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9년 무승 징크스'를 깨고 월드컵 7회 연속 진출 길목 최대 고비를 넘어섰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0일 새벽(한국시간) 사우디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이근호의 선제 결승골과 박주영의 쐐기골에 힘입어 사우디를 2-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이날 예상대로 정성훈과 이근호를 투톱, 박지성과 이청용을 좌우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며 최종예선 2차전 UAE와의 경기와 같은 진영으로 나선 반면, 사우디는 A매치 3골1도움(2경기)을 기록 중인 신예 스트라이커 알 하자지가 선발출전, 한국 골문 공략에 나섰다.

한국은 전반 초반 사우디에게 결정적인 슈팅을 두 차례 허용했으나 골라인에서 배수진을 친 이영표가 몸으로 막아내 위기를 넘겼고, 전반 32분경 하자지에게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무실점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0-0의 팽팽한 균형속에 후반전을 맞은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특히 후반 14분 사우디의 하자지가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시뮬레이션 액션을 취하다가 퇴장 당하면서 한국은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

수적인 우위를 앞세워 공격에 박차를 가하던 한국은 후반 30분 사우디 진영 왼쪽에서 올라온 이영표의 크로스를 박지성이 골대 오른편에서 발리 슈팅에 가까운 강한 패스를 반대편 골문으로 쇄도하던 이근호에게 연결, 이 공을 이근호가 침착하게 밀어넣어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이후 한국은 이근호를 빼고 염기훈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고, 사우디는 총공격에 나섰지만 이운재가 이끄는 한국의 두터운 수비를 뚫는 데엔 실패했다. 사우디의 공세를 잘 막아낸 한국은 후반 45분 AS모나코의 에이스 박주영이 골대 왼편에서 감각적으로 감아 찬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사우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 축구의 사우디전 19년 무승 징크스가 완전히 깨지는 통쾌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월드컵 최종예선 2승 1무 승점 7점으로 B조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킨 한국은 내년 2월11일 다시 중동 원정길에 올라 이란을 상대로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한편 같은날 한국과 같은 조의 이란과 아랍에메레이트연합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고, A조의 호주는 바레인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3승으로 조 선두 독주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