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박지원' vs '김현철-박종웅'
<중앙일보> "이것이 한나라 50%, 민주당 10% 지지율 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도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갔다가 사면·복권됐으나 한나라당은 그의 공천 신청을 받지도 않았다. 현철 씨는 결국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점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차이다. 이런 점이 지지율 50%와 10%의 차이에 한몫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중앙일보>의 18일자 사설 'DJ, 아들-비서실장 공천운동 하나' 중 일부이다. 문제의 사설이 나오자 통합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마침내 나올 얘기가 나왔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4월 총선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사들을 공천할 때만 궤멸적 위기를 면할 수 있다는 게 통합민주당의 공감대다. 그런 민주당의 최대 고민중 하나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비서실장 처리문제다.
김홍업 의원의 경우 지난해 재보선 출마때도 호남에서조차 거센 질타를 받아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김 전대통령은 또다시 15~17일 호남을 돌며 사실상의 김홍업 선거운동을 해, 통합민주당측을 곤혹케 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고 감명을 받아 현장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방문기간중 목포 출마를 공식화한 박지원 비서실장을 대동했으며, 16일 차남 홍업씨와 저녁을 함께 한 데 이어 17일에는 직접 김홍업의 지역구인 무안-신안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정종득 목포시장도 참석했다. DJ는 또 박지원 실장이 출사표를 던진 목포의 삼학도 공사 현장과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로 유명한 이난영 공원을 방문한데 이어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DJ 행보에 대해 현지 지역의원 등의 반발은 거세다. 목포가 지역구인 이상열 통합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머문 곳은 목포에서 불과 10여분 거리”라며 “또 자신의 아들이 무안-신안에서 출마 당시 이 여사가 선거를 지원할 때 머물었던 호텔”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둘러본 곳이 결국은 목포와 무안-신안이었다”며 “지역주민들조차도 박 전 실장과 김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선거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가에서는 김 전대통령이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김홍업-박지원 지원유세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이 대선때 YS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YS 차남 김현철씨와 'YS의 입' 박종웅 전의원을 공천 탈락시키면서, 곧 화살이 자신에게 향할 것을 감지하고 서둘러 지역 다지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DJ의 이같은 노골적 지원유세로 인해, 관심사는 통합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쏠리고 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국민의 뜻에 따르는 공천"을 다짐하고 있다. 과연 박 위원장의 '국민의 뜻'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관철될지는 김홍업-박지원 공천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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