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림-현대상선 등 적대적 M&A에 노출
[기고] 은폐된 '외국인주주 실체' 파악후 잭 웰치式 접근해야
‘과연 우리 기업은 외국인 경영간섭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가?’
최근 KT&G에 대한 아이칸의 경영권 간섭 사태를 계기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던져지는 의문이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국내외 증권사는 물론 국내 유관 연구 기관들은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 명단을 작성, 발표하기도 한다.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반면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일차적 대상이 된다. 이런 기업 중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데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는 기업들이 외국인의 공격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 외국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돼 있어
필자도 기존 여러 연구와 유사한 방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둘 만한 기업들을 선별해 보았다. 우선 국내 기관들이나 외국인들은 너무 작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른바 유동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기업들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 주식을 사고 싶을 때나 팔고 싶을 때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가증권 시장 내 시가 총액 1천억원 이상의 제조업체들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1차적 선별 기준은 분석 대상 기업 중에서 ‘경영성과는 우수하지만 주가는 저평가 되어 있는 기업들’이다. 즉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 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분석 대상 기업들의 평균치보다 높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정도이고, 주가수익비율(PER)도 분석 대상기업의 평균치를 밑도는 기업들을 선별하였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고 무조건 외국인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 지분율이 높다면 충분히 외부 공격에 대해 방어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차적 선별 기준은 저평가된 기업 중에서 ‘우호 지분을 포함한 대주주의 내부 지분율이 30%가 안 되는 반면에 외국인 지분율은 대주주 지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기업들’이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포스코, KT, SK, 대림산업,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 영원무역 등은 내부지분율이 외국인 지분율보다 현저히 낮은 동시에 경영성과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어 외국인들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차, KT&G, 삼성SDI,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제일모직, 제일기획, 대덕전자, 금호전기, 대덕GDS 등은 내부 지분율은 낮고 경영성과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만 그 정도가 앞서 지적한 8개 회사보다는 다소 나은 기업들이다. 상기한 기업들은 국내의 대표적 기업들로서,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기업들이다.
‘날씨가 덥다’ 또는 ‘춥다’ 는 감정적 인식을 객관화하는 방법은 섭씨 또는 화씨온도계라는 잣대를 가지고 수치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수치화된 온도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다. SK 사태뿐 아니라 작금의 KT&G 사태의 경우에서도 나타나듯이 경영진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과 재원을 동원한다. 회사의 총력을 한 곳에 집중해도 좋은 경영성과를 내기 어려운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경영진들이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다 보면 회사 본연의 경영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필자의 분석 결과에 대해서 해당기업들이 이견을 제기할 충분한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상기한 기업들이나 또는 이와 유사한 처지에 놓은 기업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경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러한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외국인 주주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느냐’가 관건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무조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내부 지분율보다 높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이다. 다시 말해 어떤 외국인들이 우리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가를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뮤추얼 펀드나 펜션 펀드(연기금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경영 간섭보다는 투자 수익률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투자 운영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가 심하지 않은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들의 경우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또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기 위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기업이 따라주기를 원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기업 경영권에 간섭하는 사례가 많다. SK에 대한 소버린의 사례가 그러했고, 금번 KT&G에 대한 아이칸의 경영 간섭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 구성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런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업들이 주주 구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아마도 주주명부일 것이다. 분기나 반기 배당을 하는 기업들은 분기 혹은 반기별로 주주명부를 폐쇄하여 주주 구성을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1년에 한번 주주명부를 폐쇄한다.
그러나 문제는 주주명부를 살펴보아도 외국인 주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데 있다. 즉 주주명부 상에 국내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상세히 나타나지만, 외국인 주주들은 실명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신에 수탁은행(Custodian bank)이나 대리인의 이름이 나타난다.
한 예로 소버린의 경우 SK의 주식을 14% 이상 소유하고 금감원에 공시까지 했지만 주주명부 상에는 소버린 소유의 주식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5%룰을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명의 주주가 5% 미만으로 나누어서 주식을 보유하다가 특정 목적을 위해 주총 이전에 공시를 한다면 발행 기업은 이를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아이칸의 사례가 그러한 예이다. 아이칸, 하이리버, 스틸파트너스 등은 지난해 9월부터 KT&G 주식을 장에서 집중 매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올 2월 3일 금감원 공시들 통해 아이칸 및 특수 관계인은 KT&G 주식 1천여만주를 보유, 지분율이 6.59% 달한다고 밝혔다. 세 기관이 무려 4천6백53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아이칸이 공시하기 이전까지는 아마도 KT&G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실질주주 파악과 이들의 투자 스타일 분석이 중요
몇 년 전에만 해도 CRM(고객관계관리)이라는 단어는 학술 용어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그 뜻을 거의 아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고객관리 또는 고객만족이 기업 경영의 큰 화두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제 상장 기업들은 CRM을 하듯이 IRM(투자자관계관리)을 해야 한다. 발행 기업이 '평상시에 투자자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효율적 관리가 요구되는 것이 전술한 바와 같이 그들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실질주주(Beneficial owners)를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자료를 얻기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벤더들이 있다. 이런 전문 벤더들을 활용하면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회사의 실질 주주이며, 이들이 얼마만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펀드 소재지 및 담당자 등은 누구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 요즘 KT&G는 조지슨 쉐어홀더를, 아이칸 측은 이니스프리라는 전문 벤더들을 동원해 자기를 지지하는 다른 주주가 누구인가를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회사의 외국인 주주 중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나아가 외국인 실질주주들이 어떤 투자 스타일을 추구하느냐를 동시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알아야 이들 펀드들이 사안에 따라 우군 또는 적군이 될 대상이 누군가 인가를 사전에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들은 펀드 조성 초기부터 투자 스타일을 결정하고 태동한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 평가되어 있는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 투자형(Value) 펀드, 기업의 현 주가 수준보다는 성장성에 관심을 두고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성장 투자형(Gorwth) 펀드, 이 둘의 중간 형태를 보이는 가프(GARP)형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 스타일이 존재한다.
앞서 뮤추얼 펀드나 펜션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경영 간섭보다는 투자 수익률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소버린이나 아이칸 같은 투자자가 깃발을 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 뮤추얼 펀드나 펜션 펀드라고 해도 여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선봉자의 의견에 동조하면 그 만큼 대상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자기들의 투자 수익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SK 사태때 SK가 철썩같이 믿었던 웰링턴이 소버린 입장을 지지하였고, 금번 KT&G 사태에서도 프랭클린 뮤추얼 펀드가 아이칸 입장을 지지한 것이 그런 예들이다.
잭 웰치에게서 배워라
KT&G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방어할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IMF 이후 어렵게 정착되고 있는 제반 금융 제도 및 관행들을 IMF 이전 수준으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점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경영 성과를 창출함은 물론 IR 활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IR 활동을 통해 주주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미시간 대학 경영학과 교수인 노엘 티치 교수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서 GM사의 알프레드 슬로안과 GE의 잭 웰치 회장을 꼽았다. 또 노엘 교수는 "두 사람을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잭 웰치 회장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21세기에 적합한 기업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잭 웰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엘 교수가 말하는 모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잭 웰치가 이룬 기업가치의 증대이다. 잭 웰치가 회장으로 취임하던 지난 1981년 GE의 시가총액은 1백20억 달러였으나 2001년에는 4천3백30억 달러에 달해 재임 20년 동안 GE의 기업가치를 36배 이상 높여 놓았다. 잭웰치가 이런 신화적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일과 중 상당한 시간을 투자자나 주주들을 만나는 데 할애했다. 잭 웰치 회장이 바쁜 일정에도 투자자들을 만났던 이유는 시장(Market)이 기업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는 동시에 경영성과 및 관련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여 향후에도 현금창출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 잭 웰치는 '시장은 우리보다 현명하다'라는 믿음을 갖고, GE가 수립한 비전이나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투자자들을 만났다. 어찌 보면 시장 또는 투자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경영 컨설턴트이고, 이런 훌륭한 경영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내용을 다시 경영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의 경영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잭 웰치 회장이 주는 교훈을 가슴속에 각인할 시기인 것 같다.
최근 KT&G에 대한 아이칸의 경영권 간섭 사태를 계기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던져지는 의문이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국내외 증권사는 물론 국내 유관 연구 기관들은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 명단을 작성, 발표하기도 한다.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반면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일차적 대상이 된다. 이런 기업 중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데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는 기업들이 외국인의 공격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 외국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돼 있어
필자도 기존 여러 연구와 유사한 방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둘 만한 기업들을 선별해 보았다. 우선 국내 기관들이나 외국인들은 너무 작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른바 유동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기업들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 주식을 사고 싶을 때나 팔고 싶을 때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가증권 시장 내 시가 총액 1천억원 이상의 제조업체들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1차적 선별 기준은 분석 대상 기업 중에서 ‘경영성과는 우수하지만 주가는 저평가 되어 있는 기업들’이다. 즉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 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분석 대상 기업들의 평균치보다 높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정도이고, 주가수익비율(PER)도 분석 대상기업의 평균치를 밑도는 기업들을 선별하였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고 무조건 외국인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 지분율이 높다면 충분히 외부 공격에 대해 방어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차적 선별 기준은 저평가된 기업 중에서 ‘우호 지분을 포함한 대주주의 내부 지분율이 30%가 안 되는 반면에 외국인 지분율은 대주주 지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기업들’이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포스코, KT, SK, 대림산업,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 영원무역 등은 내부지분율이 외국인 지분율보다 현저히 낮은 동시에 경영성과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어 외국인들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차, KT&G, 삼성SDI,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제일모직, 제일기획, 대덕전자, 금호전기, 대덕GDS 등은 내부 지분율은 낮고 경영성과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만 그 정도가 앞서 지적한 8개 회사보다는 다소 나은 기업들이다. 상기한 기업들은 국내의 대표적 기업들로서,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기업들이다.
‘날씨가 덥다’ 또는 ‘춥다’ 는 감정적 인식을 객관화하는 방법은 섭씨 또는 화씨온도계라는 잣대를 가지고 수치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수치화된 온도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다. SK 사태뿐 아니라 작금의 KT&G 사태의 경우에서도 나타나듯이 경영진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과 재원을 동원한다. 회사의 총력을 한 곳에 집중해도 좋은 경영성과를 내기 어려운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경영진들이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다 보면 회사 본연의 경영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필자의 분석 결과에 대해서 해당기업들이 이견을 제기할 충분한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상기한 기업들이나 또는 이와 유사한 처지에 놓은 기업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경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러한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외국인 주주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느냐’가 관건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무조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내부 지분율보다 높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이다. 다시 말해 어떤 외국인들이 우리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가를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뮤추얼 펀드나 펜션 펀드(연기금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경영 간섭보다는 투자 수익률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투자 운영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가 심하지 않은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들의 경우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또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기 위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기업이 따라주기를 원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기업 경영권에 간섭하는 사례가 많다. SK에 대한 소버린의 사례가 그러했고, 금번 KT&G에 대한 아이칸의 경영 간섭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 구성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런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업들이 주주 구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아마도 주주명부일 것이다. 분기나 반기 배당을 하는 기업들은 분기 혹은 반기별로 주주명부를 폐쇄하여 주주 구성을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1년에 한번 주주명부를 폐쇄한다.
그러나 문제는 주주명부를 살펴보아도 외국인 주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데 있다. 즉 주주명부 상에 국내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상세히 나타나지만, 외국인 주주들은 실명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신에 수탁은행(Custodian bank)이나 대리인의 이름이 나타난다.
한 예로 소버린의 경우 SK의 주식을 14% 이상 소유하고 금감원에 공시까지 했지만 주주명부 상에는 소버린 소유의 주식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5%룰을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명의 주주가 5% 미만으로 나누어서 주식을 보유하다가 특정 목적을 위해 주총 이전에 공시를 한다면 발행 기업은 이를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아이칸의 사례가 그러한 예이다. 아이칸, 하이리버, 스틸파트너스 등은 지난해 9월부터 KT&G 주식을 장에서 집중 매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올 2월 3일 금감원 공시들 통해 아이칸 및 특수 관계인은 KT&G 주식 1천여만주를 보유, 지분율이 6.59% 달한다고 밝혔다. 세 기관이 무려 4천6백53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아이칸이 공시하기 이전까지는 아마도 KT&G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실질주주 파악과 이들의 투자 스타일 분석이 중요
몇 년 전에만 해도 CRM(고객관계관리)이라는 단어는 학술 용어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그 뜻을 거의 아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고객관리 또는 고객만족이 기업 경영의 큰 화두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제 상장 기업들은 CRM을 하듯이 IRM(투자자관계관리)을 해야 한다. 발행 기업이 '평상시에 투자자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효율적 관리가 요구되는 것이 전술한 바와 같이 그들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실질주주(Beneficial owners)를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자료를 얻기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벤더들이 있다. 이런 전문 벤더들을 활용하면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회사의 실질 주주이며, 이들이 얼마만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펀드 소재지 및 담당자 등은 누구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 요즘 KT&G는 조지슨 쉐어홀더를, 아이칸 측은 이니스프리라는 전문 벤더들을 동원해 자기를 지지하는 다른 주주가 누구인가를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회사의 외국인 주주 중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나아가 외국인 실질주주들이 어떤 투자 스타일을 추구하느냐를 동시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알아야 이들 펀드들이 사안에 따라 우군 또는 적군이 될 대상이 누군가 인가를 사전에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들은 펀드 조성 초기부터 투자 스타일을 결정하고 태동한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 평가되어 있는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 투자형(Value) 펀드, 기업의 현 주가 수준보다는 성장성에 관심을 두고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성장 투자형(Gorwth) 펀드, 이 둘의 중간 형태를 보이는 가프(GARP)형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 스타일이 존재한다.
앞서 뮤추얼 펀드나 펜션 펀드 등은 상대적으로 경영 간섭보다는 투자 수익률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소버린이나 아이칸 같은 투자자가 깃발을 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 뮤추얼 펀드나 펜션 펀드라고 해도 여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선봉자의 의견에 동조하면 그 만큼 대상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자기들의 투자 수익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SK 사태때 SK가 철썩같이 믿었던 웰링턴이 소버린 입장을 지지하였고, 금번 KT&G 사태에서도 프랭클린 뮤추얼 펀드가 아이칸 입장을 지지한 것이 그런 예들이다.
잭 웰치에게서 배워라
KT&G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방어할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IMF 이후 어렵게 정착되고 있는 제반 금융 제도 및 관행들을 IMF 이전 수준으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점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경영 성과를 창출함은 물론 IR 활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IR 활동을 통해 주주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미시간 대학 경영학과 교수인 노엘 티치 교수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서 GM사의 알프레드 슬로안과 GE의 잭 웰치 회장을 꼽았다. 또 노엘 교수는 "두 사람을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잭 웰치 회장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21세기에 적합한 기업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잭 웰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엘 교수가 말하는 모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잭 웰치가 이룬 기업가치의 증대이다. 잭 웰치가 회장으로 취임하던 지난 1981년 GE의 시가총액은 1백20억 달러였으나 2001년에는 4천3백30억 달러에 달해 재임 20년 동안 GE의 기업가치를 36배 이상 높여 놓았다. 잭웰치가 이런 신화적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일과 중 상당한 시간을 투자자나 주주들을 만나는 데 할애했다. 잭 웰치 회장이 바쁜 일정에도 투자자들을 만났던 이유는 시장(Market)이 기업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는 동시에 경영성과 및 관련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여 향후에도 현금창출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 잭 웰치는 '시장은 우리보다 현명하다'라는 믿음을 갖고, GE가 수립한 비전이나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투자자들을 만났다. 어찌 보면 시장 또는 투자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경영 컨설턴트이고, 이런 훌륭한 경영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내용을 다시 경영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의 경영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잭 웰치 회장이 주는 교훈을 가슴속에 각인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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