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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여고, 이번엔 '탄원서 저지' 협박 파문

수십명 학생-학부모, 학교측의 압박전화 '확인서' 파면교사들에게 써줘

7월 16일 일요일 아침. 동일여고 재학생 A양은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OO니? 학굔데... 탄원서 받았니?”
“네.”
“오... (부모님이) 서명하셨니?”
“네... 근데 누구세요?”
‘뚝...(전화 끊김)’

같은 학교 2학년에 딸이 재학중인 학부모 B씨도 비슷한 시간대에 학교측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학굔데요... 저 OO이 담임입니다.”
“아, 네...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다름이 아니고 탄원서 있잖습니까?”
“네.”
“탄원서에 서명하실 겁니까?”
“글쎄요. 한번 생각해보고요.”
“탄원서 서명하지 마십시오. 가지고 계신 건 폐기처분 하세요. 괜히 학생들에게 불이익만 돌아갑니다.”
“네? 무슨 불이익요?”
“조사하느라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이나 오라 가라 할 수도 있구요. 어차피 학교측이나 선생님측이나 오래 끌면 학생들에게 도움될 게 없죠.”

학교측으로부터 탄원서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학생과 학부모 수십명은, 파면교사들에게 이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직접 확인서를 써 주었다. ⓒ뷰스앤뉴스


‘파면교사 선처 탄원서’까지 학교가 막아

학교내 급식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학교측으로부터 파면 조치된 동일여고 음영소, 조연희, 박승진 교사 사건과 관련, 학교법인 동일학원 소속 동일여고, 동일중, 동일여자산업디자인고 일부 교사들이 최근 학부모들을 상대로 파면 교사들의 복직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줄 것을 부탁했다. 교육청 및 관련기관에 낼 탄원서였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학교측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탄원서를 폐기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지 모른다”는 협박성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25일 오전 음영소, 조연희, 박승진 교사 등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에 따르면, 학교측 입장에 동조하는 일부 교사들은 지난 16일 오전, 동일여고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걸어 탄원서 서명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같은 사실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직접 증언하고 나섰다. 학교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수십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와 관련한 확인서를 파면교사들에게 써 준 것.

확인서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측이 “탄원서를 가지고 있으면 폐기시켜달라”, “탄원서를 가지고 있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압적 내용으로 전화를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파면 교사들을 지지하고 있는 일부 동일여고 교사들도 “전화를 돌린 그 날(16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차 모 교감, 백 모, 최 모, 윤 모, 신 모 교사 등이 일부러 출근해 일일이 전화를 돌린 것을 볼 때 학교측의 지시에 의한 조직적 협박행위로 판단된다”고 증언했다.

학교측의 이같은 경고는 엄포에 지나지 않는다. 탄원서가 교육청이나 관계 기관에 제출될 경우, 학교측은 관련 학생과 학부모의 명단을 확인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원서를 가지고 있거나 제출할 때 불이익이 따른다”는 학교측의 주장은 협박에 가깝다.

학교측은 전화를 건 사실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학교 차 모 교감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 글쎄 나는 모르는 일이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차 교감은 또 '급식비리와 파면교사 문제'와 관련해서 "학교측의 공식입장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나는 모른다. 그것도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교육청, 관선이사 왜 파견 안하나”

동일여고 비리 폭로 직후, 보복성 파면조처를 당한 박승진, 조연희, 음영소 선생님(왼쪽부터) ⓒ뷰스앤뉴스


이같은 탈법적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주무관청인 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동일여고에 대한 2005년 감사결과, 학교측이 교육청 지시에 불이행 할 경우 관선이사도 파견할 것임을 학교측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이미 동일학원이 감사결과 이행 공고를 냈기에 이제 교육청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관선이사 파견 검토에 대해서도 “안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냈다”고 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박경양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이와 관련, “교육관료와 사학재단이 조직적으로 결탁해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이 파면된 선생님들의 손을 들어주겠냐”고 교육청의 직무유기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청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동일여고 사태는 점점 확산되는 국면이다. 수십명의 학생-학부모가 파면교사들에게 '위압 전화 확인서'를 써줬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교권 수호 차원을 떠나 학생-학부모까지 합류하는 사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교육청이 외면으로 일관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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