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요원들의 '워터보딩(Waterboarding, 물고문)' 등 고문을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 법안은 테러공격을 막아온 관행들을 중단시킬 것이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정보 프로그램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토니 프라토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에 앞서 전날 "이 법률은 핵심 테러지도자와 요원들을 구금, 심문하는 CIA프로그램을 금지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귀중한 수단 중 하나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워터보딩'으로 불리는 물고문 기법은 테러 용의자를 테이블이나 판자에 눕힌 뒤 얼굴에 물을 뿌려 익사당하는 고통을 주는 심문 방법으로 그동안 적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미 연방 의회의 많은 의원들과 인권단체,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포로나 수감자들에 대해 물에 빠져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주는 ‘워터보딩’ 기법을 비난해왔다.

마이클 헤이든 CIA 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고위급 3명을 물고문했던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한 이후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에게 회부됐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이 법안은 정보요원들이 미 육군야전교범이 허용하는 심문 기법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의 거부권 행사로 다른 나라에 대해선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미국의 이중성이 또한차례 드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