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들 보고 깜짝 놀랐다"
<뷰스칼럼> "<조선>은 골프장 터트리고, <중앙>은 안원구"
7일 대기업 임원이 한 말이다. 보수신문들 논조에서 꼭 꼬집어 뭐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심상치 않은 '압박'의 느낌이 들더라는 얘기였다.
"요즘 보수신문들이 왜 이러나"
요즘 언론계에는 이런 얘기도 떠돈다.
"<조선일보>는 골프장게이트 터트리고, <중앙일보>는 안원구게이트 터트리고..."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비자금 파문과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폭로는 지금 여권을 밑둥채 뒤흔들고 있는 최대 뇌관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 두 사건을 가장 먼저 불붙인 매체가 다름 아닌 <조선>, <중앙>이라는 데 있다.
골프장게이트는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연루 의혹을 실명보도하면서 봇물 터졌고, 안원구게이트는 <중앙일보> 일요판격인 <중앙선데이>가 안 국장 부인 홍혜경씨 주장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불을 붙인 뒤 슬쩍 한걸음 물러났으나, 그후 각 매체가 달라붙으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정권 입장에서 보면 오장이 뒤집히는 일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왜 이런 일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다른 곳도 아닌 보수정권과 보수언론 사이에서 말이다.
이들 신문의 입장을 좋게 보면, "우리가 만든 정권이니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엄격히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통 언론학의 ABC는 "보수언론은 보수집권기에 더 엄격하게 권력을 감시하고, 진보언론은 진보집권기에 더 엄격하게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출범시킨 권력을 돕는 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언론들이 이 ABC에 충실하지 못했던 게 객관적 사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단순하게만 해석하고 넘어갈 일은 아닌 성 싶다. 그렇다면 또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닐까.
요즘 세종시 문제를 놓고 보수언론들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은 물론, 자유선진당까지도 틈만 나면 쏟아내는 단골메뉴가 "종편의 노예"라는 원색적 비난이다. 종편을 따내기 위해 보수신문들이 야당들을 험하게 몰아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다.
실제로 언론계와 정가에는 거의 매일같이 '종편 뉴스'가 나돌고 있다. "가장 친여적인 A사는 무조건 1번으로 낙점됐고, 남은 티켓 1장을 놓고 B사와 C사가 치열히 경합중이다", "예상밖으로 B사가 탈락했다더라", "무슨 소리냐, C사가 자금력 때문에 밀렸다더라" 등등. 한결같이 출처불명의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종편 선정이 현 정권에게 얼마나 골머리 아픈 사안인가를 감지케 하는 방증이다.
"'1+1'안...아니면 모두 퇴짜안까지"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며칠 전,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정부여권내 분위기를 전했다.
"얼마 전까지만 종편과 관련한 정설은 '원 플러스 원(1+1)'이었다. 내년 상반기에 우선 1곳만 선정하고, 나머지 1곳은 내후년에 선정하자는 거였다. 내년에 한꺼번에 2곳을 선정하면 탈락한 언론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탈락한 보수언론들이 말 그대로 복수혈전에 나선다면 지방선거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따라서 우선 1곳을 선정한 뒤, 선거후에 또다시 1곳을 더 선정하겠다고 하면 큰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 안의 골자다. 하지만 과연 내년 상반기에 1곳만 선정했을 때, 탈락한 다른 언론들이 가만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실명을 얘기할 순 없으나 종편 결정에 영향력이 큰 인사를 만났더니 전혀 새로운 얘기를 하더라. 아예 내년 상반기에는 1곳조차도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말해 신청한 곳 모두를 퇴짜 놓겠다는 거였다. 명분은 '자격 미달'. 방통위이 내세운 종편의 목표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매체'를 키우겠다는 거다. 이런 조건에 모두 미달됐으니, 더 준비를 해 다시 신청을 하라고 할 수도 있다는 거다. 1곳만 신청하면 다른 곳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판이니, 아예 선정기간을 내후년 쯤으로 확 늦춰버리자는 식이었다."
이 중진의 전언조차 아직까지는 하나의 '안(案)'이자 설(說)'일 뿐이다. 종편 선정을 1~2년 뒤로 크게 늦출 경우 보수신문들이 가만 있을 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나중에 죽든 살든 종편 허가를 한꺼번에 3개 다 내주면 되지 않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종편은 정말 "종편 진출 신문들의 집단무덤"이 될 게 불을 보듯 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언론과 권력, '비판적 거리'
"너무 가까이 했다간 함께 불타 버리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얼어죽는다."
재계에서 흔히 권력과 자본의 관계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리를 얘기하는 셈.
일부 언론학자들은 이를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 원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험한 비유다. 언론도 '취재'를 위해선 권력과 가까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취재라는 한정된 목적을 전제로 한다. 또한 가깝더라도 언제든 권력의 잘못을 활자화할 수 있는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취재 이상'의 이해관계가 언론과 권력 사이에 낀다면 당연히 어불성설일 거다. 그런 면에서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좀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신문을 위해서도 그렇고, 권력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이 비록 더없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말이다.
그래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지켜보는 눈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이 차갑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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