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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재단 방치에 분노하는 장애인들

<현장>장애인들이 종로구청 점거 나선 이유

정립회관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장애인 시설 비리로 알려진 성람재단 사태의 사후 처리를 놓고 최근 들어 극한 대립을 펼치던 종로구청과 장애인 단체의 갈등이 11일 마침내 폭발했다.

1백50개 인권.복지.장애인단체들로 구성된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공투단)’은 11일 오후 2시 40분경 기습적으로 종로구청 후문 로비와 사회복지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종로구청의 요청에 따른 경찰의 출동으로 1시간 30분 만에 24명의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연행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지난 4년간 방치해 온 ‘시설재벌’ 성람재단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처해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특히 지난 7월 26일부터 공투단이 ▲성람재단 비리척결 ▲비리이사진 전원해임 ▲민주이사진 구성을 요구하며 종로구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이후 종로구청 측에서 4차례에 걸쳐 강제해산에 나서면서 감정대립이 심화된 상태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충돌은 격렬했다.

종로구청 앞 농성 17일째를 맞는 공투단. 하지만 경찰에 의해 천막농성장은 빼앗겼고 짐만 비를 피한 채 쌓여있다.ⓒ뷰스앤뉴스


이날 결의대회에는 노동자.시민사회단체 연대단위 총 1백20여명이 참석했다.ⓒ뷰스앤뉴스


종로구청은 공투단의 천막농성 사흘째인 28일 구청 공무원 30여명을 투입해 천막을 철거하고 공투단의 차량을 강제견인하는 등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시종일관 비타협적인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점거농성은 경찰이 정문과 주차장 입구를 봉쇄한 가운데 유일하게 병력이 배치되지 않았던 종로구청 후문 로비를 통해 이뤄졌다.

종로구청 앞 17일 농성 이어가던 장애인들 분노 폭발

1백20여명의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우선 정문과 주차장 입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고 이 사이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활동가들 40여명이 순식간에 후문 로비를 장악하고 사회복지과를 점거했다.

이어 이들은 구청장실이 있는 2층으로의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병력이 막아섰고 이후 30분 동안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경찰 병력이 증원되고 오후 3시경 종로경찰서장이 직접 경고방송을 하며 해산을 종용하자 장애인들은 사회복지과 사무실로 모두 들어가 입구를 쇠사슬로 봉쇄하고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경찰은 사무실 바깥방을 통해 이어진 통로로 사회복지과에 연행조를 투입해 4시경 전경버스 두 대를 동원해 24명의 장애인 활동가를 연행했다.

2시 40분경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구청 민원실 앞에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뷰스앤뉴스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활동가 40여명은 종로구청 사회복지과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이 지난 3시 40분경 전원 연행됐다.ⓒ뷰스앤뉴스


공투단이 종로구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지난 6월 구속기소된 조태영 이사장의 국고보조금 횡령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사진의 해임권을 갖고 있는 종로구청이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람재단은 84년 서울정신요양원을 시작으로 사회복지시설을 확충해 2006년 현재, 14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이른바 ‘시설재벌’이다.

주요 시설은 경기도 철원의 은혜, 문혜장애인요양원, 송추 서울정신요양원, 송추병원, 철원치과, 부원농장 등이 있고 약 2천여명에 달하는 중증장애인 및 정신지체장애인이 수용돼있다.

하지만 성람재단과 조 전 이사장은 사회복지시설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국고보조금을 빼돌려 착복했다는 의혹을 2003년 말부터 받아왔고 시설민주화와 관련, 재단 직원들의 내부고발이 이뤄지는 등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아왔다.

게다가 성람재단은 악의적인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지난 2004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기 국정감사 당시 증인신청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적도 있을 정도.

성람재단 전 이사장 비리 사실로 드러났지만 종로구청은 묵묵부답

이와 관련 조태영 전 재단 이사장은 지난 6월 시설 국고지원금 9억 5천만원을 빼돌려 아들 유학비와 주식투자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결국 구속 기소됐다. 조 전 이사장은 7월 28일 의정부 지원에서 진행된 첫 번째 구형 재판에서도 국고보조금 횡령을 자백해 기소 내용을 전부를 인정했다.

이처럼 성람재단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공투단은 재단 이사진이 전원 퇴진과 비리척결을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 사회복지과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구청 측은 4년 전부터 제기됐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판결이 나오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이사진 전원 퇴진과 관련해서는 “이사장 한 명의 비리를 다른 이사들에게 적용해 모두 퇴진시키는 것은 연좌제”라며 “공투단이 우리에게 불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공투단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청 "공투단이 무리한 요구" vs 공투단 "구청 측의 명백한 직무유기"

공투단은 “구청이 애초에는 자신들이 이사해임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발뺌하다가 최근 복지부와 서울시의 유권해석이 내려지자 그제서야 법원 판결을 두고 보자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구청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공투단은 구청 측의 ‘연좌제’ 발언과 관련해서도 “이사장이 구속기소되고 남은 이사진들은 모두 이사장이 직접 선임하거나 친인척인데도 이를 그대로 둔다면 시설 비리와 이에 따른 장애인의 인권유린은 계속될 것”이라며 일축했다.

한 중증장애인들이 경찰의 연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뷰스앤뉴스


실제로 현행 사회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회계부정이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행정기관이 시설폐쇄와 이사회 임원의 해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중대한 불법행위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1차 위반만으로도 시설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실질적인 행정기관인 종로구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양한 셈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비리 이사진 교체와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

이와 관련 공투단은 “종로구청은 비리재단의 이사진 전원해임 요구에 대해 자신에게 권한이 없다거나 법제도의 미비를 더 이상 핑계 삼을 수 없게 됐다”며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자신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해 성람재단의 비리척결, 비리이사진 전원해임, 민주이사진 구성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공투단의 결의대회에 앞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도 ‘성람재단 비리척결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사태해결을 위해 종로구청 측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투단과 마찬가지로 성람재단 현 이사진의 전원 해임과 민주적 이사진 교체를 촉??는 한편 올해 안에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국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당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사전에 요청한 김충용 종로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대표단에 박경석 공투단 공동대표가 참석했다는 이유로 구청 측이 면담을 거절해 무산됐다.

한편 이날 오전 의정부 지법 1호 법정에서 예정되어있었던 조태영 전 이사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추가심리를 이유로 선고를 9월 1일로 연기됐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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