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4일 쇠고기 파동의 총체적 책임이 정운천 농림식품수산부 장관에게 있다며 정 장관 경질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 장관이 졸지에 희생양의 도마위에 오른 양상이다.

<중앙일보>는 이날자 사설 '이제 농림부 장관 물러나야'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혼란이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미국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였다"며 미국 정부의 반응에 안도감을 표시했다. 사설은 이어 "미국 동물성 사료 규정의 번역 잘못도 협상 실무진의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더 이상 꼬투리 잡기나 극한투쟁은 접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설은 이어 이 대통령의 각료경질 불가 입장과 관련, "단순한 소통부족이 아니라 총체적 무능이 근본 원인이라면 처방전은 달라져야 한다"며 "지금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훨씬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 장관을 총체적 무능자로 규정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지난 보름간 농림수산식품부의 거듭된 헛발질을 생각하면 단순히 소통부족으로 덮고 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며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얼마나 폭발성이 강한 이슈인지 사전에 헤아리지 못했다. 협상에서 월령이나 수입금지 기준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뒤탈을 불렀다. 사태가 악화되자 내놓은 대책들도 졸속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총체적 부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책임을 농림부에게 떠넘겼다.

사설은 "우리는 이쯤 해서 농림부 장관이 총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 농림부는 식품 관련 업무까지 도맡은 부처다. 이대로 두고는 바닥에 떨어진 식품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농림부 장관이 물러나야 국회 비준이 불투명해진 한·미 FTA 불씨를 되살리고, 우리 사회가 광우병 사태에 냉철하고 이성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며 "청와대도 야당이 해임 건의안을 내기 전에 결단을 내리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이대통령에게 정 장관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쇠고기 부실협상의 책임은 농림부가 아닌 외교통상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세간 여론은 최종책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쪽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과연 <중앙일보> 주장대로 정운천 농림장관 경질만으로 사태가 수습국면으로 들어갈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