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권 재도전을 노리는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격돌한 서울 동작을. 두 거물이 정치생명을 걸고 격돌하면서 그동안 세간의 별 관심을 끌지 못하던 동작을은 하루 아침에 최대 관심 선거구로 급부상했다.
특히 초반에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정몽준-정동영 지지율이 5%대까지 좁혀졌다는 최근 여론조사(KBS)가 발표되면서 정가의 관심도 '몽골기병의 창'이 과연 '골리앗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까에 쏠리고 있다. 몽골기병은 정동영 후보의 별명이고, 골리앗은 정몽준 후보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대형크레인 이름이다.
주민들 "둘 다 떨어지기에는 아까운 사람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동작을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20년간 사당동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다는 박모씨(55세)는 "아직까지는 정몽준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 같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에 정동영 후보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 같다"며 "요즘 들어 사람들이 모이면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안쓰럽다. 이번엔 좀 돼야하지 않겠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말해, 심상치 않은 밑바닥 기류 변화를 감지케 했다. 사당동 등 동작을에는 호남 출신 주민들이 상당수로 알려지고 있다.
사당 3동의 작은 공터에서 만난 70대 노인 김모씨는 그러나 "정동영 후보 지지율이 아무리 상승한다 하더라도 정몽준을 이기긴 힘들다"며 "대통령도 한나라당이고 시장이나 구청장도 한나라당인데, 국회의원을 다른 정당 후보가 하면 우리 쪽에 좋을 게 뭐가 있겠냐"며 정몽준 후보 지지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긴 개발을 더 해야 한다. 주변을 한 번 봐라. 제대로 된 길 하나가 있나. 다 고쳐야 한다"며 정몽준 후보가 내건 개발공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옆에 있던 정모씨는 그러나 "대선 때는 한나라당 찍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며 "작년(대선 때)하고 비교만 해도 그렇다. 그땐 정동영, 노무현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험악했는데, 지금은 다들 안쓰럽다고 한다. 부자가 언제 가난한 사람 생각이냐 하겠냐"며 반박했다.
부동층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모른다'거나 '무응답'은 대부분 20%를 넘지 않고 있다. 두 정치인 모두 인지도가 높아 대부분 일찌감치 후보를 정했으며, 지지자를 바꾸더라도 곧바로 상대방 후보를 택하고 있는 셈.
사당 2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45)는 "누가 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둘 다 떨어지기는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선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래도 대선 때는 한나라당을 지지해줬는데, 요즘 뉴스에서 정부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을 보면 다른 정당에 줘야 할 것 같은데...집에서도 남편이 누굴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동작을의 고민을 토로했다.
정동영 '게릴라전' vs 정몽준 '유명스타 동원전'
공식선거 운동 첫 날인 27일, 두 후보의 선거 스타일은 확연히 대비됐다.
정동영 후보는 "선거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벽부터 도보로 100리를 걸으면서 '1대1'로 직접 주민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게릴라 방식에 집중했다. 반면에 정몽준 후보는 재력가답게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가수 김흥국.김상희 씨 등 유명 연예인 4~5명을 대동하며 관중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대중집회 방식을 택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오전 출근인사 직후 "진짜선거는 이제 오늘부터"라며 "민심이 변하리라 믿는다"며 대역전을 다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거"라며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국민을) 하늘처럼 받든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대표적인 지역 공약으로 국공립 외고 유치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뉴타운 건설 및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내세웠다. 그는 정몽준 후보가 내세운 뉴타운 개발에 맞서 용적률을 일부 높이더라도 전세자의 뉴타운 입주 권한을 보장해주겠다며 서민층을 중점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최근 동작을 민심이 급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캠프 관계자는 "한 때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한자리 숫자로 좁혔다"며 "해볼만한 선거가 됐다"고 말했다.
4.9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오전 통합민주당 동작을 정동영 후보가 부인 민혜경씨와 이수역 주변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정몽준 후보는 뉴타운 공약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동작갑에 비해 동작을이 상대적으로 낙후하다는 맹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셈. 그는 사당동 거리유세에서 "동작을, 사당동과 동작동에도 뉴타운을 만들겠다. 흑석동 뉴타운을 조속히 시행하겠다"며 "울산에서 오자마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얘기했고, 흔쾌히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도시를 개발하면 출퇴근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동작을에 재개발, 재건축을 많이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근 대학의 땅을 이용해 도서관 등을 짓고 이를 학생과 시민이 이용토록 하는 것을 비롯해 경전철 사업도 조기에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동영 후보가 자신의 재산이 3조6천억원을 넘어 서민들의 삶을 모른다고 공격하는 데 대해 "정치인은 두 가지인데, 서민하면서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을 중산층이 되도록 도우는 정치인이 있다"며 "나는 서민을 중산층이 되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
4.9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오전 한나라당 동작을 정몽준 후보가 부인 김영명씨와 이수역 주변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