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식 교수 "한국경제, 미국경제보다 심각"
"미국이 U자형 회복이라면 한국은 L자형에 가까울 것"
16일 <한국일보>에 다르면, 최근 학기를 마치고 방한한 박윤식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경제 상황과 관련, "적어도 금융은 정상을 회복했다고 본다. 시장 안정도를 대표적으로 반영하는 3개월 만기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금리)가 작년 리먼 사태 전후 2.25%에서 순식간에 5%대로 뛰었는데 최근 1% 아래까지 떨어졌다"며 "실물 경기도 이제는 저점에 아주 가까이 왔다고 본다. 올 하반기에는 더 이상의 추락은 없을 듯 하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최근 금융활황세를 보이는 한국경제에 대해선 "밖에서 지켜 본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더 힘들다고 본다. 회복의 동력인 내수 비중이 미국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라며 "결국 수출이 관건인데 미국 같은 선진국이 회복돼야 한국도 회복될 것이고 그 속도도 미국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U자형 회복이라면 한국은 L자에 가까울 것 같다"며 "요즘 주가는 반짝 오르는 듯 하지만 한국 경제는 근본적 취약성도 여전하다. 준법정신 회복과 불필요한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요즘도 지방에선 유명 건설사의 아파트도 미분양이 나온다"며 "거시적인 유동성은 많이 풀렸다지만 기업들에겐 여전히 '돈맥경화'가 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잉유동성 우려에 대해선 "지금은 경기 살리기가 우선인 상황이다. 경기하강이 속도를 줄였을 뿐, 여전히 진행중이니까"라며 "한국의 탈출전략은 전반적 유동성보다는 부동산 같은 특정분야 중심으로 짜야 한다고 본다"며 부동산투기 움직임은 규제하되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계속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재정부-한은간 금융감독권 논란에 대해선 "감독체계 개편은 미국에서도 큰 이슈다. 세계적으로도 감독체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국가적 중대사인 만큼 청와대에서 나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옥상옥(屋上屋) 구조인 금융위ㆍ금감원은 통합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로 나뉜 국제ㆍ국내금융 관할도 인위적인 느낌"이라며 "한은에 거시 감독권을 주는 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한은이 소극적 역할에 머문다면 달라고 할 자격이 의심된다.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며 한은에 비판적 모습을 보였다.
그는 향후 국내금융계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선 "1933년 대공황 때 탄생한 미국의 IB(투자은행) 개념은 작년에 역사 뒤편으로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식 IB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새 금융 패턴으로 나가야 한다"며 "현재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런 재편작업이 진행중이니 이를 잘 참고해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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