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군포 수리고)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시리즈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우승은 자칫 김연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던 '롱 엣지' 논란을 잠재우며 이뤄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연아는 지난 6일 치른 SP 연기에서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을 받았고, 특히 시니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 엣지' 판정을 받으며 지난 1차 대회 SP 점수보다 6점 가까이 낮은 점수를 얻는 데 그쳤다. 육안으로 보기에 회전수나 엣지 사용에 문제가 없어보이는 김연아의 점프가 감점을 받은 사실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보여준 상황대처 능력은 김연아가 '롱 엣지 논란'을 극복하고 FS에서의 선전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오서 코치는 SP 경기 직후 김연아의 경기장면 비디오를 검토한 후 심판진의 '롱 엣지'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점프에는 이상이 없었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은 미키의 점프가 감점 대상이었다는 것.
이후 오서 코치는 ISU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 제기 대신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ISU 내부 인사들에게 심판진의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김연아에게는 7일 FS에 대비한 연습에서 점프 기술을 집중적으로 점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김연아는 8일 벌어진 FS에서 지난 1차 대회 FS 점수(123.95점)보다 4점이상 많은 128.11점을 얻어냈다. 미키의 FS 점수(111.58)보다 무려 16.53점이 많은 점수다.
김연아는 비록 앞서 SP 에서 '롱 엣지' 판정을 받은 트리플 플립 점프가 이날도 성공 판정을 받지 못하고 주의의 의미인 ´어텐션(attention)´ 판정을 받아 원하던 가산점에 못미치는 0.40점의 가산점밖에 받지 못해 논란을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수행과제에서 가산점을 얻어내며 고득점 우승에 성공했다.
특히 더블악셀를 펼친 후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를 시도하다 착지 불안으로 컴비네이션을 완성하지 못한 감점 위기를 즉흥적인 트리플 러츠-더블토루프 콤비네이션 기술을 소화함으로써 벗어나는 임기응변 능력까지 과시했다.
이번 대회 결과를 놓고 볼때 김연아가 이번 대회 SP에서 겪은 '롱 엣지 논란'은 김연아 스스로에게는 점프기술의 정확도를 더욱 더 철저히 점검케 함으로써 FS에서의 고득점을 가능하게 했고, 심판진에게도 공정한 판정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줬다. 오서 코치의 말대로 '롱 엣지 논란'이 시즌 초반에 발생한 점이 김연아에게는 오히려 좋은 보약으로 작용한 셈이 됐다.
지난 8일 열린 '컵 오브 차이나'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세헤라자데'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