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책임이 클린턴 전 민주당 정권에게 있다는 미 ABC 방송의 프로그램에 대해 클린턴측이 강력 반발, ABC방송이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ABC 방송이 오는 9일과 10일 양일간 방영할 2부작 '9.11로 이르는 길(The Path to 9/11)'은 9.11 사태가 클린턴 행정부의 우유부단함으로 미국이 테러에 취약하게 된 결과 발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클린턴 정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당연히 발끈해 ABC 방송에 내용 수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포함한 클린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이 프로그램이 클린턴 행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제거 기회를 놓치게 한 것처럼 그리고 있다"며 "부정확한 사실로 끔찍한 사건에 대해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방송이 9.11위원회에서 사실로 확인한 것들과 배치되는 장면들을 방영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위원회의 보고서를 근거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며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수정을 요구했다.

민주당 전국 위원회도 ABC 방송의 모회사인 월트디즈니에 공식 서한을 보내 "이 프로그램의 방영은 야비한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의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방송 중단을 요구한 10만 명의 서명도 동봉했다.

ABC 방송은 이와 관련, 일부 내용의 수정을 약속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은 9.11 위원회의 자료를 근거로 '극화'한 것으로 각색한 장면들과 가상인물들을 담고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 수정은 연방정부 관리들의 우유부단함이 미국을 더욱 위험에 노출되게 만들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클린턴측 압박 때문에 수정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방송은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어느 한 개인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여, 클린턴측의 수정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