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상수지가 석달만에 다시 2억달러의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경제에 다시 경고음이 울렸다.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반전한 것은 상품수지가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수출 차질 등으로 크게 줄어든 가운데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여행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은행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연간 경상수지 적자'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7월 여행수지 적자 사상최대, 석달만에 경상적자로 반전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7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지난달 2억1천2백4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4월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5~6월 연속 흑자를 냈지만 7월 들어 3개월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7~8월 휴가와 방학으로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계절적 성격 탓에 서비스수지에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했고, 노사분규로 인해 자동차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그동안 적자 전망이 나오기는 했지만 적자규모가 예상치보다 큰 데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고 수입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크게 늘면서 상품수지는 17억9천9백9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전달의 27억달러보다 9억달러 줄어들었다. 작년 같은 기간의 31억7천달러 흑자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해외여행객들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7월 해외여행 수지는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은 "IMF사태후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로 반전 가능성"
서비스수지는 7월중으로는 사상 최대인 17억4천3백9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전달 11억달러보다 5억7천만달러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는 여행수지가 사상 최대인 12억3천5백8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욘사마 열풍' 시들 등으로 일본인 등 외국인의 국내여행으로 인한 수입은 4억달러로 소폭 감소한 가운데, 해외여행과 연수 등으로 지급한 외화는 16억5천8백40만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의 70%를 여행수지 적자가 차지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올해 국민실질소득 증가율은 1.5%에 그쳐 사실상 불황"이라고 말할 정도로 체감경기가 극히 나쁜 와중에도 여행수지 적자가 계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아파트값 폭등 등에 따른 극심한 빈부 양극화의 산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적자로 경상수지는 올들어 1~7월 누적기준으로도 6억3천8백50만달러 가량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8월에도 해외여행 급증 등으로 적자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 경기 하락 등으로 수출이 더 둔화될 것으로 보여 올해 연간으로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자본수지는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매도와 국내기관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금은행의 해외 단기차입과 선박수출관련 수출 선수금 수입이 늘어나면서 17억3천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직접투자수지는 1억달러 순유출, 증권투자수지는 37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은행의 해외단기차입 등으로 인한 금융자금 유입이 58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예상대로 7월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됨에 따라 연간 단위로 볼 때 IMF사태 발발후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외화거래를 하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환차손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은의 올해 공식 경상수지 전망치는 40억달러 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