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식당에서 이젠 욕설까지 터져나와"
송희영 "MB정권, 과연 위기의 실체를 알기나 하나"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실장이 22일 전한 '지금 민심'이다.
경제통인 송희영 실장은 이날자 사설 <대통령이 '내가 속았다'고 말할 때>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시스템 리스크', 즉 "잔가지가 부러지는 수준이 아니라, 기둥이 무너지고 뿌리가 뽑히며 자칫 폐허로 변할지 모를 위기"로 규정한 뒤, "충격파가 큰 만큼 시스템을 지키는 근본 처방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대통령이 금리를 내리라고 호통쳐봤자 효험이 없고, 장관이 은행장을 사기꾼으로 몰아도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미봉적 대응을 질타했다.
송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처방은 병든 몸의 뼈대를 교정해야 할 때 성형 수술에 집착하다 부작용을 키워가는 꼴"이라며 " '청와대가 뭘 몰라도 너무 몰라'라는 핀잔은 그래서 시장에 널리 퍼졌다"며 거듭 힐난했다.
그는 또 건설사 정리를 위한 대주단 협약과 관련해서도 "썩은 부위를 과감하게 도려내되, 수술 방식은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건설업체들에 씨알도 안 먹히는 협약에 가입하라고 공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마치 도살장에 끌고 가 집단 처형식이라도 거행할 분위기"라고 힐난했다. 그는 "썩은 기업을 먼저 골라내지 않은 채 '구제금융 받을 회사는 손들어!'라고 하면 '죽고 싶으면 앞줄로 나와!'라는 말과 똑같다"며 "이러면 구조조정도 제대로 안되고 그저 연쇄 폭발의 굉음만 커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얼마 전 어느 장관은 '지금은 안전벨트를 맬 때이지 뛰어내릴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정부의 대응을 보노라면 많은 국민이 낡아빠진 낙하산을 메고서라도 일단 뛰어내리고 싶을지 모른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극한 불신을 나타낸 뒤, "이는 단지 펀드가 반 토막 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발언, 먹히지 않는 경제팀의 정책 아이디어를 보면서 과연 이 정권이 위기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11년 전 이맘때 어느 대통령은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구걸하면서 '대통령을 속이고…'라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미루며 경제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몇 번을 보고해도 대통령이 잘 알아듣지 못해서…'라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며 IMF사태 발발시 김영삼 대통령의 '남탓'을 상기시킨 뒤, "지금 대통령과 경제팀 사이에는 어떤 진솔한 대화가 오가는지 우리는 모른다. 단지 딱 집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내가 속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그 순간 제2의 외환위기가 온 국민을 검은 폐허의 길바닥으로 내몰 것"이란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이런 식으로 경제를 운영했다간 정말 '제2 IMF'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초강력 경고다. <조선일보> 등 보수진영의 MB정부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날로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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