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정권재창출 포기했나?
[김행의 '여론 속으로'] <5> 선거엔 딴전, 결국 '계륵소동'까지
열린우리당 지지율도 비슷하다. 수해골프로 비난 여론이 집중된 한나라당은 43.5%, 이에 비해 우리당은 거의 절반 수준인 23.5%다. (7월 24~26일, 전화조사,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309명,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2.7%)
이런 상황에서 7.26 재보선이 치러졌다. 4곳에서 모두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노 대통령도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탄핵의 주역’ 조순형은 선거 D-2일부터 판세를 역전해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적어도 사고라도 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4명의 후보 중 3명은 김만수 전 대변인을 포함해 전 ․ 현직 청와대비서관 출신이 아닌가.
7 ․ 26 선거 직전 이종석 장관 옹호 발언으로 우리당 후보 부관참시
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사건 이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가려나 했다. 그러나 선거 하루 전인 25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북한 설득에 미국이 제일 실패했다”고 한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성공 못했다고 말하면 안 되느냐”며 엄호하고 나섰다.
이 말의 파장이 저녁 뉴스와 선거 당일 조간신문에 어떻게 보도될지 몰랐다면 직무태만이거나 오만이다. 선거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열린우리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다음날이면 자신의 부하들이 저잣거리에 시체로 끌려 다닐 판인데, 대장이 앞장서서 부관참시한 꼴이다. 말 한마디로.
그러면서 지난 7 ․ 26 재보선을 앞두고 정동영 전 당의장에게는 왜 출마를 권유했을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나선다고 선거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응했다. “노대통령의 관심사는 국내정치 사안에서 멀어져 있고, 남북관계를 비롯한 안보방향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같은 시간, 열린우리당은 당의 생존을 놓고 몸부림쳤다. 노무현 대통령 본인 때문에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은 공중분해 직전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역할은 어려울 때일수록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하는 자리
노 대통령은 차기 정권재창출을 포기한 것인가. ‘지지율도 너무 낮고, 이미 힘을 잃어서’라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지지율은 빠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다. 50%를 웃돌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수해골프로 대책 없이 무너지는 것도 보지 않았는가.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기만 하면 지지율은 되살아 날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노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리고, 게다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는 데 있다. 그는 후보 시절, 지지율이 최악일 때도 ‘자신의 전부를 던지는 승부수’로 정권을 거머쥔 인물이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멀어진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리가 대통령 자리다. 혹여 여론과 국정의 방향이 다르면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민과 함께 뛰기 위해 몸을 낮춰야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임기만 끝내면 된다 생각한다면 곤란, 대가를 온 국민이 지기 때문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대통령은 차기정권 재창출에 무관심할 수 없다. 자신만 대충 임기를 끝내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그 대가를 몽땅 열린우리당이, 아니 온 국민이 지고 있다.
공자는 군자가 수신해야 할 내용 중 세 번째로 “군자는 근거 없는 억측과 절대적인 긍정, 고집, 그리고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 등 네 가지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자와 소인의 차이로 “군자는 사람을 넓게 사귀되 패거리는 짓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지을 뿐 사람을 넓게 사귀지 않는다”고도 했다.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노 대통령은 군자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소인배 정치’는 말아야 한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독특한 퍼스날리티와 코드인사가 엮어낸 ‘소인배 정치’의 극치는 ‘계륵대통령’을 쓴 조선일보와 ‘세금내기 아까운 약탈정부’를 기재한 동아일보에 대한 청와대의 취재거부로 나타났다.
정권재창출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대통령과 그래도 함께 가야만 하는 원죄를 진 열린우리당의 고행이 차라리 눈물겹다. 동력 없는 열린우리당의 험난한 앞길에 노대통령의 정권재창출 의지가 되살아날 기대는 정녕 난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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