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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단어 '100년 정당'

[김진홍의 정치in] <1> 盧와 열린우리당 결별은 시간문제

불과 2년3개월여 전이었다. 2004년 4월15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거세게 불어닥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덕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탄핵 역풍이 불기 직전 열린우리당 총선 후보 가운데 당선권에 든 후보는 최대 100명선이었다. 따라서 50명 이상의 의원이 노 대통령 때문에 금배지를 단 셈"이라고 말했다.

그해 5월29일.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우리당 의원 및 중앙위원 초청 만찬이 벌어졌다. 4.15 총선 승리 파티였다. 소위 386세대 의원 30여명은 이 자리에서 주먹을 흔들며 민주화 투쟁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이때 노 대통령과 참석자 거의 전원이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 의원은 노 대통령과 포옹하며 기쁨을 누렸다. 노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한번 해봅시다"고 강조했다.

재야활동을 했던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당시 한 인터넷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을 올렸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세력들이 이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려 감옥으로 끌려갔었는데,국회의원 입을 통해 대한민국 한복판인 청와대 영빈관에서 울려퍼지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5월29일! 17대 개혁국회가 시작되기 바로 4시간 전,이렇게 역사는 우리 앞에서 분명한 획을 그으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끌어 나가고 있었다".

5.31선거 참패후 마련된 청와대 만찬에서 노무현대통령과 김근태 당의장 등은 대동단결을 외쳤으나, 권력의 속성상 결별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합뉴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데 어우러졌던 이 장면은 그러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함께 누린 처음이자 마지막인 '추억'이 돼버렸다. 돌아가고 싶지만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기억조차 아득한 일이 된 것이다.

17대 총선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응징을 받아 연패한 것이 외형적 이유다. 0대27 등 열린우리당 참패의 정도는 의정사상 보기 드문 진기록이었다.

선거 전면에서 민심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열린우리당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당.청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든지,대통령 참모 가운데 노사모 인사를 배제시켜야 한다든지,열린우리당 의원의 입각을 늘려야 한다든지,민주당과의 합당을 모색해야 한다든지 등 온갖 문제들이 제기됐다.

문제제기 주체는 열린우리당이었다. 선거를 통해 확인된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주장들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슬며시 꼬리를 내려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갔고,그러다가 선거에서 또 패하면 다시 발끈했다가 또 수그러드는 모습을 반복했다. 그 결과가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 탄핵'이라고 불리우는 5.31 지방선거에서의 참혹한 패배다. 7.26 국회의원 재보선이 다가온 지금도 열린우리당은 거의 자포자기 분위기다.

이처럼 선거가 계속되면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간 밀월관계는 어느덧 메울 수 없을 정도로 틈새가 벌어졌다.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또다시 당의장이 교체되는 수난을 겪은 열린우리당내에서는 '탈 노무현'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방선거 패배의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하는 등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가 치적으로 꼽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보완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열린우리당내 대표적인 친노 의원으로 꼽히던 정청래 의원이 정동영계로 돌아서는 등 열린우리당내 친노그룹도 분화되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이,노 대통령 때문에 과반 의석까지 확보했던 정당이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친노 인사들은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열린우리당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1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과 최근의 김병준 교육부총리 기용을 둘러싼 파동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자극한 요소다.

집권세력의 자중지란속에 2년여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다짐한 '100년 정당' '새로운 시대 개막'이란 단어는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이토록 소원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열린우리당내에서도 자주 지적됐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 행보'가 주요인이 아닐까 한다.

노 대통령은 4년간 국정을 운영하면서 소위 '역발상'을 많이 선보였다. 다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것을 노 대통령은 실행에 옮겼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코드 인사 남발, 큰 정부론 고수, 삐꺽이는 한.미 동맹관계 등등. 그 사이 국민들 허리띠는 더욱 조여졌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것이다. 식당 주인들이 솥단지를 집어던지는 이례적인 시위도 벌어졌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사학법 개정을 비롯해 민생과 무관한 일들을 추진하느라 시끌법석했다.

국민 참여없는 국정운영의 반복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정말로 국민을 위한 정책마저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그런 예가 아닌가 한다.

그 잘못은 국민에 있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노 대통령과 대통령 참모들에게 있다고 본다. 국민과 함께 하지 않은 정책들이 누적돼 좋은 정책마저 국민들의 오해를 받고,급기야 국민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국민통합이다. 정치지도자는 이를 위해 간혹 마뜩찮아도 여론을 어느정도 수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 스타일은 경직돼 있다. 여론의 반발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경향마저 있다.

단순히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성난 민심이 그대로 표출된 지방선거 직후에도 노 대통령은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되는,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며 선거결과에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국민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 절망시키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을 장악한 자일수록 개인적 성품을 고치기 어렵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노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국민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감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일부 친노 의원들을 제외한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노 대통령이 결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느낌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가 열린우리당 앞에 놓여있기에 더욱 그렇다.
김진홍 국민일보 편집위원

댓글이 6 개 있습니다.

  • 27 11
    일유조

    좋군요...
    앞에 어느 분이 거품물고 항의할 정도로 현 정부에 비판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슨 사실을 왜곡하지도 않고...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지도 않고...
    믿기 싫은데 억지로 믿으라도 떠드는 지하철 선교사 같은 글도 아니고...
    그저 담담히 열우당의 과거와 현재를 논하고
    미래를 예측한 글입니다.
    맛좋은 묵은 김치마냥 나잇살이나 먹은 정당과 그 소속원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나라가 우리나라 좋은나라겠지요?
    좋은 글 많이 부탁합니다.
    여야..종파..가리지 않고 큰 시야에서 말하면? ... 하늘인감? ^^

  • 14 10
    나나이의 한마담

    정말 오랜 만입니다. 진홍씨
    글 잘읽었습니다.
    아주 멋져요.
    민심도 잘 알구요.
    인기 좀 있게 생겼어요.
    지금은 국민들이 이런 글을 보길 원하잖아요.
    앞으로 더욱 속시원한 글 기대해요.
    복날 한 번 놀러 오세요.
    글 잘 쓰는 아저씨들이랑 함께요.
    잘 해 드릴께요.
    저가 영원한 팬인거 아시죠?
    좋을 글 기다릴께요

  • 25 8
    나나이의 한마담

    정말 오랜 만입니다. 진홍씨
    글 잘읽었습니다.
    아주 멋져요.
    민심도 잘 알구요.
    인기 좀 있게 생겼어요.
    지금은 국민들이 이런 글을 보길 원하잖아요.
    앞으로 더욱 속시원한 글 기대해요.
    복날 한 번 놀러 오세요.
    글 잘 쓰는 아저씨들이랑 함께요.
    잘 해 드릴께요.
    저가 영원한 팬인거 아시죠?
    좋을 글 기다릴께요

  • 23 9
    좋다

    맞습니다. 맞고요.
    구구절절이 옳은 얘기네요.사라진 100년 정당보단 사라질 열린우리당이 맞을듯 한데....

  • 26 12
    바람

    바램
    이 원이되어 이제 신문나부랭이들이
    팩트없는 글쓰기기 원래 신문작법 처럼 되어버린듯,,,,&#52197;

  • 27 9
    시민

    한치도 어긋나지 않아
    콕 찔러 환부를 도려내는 명의처럼
    정국을 진단하고 있다. 잘읽고 다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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