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사태, 암거래 아닌 정치력으로 풀어야
[김진홍의 정치in] <11> 협상의 정치학
이따금씩 '우리나라도 선진국을 향해 한발한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쓰레기가 거의 사라져 한결 깨끗해진 길거리를 볼때,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도로의 울퉁불퉁함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편안함을 느낄때,단정한 제복을 입은 버스 운전기사가 승객들에게 일일이 "어서 오십시요"라고 인사할 때,정찰제가 정착돼 가는 것을 볼때,말끔히 정돈된 공중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웰빙에 신경쓰는 이웃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때 등등.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우리 주변의 일들을 보면 괜시리 흐뭇해진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1945년과 비교할 때 1인당 국민소득(GNI)은 243배 가량 오르고,국내총생산(GDP)은 605.8배나 증가했으니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화들을 체감하며 문득문득 '발전하는 대한민국'이란 느낌을 갖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 틀리없다.
반면 '아직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날 때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의 자살률을 갖게 됐다는 최근의 소식도 그렇다. 지난해 하루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놀랍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난다. 40,50대 남성과 60대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실업 및 생활고,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해 우울하게 한다.
전국을 도박장화해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털어간 '바다이야기' 추문도 영락없는 후진국형이다. 최근 열린 제25회 전국장애인체전의 성화대가 추락함으로써 장애인들을 실망케 한 사고나 개인 돈벌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기생관광'과 성매매를 알선함으로써 나라 체면마저 손상시킨 파렴치범이 활개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상가의 냉난방기 연소기와 지상을 연결하는 배관 이음새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져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한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금융기관의 돈을 개인금고처럼 꺼내쓰다 사법처리된 사례는 분노를 자아낸다.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현재 진행중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다. 임기를 1년 반정도 남겨둔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고시 동기생인 전 후보자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려는 무리수로 인해 정국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헌법재판소도 그 권위와 명예를 크게 훼손당했다.
청와대의 긴장감은 클 것이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이 좌절되고,'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를 접은 데 이어 전 후보자 임명마저 무산될 경우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남은 임기의 국정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청와대가 20일 열린우리당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효숙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에도 '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사 표현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자세도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장석까지 점거한 바 있고,전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헌법 소송이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배수의 진까지 쳤다. 그냥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여야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듯해 보이지만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게 정치권의 몫이다.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고,이번 사태를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를 조정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울한 국민들의 어깨가 더 쳐지도록 방치하는 일도 옳지 않다.
해법은 정치력뿐이다. 양측이 서로 상대방의 퇴로(退路)를 마련해줘야 한다. 일례로 여권에선 한나라당을 위해 노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그리고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임명을 위한 국회 절차에 협조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를 위해 여권은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는 전 후보자 국회동의 절차를 강행하려 하지 말고,일부 군소정당과의 '암거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도 안된다. 또 한나라당은 과거에 헌법재판관이 아닌 인사가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됐던 관행을 존중해 작금의 형식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타협점 찾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의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벌써 세차례 무산됐다. 노 대통령과 전 후보자는 큰 상처를 입었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야성(野性)을 회복하려는 듯 강공 일변도로 나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승자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의 조속한 대타협을 기대해본다. 특히 여권이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 있더라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가를 위해 대범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나라였던가'라고 실망하던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1945년과 비교할 때 1인당 국민소득(GNI)은 243배 가량 오르고,국내총생산(GDP)은 605.8배나 증가했으니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화들을 체감하며 문득문득 '발전하는 대한민국'이란 느낌을 갖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 틀리없다.
반면 '아직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날 때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의 자살률을 갖게 됐다는 최근의 소식도 그렇다. 지난해 하루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놀랍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난다. 40,50대 남성과 60대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실업 및 생활고,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해 우울하게 한다.
전국을 도박장화해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털어간 '바다이야기' 추문도 영락없는 후진국형이다. 최근 열린 제25회 전국장애인체전의 성화대가 추락함으로써 장애인들을 실망케 한 사고나 개인 돈벌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기생관광'과 성매매를 알선함으로써 나라 체면마저 손상시킨 파렴치범이 활개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상가의 냉난방기 연소기와 지상을 연결하는 배관 이음새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져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한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금융기관의 돈을 개인금고처럼 꺼내쓰다 사법처리된 사례는 분노를 자아낸다.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현재 진행중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다. 임기를 1년 반정도 남겨둔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고시 동기생인 전 후보자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려는 무리수로 인해 정국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헌법재판소도 그 권위와 명예를 크게 훼손당했다.
청와대의 긴장감은 클 것이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이 좌절되고,'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를 접은 데 이어 전 후보자 임명마저 무산될 경우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남은 임기의 국정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청와대가 20일 열린우리당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효숙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에도 '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사 표현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자세도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장석까지 점거한 바 있고,전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헌법 소송이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배수의 진까지 쳤다. 그냥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여야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듯해 보이지만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게 정치권의 몫이다.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고,이번 사태를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를 조정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울한 국민들의 어깨가 더 쳐지도록 방치하는 일도 옳지 않다.
해법은 정치력뿐이다. 양측이 서로 상대방의 퇴로(退路)를 마련해줘야 한다. 일례로 여권에선 한나라당을 위해 노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그리고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임명을 위한 국회 절차에 협조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를 위해 여권은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는 전 후보자 국회동의 절차를 강행하려 하지 말고,일부 군소정당과의 '암거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도 안된다. 또 한나라당은 과거에 헌법재판관이 아닌 인사가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됐던 관행을 존중해 작금의 형식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타협점 찾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의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벌써 세차례 무산됐다. 노 대통령과 전 후보자는 큰 상처를 입었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야성(野性)을 회복하려는 듯 강공 일변도로 나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승자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의 조속한 대타협을 기대해본다. 특히 여권이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 있더라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가를 위해 대범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나라였던가'라고 실망하던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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