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G7'의 위업과 '언론', 그리고 '정치과잉'
<뷰스 칼럼> 17일간 국민은 모처럼 행복했다. 그러나...
외국언론들 "한국인에겐 특별한 '스포츠 DNA' 있는가"
"어떻게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G7이 될 수 있나. 한국인에겐 특별한 '스포츠 DNA'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라고 외국언론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불과 국내 6개의 팀이 있을뿐인 '우생순'이 서구의 장벽을 부수고 '금빛 동메달'을 따냈다. 선수만 무려 2천만명인 중국 탁구의 절대아성에 맞서 선수가 2천명뿐인 한국 탁구는 선전을 했다. 박태환은 서구의 아성이던 수영의 장벽을 깼다.
'스포츠 DNA' 운운하는 찬사가 나올만 하다. 선수단과 이들을 이끈 코칭스탭이 한몸이 돼 일궈낸 값진 성과이자, '국격(國格)' 상승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잠재력은 우리보다 외국에서 높게 평가한다.
한 예로 덴마크산업연합회가 최근 작성한 '글로벌 벤치마크 리포트 2008'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스위스,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화 적응력' 종합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식과 능력', '비용과 세제'로 1위, '성장과 발전' 역시 2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특허 생산성, OECD 기준 읽기 능력, 이공계 학위 비율이 1위를 차지했고, OECD 기준의 수학 및 과학 점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 기관에 대한 지출, GDP 대비 대학에 대한 지출, 광대역 서비스 가입자가 2위였다. 또한 기업가 활동은 2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위였고, 수출 증가율은 1위였다.
이렇듯, 우리 한국은 결코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베이징올림픽이 이를 다시 한번 입증해준 것이다.
국격에 상처 입은 일부 한국언론들
베이징올림픽은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우리가 왜 다른 분야에선 'G7'이 되지 못하고 있는가도 여실히 드러냈다. 언론이 특히 그랬다.
SBS의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보도는 치명적이었다. 13억 중국인을 격노케 했고, 세계의 비아냥을 샀다. SBS는 개막식 취재를 못하는 치욕적 징계를 받았으나, 국가 전체가 입은 손상은 SBS가 받은 상처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만큼 치명적이었다. 베이징올림픽 기간내내 한국은 중국인들의 야유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한 기업인은 "세계최대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우리 기업들이 십수년간 쏟아온 정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느낌"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어 터져나온 외국 여성 수영선수의 탈의 장면 사진 보도 등은 한국언론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국격'에 치명적 상처를 입혔다.
영국은 자국의 '3대 국보'중 하나로 <로이터> 통신을 꼽는다. <로이터>는 1851년 창간이래 '영국의 눈과 귀'로서 대영제국을 대표할만한 가장 신뢰성 높은 매체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선진국은 모두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언론매체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부 한국언론은 선수들이 피땀 흘려 끌어올린 국격을 일거에 허무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정치과잉'의 비극
낙후한 정치문화도 국격에 상처를 입혔다. 일본 등 세계언론들은 박태환, 진종오 등 금메달리스트들의 '폐막식전 귀국 불허'를 비중있게(?) 다뤘다. '아직도 한국은 이 정도 수준'이라는 비아냥조였다. 선수단이 이룬 역사적 쾌거를 국민적 차원에서 축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금메달리스트들을 죄인인양 선수촌 방에 처박아놓은 '방콕 조치'는 시대착오며, 퇴행적 조치다. 이는 대한체육회 등의 '정치과잉'이 낳은 국격 손상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의 대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시대착오적 행태냐. 즉각 귀국조처하라"고 한 마디만 호통쳤다면 아마도 대통령 지지율은 수직상승했을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은 모처럼 우리 국민을 신명나게 하고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국민적 엔돌핀'을 솟게 만들었다.
이 '엔돌핀'은 그러나 향후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엔돌핀'을 국민적 에너지로 상승시키면 당면한 경제위기 등 국난 극복의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엔돌핀'을 냉각시키는 행태가 잇따른다면 거센 역풍이 불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은 그런 면에서 위정자나 정치권에 양날의 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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