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도날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딕 체니 부통령의 반대로 묵살당하자 사임했으며, 이 과정에 영부인 로라 여사도 럼즈펠드 교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카드 전 비서실장, 부시에게 럼즈펠드 해임 요구
<워싱턴포스트>는 29일(현지시간) 밥 우드워드의 신간서적 <부인(否認)의 국가(State of Denial)>를 인용, 카드 전 비서실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럼즈펠드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의 편집 부국장으로, 그는 자신의 신간에서 “카드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04년 11월 부시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과 함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을 럼즈펠드 국방장관 대신 기용할 것을 제안했으며 부시대통령이 이를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딕 체니 미 부통령과 정책보좌관 칼 로브가 "럼즈펠드 장관 교체는 이라크 정책 방향에 대한 의구심으로 비춰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시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해 부시대통령이 럼즈펠드 교체를 포기했다.
이후 카드 전 비서실장은 2005년 추수감사절 당시 로라 부시여사의 지지를 바탕으로 럼즈펠드 장관의 해임을 재차 건의했다. 우드워드는 “부시 여사가 럼즈펠드의 건방지고 오만한 행동이 남편인 부시대통령에게 해를 끼칠 것으로 판단해 카드 실장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부시대통령이 카드 전 실장의 요구를 또 다시 거부했으며 이에 따라 카드 전 비서실장이 지난 3월 백악관을 떠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카드 전 비서실장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 전쟁과 비교가 될 것'이며 '역사가 나를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조차 밝히지 못한 비서실장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앤드류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부시대통령에게 럼즈펠드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하자 사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시대통령과 카드 전 실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백악관
럼즈펠드, 이라크전 책임 면하려 코드 인사
한편 우드워드는 이라크전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비밀보고서가 최근 작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럼즈펠드 장관이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우드워드는 “합참 정보과는 지난 5월 작성한 비밀 보고서에서 '이라크 폭력사태가 올해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이 보고서는 백악관과 국무부 그리고 다른 정보기관들 사이에 널리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우드워드는 또 “보고서는 시아파 반군의 위협이 확대됨에 따라 이라크 주둔 연합군의 철군 요청이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며 “라이스 장관과 럼즈펠드 장관도 이라크 상황 악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부가 미국의 정책 실수에 대해 지적하자 ‘절대 되돌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며 “럼즈펠드 장관은 측근들의 계속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을 줄이기 위해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리처드 마이어 장군과 피터 페이스 장관을 합참의장에 임명되도록 했다”고 주장하기도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 역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9.11사태 발생 직전 전문가들의 테러 위험 경고에도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우드워드의 주장에 대해 새로운 것이 없다며 일축했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이미 그 책은 읽어 봤다"며 "이미 다른 서적들에서 주장했던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상세하게 다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