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변하다 해고된 '정규직'
<기자의 눈> 천막농성 1백일째 맞은 고대 ‘출교생들'
지난 4월 19일 고려대에서 7명의 재학생들이 학교로부터 ‘출교(出校)’ 처분을 받았다. 출교 처분은 일반 재적과 달리 재입학 자체가 불허되는, 학교가 학생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에 해당한다.
7명의 출교생들은 출교 직후 학내에서 출교철회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이어갔고, 28일로 천막농성은 1백일을 돌파했다. 그러나 학교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7명의 출교생들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교처분무효확인소송’(담당변호 법무법인 정평 이상준 외 5인 변호사)을 제출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4월 5일 학생들이 이른바 이 학교 학생처장을 비롯한 일부 보직교수를 17시간동안 본관에 ‘억류’(이 표현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감금했다하고 학생들은 대치했다고 한다) 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학생들은 이 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출교 7인, 견책 7인, 유기정학 5인 조치를 각기 받았다.
‘감금이냐, 대치냐’ 논란 속에 사태발생의 근본 원인은 묻혀...
고대 당국은 “어떻게 학생이 스승을 가둘 수가 있냐”며 단단히 화가 났다. 일부 언론도 학생들의 ‘행위’ 그 자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분명 학생들의 행위가 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고대 출교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강조되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배경은 2005년 10월, ‘고려대 병설보건대학’이 ‘고려대학교'로 통합되면서 부터다. 한마디로 3년제(일부 학과는 2년) 보건대학이, 고려대 내 4년제 보건과학대학으로 개편된 것이다.
그러나 고대 당국은 통합전인 병설 보건대학 시절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적을 별도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학교간 통합은 됐으나 이전 전문대생(병설 보건대생, 물론 전문대라는 명칭은 지금은 쓰지 않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은 ‘감히’ 고대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고선 이들 전문대생들은 2006년 4월 4일부터 3일간 실시된 고대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고대 선거관리위원회는 “보건대 2~3학년 학생들과 1학년 학생들의 경우 고대 소유의 동일한 시설에서 고대 소속의 동일한 교원들로부터 교수를 받음으로 총학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을 합리적 차별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전 전문대생들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학교 당국은 이같은 선관위 해석을 무시하고 이들에 대한 투표권을 불허했다. 교수 억류 논란이 발생한 4월 5일, 출교 조치된 7명의 학생들을 포함한 고대 재학생들은 당일 본관에서 진행되고 있던 교무위원회로 찾아가 ‘투표권 인정 요구안’을 학생처장 및 보직교수들이 수령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는 교수들과 옥신각신 하다 결국 17시간이라는 대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병설보건대 교수.교직원은 통합으로 ‘고대가족’, 학생들은 그대로 ‘병설가족’
희안한 사실은 고대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학교측은 통합 이전 병설 보건대생들은 고대생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총학 투표권도 못 주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합 이전 병설 보건대의 교원 및 임직원들은, 통합 이후 모두 고대 소속으로 전환됐다.
마치 거대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할 때, 핵심 인력만 고용 승계를 하고 나머지 인력은 비정규직이나 하청으로 대체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받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고대 당국은 병설 보건대와의 통합이전에, 통폐합 과정에서 병설 보건대생에게 진정한 통합과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이 역시 흔히 기업구조조정에서 벌어지는 인수 회사의 지켜지지 않는 감언이설을 쏙 빼 닮았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권리’ 옹호하다 퇴출
고대 출교 사태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출교 당사자들이 ‘병설 보건대생’이라는 ‘오해’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대생들이 학교 통합으로 어부지리로 고대생으로 인생역전을 이루려 떼를 쓰다, 학교에서 퇴출 당했다”라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퇴출 당한 7명의 학생들은 ‘고려대 재학생’들이다. 더 나아가 출교당한 7인의 고대생들은, 병설 보건대생들의 학적을 고대 소속으로 전환해 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다. 다만 소속 학생의 기본 권리인 총학 선출권을 똑같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정규직 노동자(고대생)가 비정규직 노동자(전문대생)의 권리를 주장하다 사측(고대)으로부터 부당해직 통보를 받은 셈이다.
‘학벌주의’의 어두운 그림자
더 심각한 사실은 일부 보직 교수들의 일천한 인식에 있다.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부 고대 보직교수들이 억류 사태가 발생한 당일 “전문대생들이 남의 학교에 와서 이러냐, 나가라”고 했다는 것.
“전문대생!”, 학교 통폐합은 어쩔 수 없이 했다지만 '결코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계급이 될 수 없다'는 학벌주의의 인식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병설 보건대생들은 통합 이후에도 학적을 따로 관리하는 등 ‘그들만의 성’을 지키기 위한 온갖 수단을 다 갖췄음에도, 총학생회를 구성할 투표권조차도 주지못하겠다는 것이 학교 당국의 협량인 것이다.
이같은 학벌주의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고대 재학생들에게도 그대로 깃들어 있다. 일부 재학생들은 보직 교수들의 논리를 차용하며 “전문대생이 통합됐다고 해서 고대생이 되는 것은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같은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을 듯 싶다. 학교측이 이미 병설 보건대생들의 학적은 따로 관리하기로 해, 취업시 제출해야하는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에 ‘이 사람은 고대생이 아니다’라는 징표를 여러 군데에 걸쳐 박아둘 테니 말이다.
7명의 출교생들은 출교 직후 학내에서 출교철회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이어갔고, 28일로 천막농성은 1백일을 돌파했다. 그러나 학교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7명의 출교생들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교처분무효확인소송’(담당변호 법무법인 정평 이상준 외 5인 변호사)을 제출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4월 5일 학생들이 이른바 이 학교 학생처장을 비롯한 일부 보직교수를 17시간동안 본관에 ‘억류’(이 표현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감금했다하고 학생들은 대치했다고 한다) 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학생들은 이 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출교 7인, 견책 7인, 유기정학 5인 조치를 각기 받았다.
‘감금이냐, 대치냐’ 논란 속에 사태발생의 근본 원인은 묻혀...
고대 당국은 “어떻게 학생이 스승을 가둘 수가 있냐”며 단단히 화가 났다. 일부 언론도 학생들의 ‘행위’ 그 자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분명 학생들의 행위가 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고대 출교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강조되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배경은 2005년 10월, ‘고려대 병설보건대학’이 ‘고려대학교'로 통합되면서 부터다. 한마디로 3년제(일부 학과는 2년) 보건대학이, 고려대 내 4년제 보건과학대학으로 개편된 것이다.
그러나 고대 당국은 통합전인 병설 보건대학 시절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적을 별도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학교간 통합은 됐으나 이전 전문대생(병설 보건대생, 물론 전문대라는 명칭은 지금은 쓰지 않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은 ‘감히’ 고대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고선 이들 전문대생들은 2006년 4월 4일부터 3일간 실시된 고대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고대 선거관리위원회는 “보건대 2~3학년 학생들과 1학년 학생들의 경우 고대 소유의 동일한 시설에서 고대 소속의 동일한 교원들로부터 교수를 받음으로 총학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을 합리적 차별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전 전문대생들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학교 당국은 이같은 선관위 해석을 무시하고 이들에 대한 투표권을 불허했다. 교수 억류 논란이 발생한 4월 5일, 출교 조치된 7명의 학생들을 포함한 고대 재학생들은 당일 본관에서 진행되고 있던 교무위원회로 찾아가 ‘투표권 인정 요구안’을 학생처장 및 보직교수들이 수령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는 교수들과 옥신각신 하다 결국 17시간이라는 대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병설보건대 교수.교직원은 통합으로 ‘고대가족’, 학생들은 그대로 ‘병설가족’
희안한 사실은 고대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학교측은 통합 이전 병설 보건대생들은 고대생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총학 투표권도 못 주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합 이전 병설 보건대의 교원 및 임직원들은, 통합 이후 모두 고대 소속으로 전환됐다.
마치 거대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할 때, 핵심 인력만 고용 승계를 하고 나머지 인력은 비정규직이나 하청으로 대체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받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고대 당국은 병설 보건대와의 통합이전에, 통폐합 과정에서 병설 보건대생에게 진정한 통합과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이 역시 흔히 기업구조조정에서 벌어지는 인수 회사의 지켜지지 않는 감언이설을 쏙 빼 닮았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권리’ 옹호하다 퇴출
고대 출교 사태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출교 당사자들이 ‘병설 보건대생’이라는 ‘오해’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대생들이 학교 통합으로 어부지리로 고대생으로 인생역전을 이루려 떼를 쓰다, 학교에서 퇴출 당했다”라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퇴출 당한 7명의 학생들은 ‘고려대 재학생’들이다. 더 나아가 출교당한 7인의 고대생들은, 병설 보건대생들의 학적을 고대 소속으로 전환해 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다. 다만 소속 학생의 기본 권리인 총학 선출권을 똑같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정규직 노동자(고대생)가 비정규직 노동자(전문대생)의 권리를 주장하다 사측(고대)으로부터 부당해직 통보를 받은 셈이다.
‘학벌주의’의 어두운 그림자
더 심각한 사실은 일부 보직 교수들의 일천한 인식에 있다.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부 고대 보직교수들이 억류 사태가 발생한 당일 “전문대생들이 남의 학교에 와서 이러냐, 나가라”고 했다는 것.
“전문대생!”, 학교 통폐합은 어쩔 수 없이 했다지만 '결코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계급이 될 수 없다'는 학벌주의의 인식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병설 보건대생들은 통합 이후에도 학적을 따로 관리하는 등 ‘그들만의 성’을 지키기 위한 온갖 수단을 다 갖췄음에도, 총학생회를 구성할 투표권조차도 주지못하겠다는 것이 학교 당국의 협량인 것이다.
이같은 학벌주의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고대 재학생들에게도 그대로 깃들어 있다. 일부 재학생들은 보직 교수들의 논리를 차용하며 “전문대생이 통합됐다고 해서 고대생이 되는 것은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같은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을 듯 싶다. 학교측이 이미 병설 보건대생들의 학적은 따로 관리하기로 해, 취업시 제출해야하는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에 ‘이 사람은 고대생이 아니다’라는 징표를 여러 군데에 걸쳐 박아둘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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