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양상훈 "기자는 국민 다수 따라가는 정치인 아니다"
"미국 쇠고기 절대 안전, 사실 아닌 것 사실이라 할 수 없어"
양상훈 논설위원은 이날자 칼럼 '대중(大衆)의 믿음과 다른 기사를 쓰려니'를 통해 "많은 국민이 믿는 대로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려서 죽을 수 있다면 고민할 것도 없다. 당장 한미 쇠고기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 재협상도 안 된다. 아무리 매년 100억 달러 가까이 되는 대미 무역흑자가 중요해도 사람이 죽는 문제를 두고 수출 걱정을 할 수는 없다"며 "문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데 있다"며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광우병 소로 확인된 것은 세 마리다. 모두 1997년 육골분 사료가 금지되기 전에 태어난 소였다. 육골분 사료 금지 이후 태어난 미국 소 중에선 광우병 소가 확인된 적이 없다. 지금 '30개월'이 중요한 문제가 돼 있지만 실은 120개월 된 소까지도 광우병 확인 사례가 없는 것이다. 미국이 국제기준보다 9.9배 강한 검사를 해서 나온 결과"라며 미국 검역기준이 국제기준보다 엄격하다고 강변한 뒤, "그래서 세계 96개국이 미국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하고 있다. 미국에서 1년에 잡는 30개월 넘은 소는 700만 마리가 넘는다. 그 대부분을 미국 사람들이 먹고 있다. 미국 사람들도 뼈 국물로 만든 수프를 거의 주식으로 먹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영향력이 큰 방송과 인터넷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들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확인 안 되고 광우병 걸린 사람도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리는 것으로 돼 버렸다"며 방송과 인터넷을 비난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가 믿고 있는 것이 실은 사실과 다를 때 기자는 어려워진다"라며 "기자는 국민 다수를 따라가면 되는 정치인이 아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정권의 생각과 다른 기사를 쓰기는 쉽다. 그러나 국민의 믿음과 다른 기사를 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편 든다' '정권 편 든다'는 턱없는 오해도 사기 십상"이라고 <조선일보>에 쏠리는 국민적 힐난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차라리 미국 소가 광우병 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조선일보>가 외로운 정론보도의 길을 걷고 있음을 강조한 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모든 사람이 싫다고 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공자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어차피 민심 잃은 판에 외교까지 엉키선 안된다"는 송희영 논설실장의 칼럼(5월17일)에 이어, "국민 밥상에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절대 올려선 안된다.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재협상뿐이라면 무슨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사설(6월14일)에 이어 이번 양상훈 논설위원의 글까지 <조선일보>가 논조가 정신없게 어지러이 춤추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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