중소 법무법인 등에서도 분야별 전문가의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의료사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의료전문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오래전부터 간호사를 사무장 등으로 채용해 도움을 받고 있는 곳이 많다. 간호사 출신 등이 없으면 업무 자체가 어렵다고도 한다. 의료전문인 모 변호사 사무실엔 의사가 근무한 적도 있다. 또 해상오염사고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률사무소에 가 보면 전직 선장 등 해사전문가들이 변호사와 함께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재개발 · 재건축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중소로펌은 법무법인 내에 부동산법률연구원을 설립해 대학교수를 원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법원이나 검찰 등에서도 판, 검사가 비법률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건 처리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대형 경제사건의 수사때 금융감독원이나 예금보험공사, 국세청 직원 등의 파견을 받아 함께 사건 추적에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올초 공정위 실무팀장을 재판연구관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재조 재야를 가리지 않고 법률가와 비법률가 전문가가 팀을 이뤄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방향으로 법조 직역의 전문화가 확대돼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로펌에 영입된 이들 고문들의 활동을 둘러싸고 이어지고 있는 의혹 논란이다. 일부에선 로펌에 따라 상당한 대우를 받고 영입되는 이들 고문들이 전력을 내세워 관련 분야의 사건 유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로펌측에서는 "사건 유치가 목적이라면 어떻게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겠느냐"며, "말그대로 '전문가로서의 자문역(expert adviser)'이 이들의 역할이자 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한변협에서 변호사가 아닌 고문 등을 법률회사의 직원으로 등록하도록 하자는 등 이들의 관리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고문을 로비스트쯤으로 색안경쓰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로펌들은 불만을 털어 놓는다. 전문역량의 보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무자급의 로펌행이 이어지며 판, 검사 출신의 전관예우 시비 비슷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로펌들이 이들 공무원들이 몸담았던 부처에서 담당하는 각종 인, 허가 업무나 공정위 등의 관련 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직전 3년 동안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이 금지되고 있으나, 법무법인 등 로펌에 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데는 아무 제한이 없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서 취업 제한 대상 기업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물적 기초가 약한 로펌은 제한 대상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법률가 전문가의 영입을 통한 로펌의 전문성 강화가 퇴직 공직자의 윤리 등 여러 문제와 맞물리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법률시장개방을 앞둔 국내 로펌들로서는 이런 장애까지 극복하며 전문성 강화와 이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이뤄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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