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전ㆍ현직 직원들이 퇴직 후를 대비해 농협에 맡겨둔 90억원을 몰래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탕진한 농협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26일 국정원 퇴직자 모임의 계좌에 들어 있던 상조회비90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횡령 등)로 전 농협 직원 지모(59)씨와 최모(41)씨를 구속기소하고 현 직원 김모(여)씨의 범행 가담여부를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씨 등 구속된 2명은 국정원 퇴직자 상조회가 대외적인 이름으로 썼던 모 잡지사 이름으로 예치한 돈을 2000년 10월과 2002년 1월에 각각 60억원과 30억원을 몰래 인출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퇴직한 지씨는 농협 재직 시절 직장 후배인 최씨 등과 서류를 위조해 돈을 빼낸 후 주식에 투자했으며 빼돌린 90억원 중 10억원 가량만 남기고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는 부하직원이던 김씨가 고객에게 대여해준 1억원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 사실이 발각될 경우 징계를 받을 것을 우려해 국정원 퇴직자 상조회 예치금에 손을 댔고 주식에 투자해 이익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씨는 횡령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원금 90억원에 이자 30억원이 붙은 것처럼 속이기 위해 총 120억원의 돈이 4개 통장에 나눠 예치된 것처럼 꾸몄다고 검찰은 전했다.

지씨는 축협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1998년부터 국정원 퇴직자 상조회 계좌를 관리했으며 2000년 7월 축협이 농협으로 통합되고 지점을 옮긴 이후에도 이 계좌를 도맡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씨 등이 횡령한 돈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이 퇴직후를 대비, 평소 매월 1인당 일정액을 갹출해 모은 돈으로 국정원 퇴직자 상조회가 이 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농협 직원들이 횡령한 돈은 국정원 예산에 편성된 돈이 아니라 국정원 직원들이 재직시 월급에서 갹출한 돈으로 퇴직 이후 복지 생활이나 직원 자녀 장학금 등에 사용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것"이라며 "퇴직자들도 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퇴직자 상조회에서 예전에는 대외적으로 잡지사 이름을 썼기 때문에 계좌 이름이 잡지사로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