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반노-반한나라' 정치게임
[이연홍의 정치보기] <13> 정대철과 한화갑의 신당 구상
수순의 시작은 일단 흩어지는 거다. 각개약진이다. 그것은 다시 모이기 위해서다. 그것을 위해 몸을 가볍게 만드는 거다.
열린우리당이 시작이다. 원내 다수당이다. 파트너는 민주당이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이다. 한나라당도 비켜가기 어려울 거다.
계획의 일단은 한화갑 민주당대표 입에서 나왔다. 24일 평화방송의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라는 프로에서다.
그의 얘기를 요약해서 재구성하면 이렇다. 한 대표는 최근 정대철씨와 만났다. 열린우리당 고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사람중 하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정 고문의 요청이었다고 한대표는 밝혔다.
둘은 정계개편을 얘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적문제가 대두됐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던 민주당이어서다. 그래야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을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가 물었다. “노 대통령이 탈당해야 헤쳐모여식 재창당도 있는 거 아닌가?”
정 고문이 대답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우리가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한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만 한다면 정계개편이) 정기국회 끝날 무렵이나 중간쯤에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개인적으론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정고문이 받았다.
“정기국회 기간중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대표가 다시 받았다.
“(그쪽이 그런 생각이라면)민주당 당명도 바꿀 용의가 있다.”
한대표의 설명은 이어졌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든 안 하든 헤쳐모여식의 정계개편이 시대적 요구일 때 결코 민주당만의 입장을 고집하지 않겠다.”
대신 조건을 제시했다.
"민주당 분당에 앞장 섰던 사람들(이른바 '천신정 그룹:천정배-신기남-정동영)은 그들이 옷을 갈아 입는다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
같이 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고건씨 얘기도 했다.
"대의를 위해 일을 착수해야지 대세에 영합하는 것은 정치를 함에 있어서 책임감 있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정적 입장을 밝힌 거다.
그 부분에 대한 정고문의 반응은 소개되지 않았다. 실제로 없었던 건 아닐 것이다. 한대표가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정 고문이 거부하진 않은 듯하다. 그랬다면 한 대표는 이 부분을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 고문도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정기국회 와중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치는 거다. 최소한 합치기로 발표라도 하는 거다. 그리고 그 수순을 밟아 나갈 거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는 식으로 말이다. 노 대통령과 천신정 그룹을 버린다고 했다. 고건씨는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식이다.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라는 거다.
성격은 명확하다. 일단은 반노(反盧), 혹은 최소한 비노(非盧) 정당이다. 처음엔 비노였다가 결국은 반노로 가려는 거다. 대선을 치르자니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정고문이 이 부분까지도 노 대통령과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도 알면서 눈 감아 주었을지 모른다.
대신 열린우리당은 큰 걸 챙기는 거다. 호남이다. 2002년 대선 당시로 회귀하는 거다. 그러니 고건씨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지는 거다.
주목할 점이 있다. 왜 서두르냐다. 둘의 대화를 보면 둘 다 서둘고 있다. 그래야 될 이유가 있나? 소개된 대화 속엔 없다. 소개되지 않은 대화 내용중에 그 부분이 있을 거다. 왜 정기국회 와중에 해야 되는지를 말이다.
실제로 따져보자. 최적기는 금년말이나 내년초다. 정기국회 와중에 한다 치자. 여론의 비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겠다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한 가지다. 한나라당이다. 그쪽의 분화를 자극하는 거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갈등의 싹이 솟았다. 온통 인화 물질들이다. 거기에 불을 당기려는 거다.
한번 따져보자. 이명박씨 쪽에서 살펴보자. 지도부는 박근혜 씨에게 장악당했다. 당을 해본 사람이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안다. 그래 가지고선 후보를 먹기 어렵다는 걸 말이다.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한다 해도 그렇다. 분위기라는 게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이란 게 있다. 그걸 이겨내기 어렵다고 보는 건 당연하다.
더군다나 이명박씨 쪽이 내건 명분은 개혁이었다. 그래서 이재오씨를 밀었다. 그런데 색깔론의 공격을 당했다. 당하는 쪽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탈당의 명분은 충분하다면 충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씨 쪽은 현재 탈당 가능성을 부인한다.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들 모두가 한 입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명분은 무엇인가. 명목적으론 반노다.
그런데 반노 개혁 정당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치자. 한화갑씨가 정대철씨와 얘기한 정당 말이다. 반노인 동시에 반한나라당이다. 그들은 한나라당을 3,4,5,6공 수구정당이라 비난할 것이다.
당연히 한나라당내에 동요가 생긴다. 크든 적든 말이다. 더군다나 신당이 거물이라도 영입했다고 치자. 동요 폭이 커질 지 모른다.
우선 소장파가 동요할 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그들을 보자. 개혁을 내걸었다. 그래서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그런데 자력으론 최고위원조차 못했다. 누가한테 졌느냐가 중요하다. 5,6공 출신들이다. 그들로서도 뛰쳐나갈 최소한의 명분은 이미 축적된 셈이다.
문제는 그런 명분이 내년 중에 다시 오느냐다. 일단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명분은 희석된다. ‘질 것 같으니까 나가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케 될지 모른다.
장외세력들도 보자. 이른바 뉴라이트들이다. 그들 역시 반노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변신을 주문한다. 그들이 그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까. 어차피 그들도 기성 정치세력에 준한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안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구 여권쪽의 신당과 구야권쪽의 신당 말이다. 누가 참여하고는 별개로 말이다. 크기에 상관없이 말이다. 서로는 서로를 당기려 할 거다. 하나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 게 된다. 반노-반한나라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은 4, 5개의 정당으로 분화된다. 누구도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상황속에서의 1등은 아무 의미도 없다. 아마도 그래도 한나라당일 거다.
그렇지만 그럴 때 제일 불리한 건 1등이다. 2,3등이 합쳐 1등을 누룰 수 있다면 2,3등은 합칠 가능성이 많다. 게임이론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미 그 장애물들을 서로 제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그것이다. 모두로부터 배척받을 지 모른다. 그것이 전략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결국 합종연횡이 시작된다. 정당별 사람별로 짜깁기가 시작될 거다. 그것이 내년초, 또는 봄이 될 것 같다. 현재로선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하나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불리하다는 점이다. 관건은 짝짓기다. 그 때문에 불리하다는 거다.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자칫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 정치역학상 그렇다.
둘이 모여 하나가 될 거다. 그 하나가 다시 하나를 합치려 할 거다. 그때 한나라는 혼자일지 모른다. 합병 세력과 분화 세력으로 대별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당 이미지의 손상은 막대할 것이다.
아마도 정대철씨와 한화갑씨는 그 부분까지 논의했을지 모른다. 그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정치엔 반작용이란 게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낙오되는 정치세력들이 있다. 김근태 정동영씨가 있다. 만만치 않은 세력이다. 일정지분을 가진 주주들이다. 한나라당엔 손학규씨도 있다. 그들의 반작용이 있을 거다.
무엇보다 온몸으로 정계개편을 막으려는 한나라당이란 기성세력이 있다. DJ의 입장도 중요하다. 한화갑씨가 전적으로 DJ를 대신할 거라 볼 순 없다. 우선 합당이 DJ의 의사란 흔적이 없어서다. 현재 동교동 세력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들 나름대로도 뭔가를 생각할 거다.
결국 정치권은 일희일비를 거듭할 거다. 하루가 다를 거다. 아마도 내년 중반기까지 그럴 가능성이 많다. 흥미진진해지는 대선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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