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부시, '악의 축' 소리나 하지 말든지..."
'부시의 배신' 원색적으로 맹비난
김 고문은 이날자 칼럼 <'악의 축' 소리나 하지 말든지… >를 통해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인 크리스토퍼 힐을 조롱조로 '김정힐'이라고 부른다. 북한 김정일의 '일' 대신 '힐'을 합성한 것으로 그가 대북 핵 협상에서 사사건건 김정일에게 양보만 해온 것을 비꼰 것"이라며 "김정일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호기 있게 출범한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협상은 어째서 이렇게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나게 되는 것일까"라며 '부시의 배신'에 대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김 고문은 이어 "가장 큰 요인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고 이제 임기 말에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북한 핵 문제 하나라도 건져볼까 하는 초조함에서 일을 그르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며 "거기에 '언론꾼'(media hog;한때 힐의 보좌역을 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표현)인 크리스토퍼 힐의 업적주의 내지 영웅주의가 가세했다"며 네오콘 빅터 차의 표현을 빌어 힐 미 국무부차관보를 맹비난했다.
그는 "북핵의 궁극적 제거를 기대해오던 한국사람들에게 힐의 협상결과는 배신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힐 차관보에게 북핵의 위험에 따른 한국의 안보와 한국인의 우려는 안중에 없었던 것으로 느껴진다"며 "오로지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협상 그 자체의 성공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닐까"라며 거듭 부시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김정일 정권에 어떤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고무하는 듯한 부시 행정부의 처신은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고 있는 사람과 세력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며 "그럴 바에는 애당초 '악의 축' 소리나 하지 말 것이지, 한때는 '북한 민주화'의 선봉에라도 선 듯이 팡파르를 울리더니 이제 퇴임을 얼마 안 남기고 김정일에게 웃음을 보내는 따위의 행위는 어느 면에서 우리를 화나게 한다"며 부시 대통령을 거듭 맹비난했다.
그는 "부시나 힐 모두 입만 열면 한국에 대해 좋은 말들을 해 왔다"며 "그러나 북한주민이 김정일의 공포정치, 탄압정치, 독재정치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온 사람들에게 그들은 더 이상 미더운 존재가 아니다"라는 비난으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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