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정동영'
[김진홍의 정치in] <12> 정동영의 '신 중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방송기자를 그만둔 뒤 1996년 처음 금배지를 단 이후 지금까지 10여년 지났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집권당 대표를 두 차례나 역임했다. 한 번은 '최연소' 집권여당 대표다. 통일부 장관도 했다. 총리까지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하니 그의 권력은 막강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15,16대 국회의원 총선에서의 최다 득표 당선자,최연소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이력을 쌓았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승진한 셈이다. 시대흐름을 읽는 탁월한 능력과 현란한 대중연설 등이 그가 승승장구한 비결이다.
오르막길만 걷던 그가 내리막길을 만난 건 지난 5.31 지방선거다. 선거에서 참패하자 그는 의장직을 내놓고 독일로 떠났다. 그리고 3개월여만인 1일 귀국했다.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정 전 의장은 귀국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을 포함해 지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요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스스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포용과 통합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인한다"면서 '새로운 중도'의 정치노선을 걷겠다고 했다. 정치일선 복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정 전 의장이 반성한 진정한 '포용과 통합의 정치'를 위해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기 이전에 이런 일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가 10여년간 앞만 바라보면서 순발력있고,민첩한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온 과정에서 의도했건,의도하지 않았건 상처받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 일이 그것이다.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혹시 정 전 의장의 발에 채인 사람이 있다면 그 상처를 진심으로 어루만져주고,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다면 눈물을 닦아주며 진정한 화해를 이루라는 말이다.
정 전 의장도 독일에서 자신으로 인해 피해입은 사람들을 떠올렸을 법하다. 그가 이들은 만나는 것은 앞으로 새로운 길을 자신있게 뚜벅뚜벅 걸어나가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난한 길이겠으나 일종의 '부채'를 털어버리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현 정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민심을 얻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나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 등 인간미가 없다는 점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하고,현 정부에서 권력을 행사해온 정 전 의장이 자신으로 인해 심적으로,물적으로 고통받은 인사들을 만난다는 것은 현 정부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그 출발은 정 전 의장을 정계에 입문시킨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던 '동교동계'부터 하면 적절할 것같다. 지금은 거의 잊혀져가는 동교동계 중에서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먼저 만나는 게 순리인 듯하다.
정 전 의장이 고속승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12월이었다.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권노갑 고문을 겨냥해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지나친 국정개입과 여당의 퇴행적 사당화(私黨化)가 정 전 의장이 내건 권 고문 퇴진의 명분이었다.
동교동내 반(反)권노갑 세력의 막후 조언에 따른 것이긴 했으나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정 전 의장에게 도움을 줘온 권 고문 입장에서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최악의 배신이었다. 정풍(整風)운동의 결과는 정 전 의장의 승리였다. 정 전 의장은 차세대 지도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권 고문은 최고위원직에서 쓸쓸히 물러났다. 지금 권 전 고문은 2003년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지금도 의정부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지난 8.15 특사때 노 대통령 측근들은 다 사면.복권됐지만 권 전 고문은 감형만 받았을 뿐이다.
이어 박지원 한광옥 김옥두 남궁진 이협 최재승 이훈평 조재환 윤철상 전 의원 등 '열린우리당 행(行)'을 거부한 동교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 전 의장이 정계입문 초기 '형님'이나 '선배'로 모시던 인사들 아니었나. 역시 동교동계인 한화갑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민주당과의 화해도 그의 숙제라고 하겠다. 정균환 전 의원을 비롯해 소위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던 인사들과의 만남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과정에서의 '노인 폄훼' 발언으로 상처입은 노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몇몇 노인단체 대표들로부터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수많은 노인들의 상처가 치유된 것은 아니다. 상대가 노인인 만큼 이들을 위무해 마음을 되돌리는 데에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여하튼 노인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봉사활동도 하고,노인 복지 정책 개발에도 앞장서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밖에 납북자 관련 단체나 북한인권 관련 단체 등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파격적인 남북관계를 이끌면서 이래저래 우울해했던 사람들과의 만남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 전 의장이 이를 실행하려면 당분간은 차기 대선과 관련한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물론 지난 10년간 각계에 만만치 않은 세를 구축해온 만큼 주변에서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아직도 범여권에서는 고건외에는 정 의장 인기가 가장 높다"는 얘기들도 많이 한다고 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인지 정 전 의장은 귀국 직전 친노계 모임인 '국민참여1219'에 협조를 요청하는 귀국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불편했던 친노진영과 관계 개선부터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마음을 비운 채 지난 10여년의 정치인생 가운데 차갑게 대해야 했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을 손을 맞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정 전 의장 스스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지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어떤 길을 걸어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동교동계와의 화해는 자칫 노무현계 입장에서 보면 '탈 노무현'으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가 말하는 '신 중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오르막길만 걷던 그가 내리막길을 만난 건 지난 5.31 지방선거다. 선거에서 참패하자 그는 의장직을 내놓고 독일로 떠났다. 그리고 3개월여만인 1일 귀국했다.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정 전 의장은 귀국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을 포함해 지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요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스스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포용과 통합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인한다"면서 '새로운 중도'의 정치노선을 걷겠다고 했다. 정치일선 복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정 전 의장이 반성한 진정한 '포용과 통합의 정치'를 위해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기 이전에 이런 일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가 10여년간 앞만 바라보면서 순발력있고,민첩한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온 과정에서 의도했건,의도하지 않았건 상처받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 일이 그것이다.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혹시 정 전 의장의 발에 채인 사람이 있다면 그 상처를 진심으로 어루만져주고,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다면 눈물을 닦아주며 진정한 화해를 이루라는 말이다.
정 전 의장도 독일에서 자신으로 인해 피해입은 사람들을 떠올렸을 법하다. 그가 이들은 만나는 것은 앞으로 새로운 길을 자신있게 뚜벅뚜벅 걸어나가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난한 길이겠으나 일종의 '부채'를 털어버리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현 정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민심을 얻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나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 등 인간미가 없다는 점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하고,현 정부에서 권력을 행사해온 정 전 의장이 자신으로 인해 심적으로,물적으로 고통받은 인사들을 만난다는 것은 현 정부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그 출발은 정 전 의장을 정계에 입문시킨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던 '동교동계'부터 하면 적절할 것같다. 지금은 거의 잊혀져가는 동교동계 중에서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먼저 만나는 게 순리인 듯하다.
정 전 의장이 고속승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12월이었다.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권노갑 고문을 겨냥해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지나친 국정개입과 여당의 퇴행적 사당화(私黨化)가 정 전 의장이 내건 권 고문 퇴진의 명분이었다.
동교동내 반(反)권노갑 세력의 막후 조언에 따른 것이긴 했으나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정 전 의장에게 도움을 줘온 권 고문 입장에서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최악의 배신이었다. 정풍(整風)운동의 결과는 정 전 의장의 승리였다. 정 전 의장은 차세대 지도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권 고문은 최고위원직에서 쓸쓸히 물러났다. 지금 권 전 고문은 2003년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지금도 의정부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지난 8.15 특사때 노 대통령 측근들은 다 사면.복권됐지만 권 전 고문은 감형만 받았을 뿐이다.
이어 박지원 한광옥 김옥두 남궁진 이협 최재승 이훈평 조재환 윤철상 전 의원 등 '열린우리당 행(行)'을 거부한 동교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 전 의장이 정계입문 초기 '형님'이나 '선배'로 모시던 인사들 아니었나. 역시 동교동계인 한화갑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민주당과의 화해도 그의 숙제라고 하겠다. 정균환 전 의원을 비롯해 소위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던 인사들과의 만남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과정에서의 '노인 폄훼' 발언으로 상처입은 노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몇몇 노인단체 대표들로부터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수많은 노인들의 상처가 치유된 것은 아니다. 상대가 노인인 만큼 이들을 위무해 마음을 되돌리는 데에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여하튼 노인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봉사활동도 하고,노인 복지 정책 개발에도 앞장서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밖에 납북자 관련 단체나 북한인권 관련 단체 등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파격적인 남북관계를 이끌면서 이래저래 우울해했던 사람들과의 만남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 전 의장이 이를 실행하려면 당분간은 차기 대선과 관련한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물론 지난 10년간 각계에 만만치 않은 세를 구축해온 만큼 주변에서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아직도 범여권에서는 고건외에는 정 의장 인기가 가장 높다"는 얘기들도 많이 한다고 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인지 정 전 의장은 귀국 직전 친노계 모임인 '국민참여1219'에 협조를 요청하는 귀국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불편했던 친노진영과 관계 개선부터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마음을 비운 채 지난 10여년의 정치인생 가운데 차갑게 대해야 했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을 손을 맞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정 전 의장 스스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지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어떤 길을 걸어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동교동계와의 화해는 자칫 노무현계 입장에서 보면 '탈 노무현'으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가 말하는 '신 중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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