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끝난 'K-1 월드그랑프리 2008 파이널 16' 대회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K-1의 현주소를 확인시켜준 대회였다.
입식 타격기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로서 한때 프라이드FC, UFC와 함께 세계 3대 격투기 브랜드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K-1의 화려했던 과거에 비한다면 이번 서울대회의 경기들은 너무나 초라한 수준의 경기들로 가득했다.
오프닝 경기를 제외한 공식 16강전 8경기 가운데 KO 또는 TKO로 끝난 경기는 단 2경기로서 그 가운데 한 경기는 최홍만이 연장전을 앞두고 기권한 경기로서 실질적으로 KO로 끝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화끈한 KO 퍼레이드를 기대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 챔피언인 세미 슐츠를 비롯해 레이 세포, 피터 아츠, 제롬 르 밴너, 레미 본야스키 등 K-1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이터들이 다수 출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경기력은 전성기 시절과는 분명 격차가 있었다.
그나마 아츠와 슐츠의 경기가 K-1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명승부였을 뿐 나머지 경기들은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만들고 말았다.
또한 루슬란 카라예프, 바다 하리 등 K-1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력 면에서는 비교적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링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스타성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아직은 앞서 언급된 선배 파이터들에 미치지 못했고, 이들 외에 폴 슬로윈스키나, 고칸 사키 등 기대를 모았던 다른 신예 파이터들도 참신성을 보여주기에는 한참 미흡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가운데 뇌종양 수술 이후 9개월여만에 링에 복귀한 최홍만도 수술 이후 더 강해졌다는 본인의 말이 무색하게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치며 K-1의 메인이벤터급 선수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킥과 펀치 외에 꺾기, 조르기와 같은 다양한 관절기들이 사용되는 종합격투기에 비해 입식 타격이라는 한정된 기술만이 사용되는 K-1이 볼거리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태생적인 한계에다 세대교체의 실패로 인한 부작용까지 더해져 K-1은 현재 격투기 메이저 브랜드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K-1의 위기는 기존 선배 선수들의 분발과 최근 발굴된 메인이벤터급 신예선수들이 팬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경기를 수 차례 만들어 내며 어떤 대전카드에도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때 까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K-1 월드그랑프리 2008 파이널 16' 대회에서 최홍만과 바다 하리가 경기전 눈싸움을 벌이고 있다 ⓒ임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