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민 심판론' 일축
"5.31 참패 별로 중요하지 않아", 국민여론 악화-당청갈등 불가피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각 부처 홍보관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홍보 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날 5.31 참패를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던 노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선거패배의 최대 책임자로 노 대통령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한 정면대응 성격이 짙어, 향후 커다란 정치적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盧 "역사에서 옳은 주장해도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정치적으로 계속 역풍을 맞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됐다”며 “역풍을 두려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정계입문 때와 종로 보궐선거 출마 때 순풍을 맞았을 뿐 대선 때도 20일 전까지는 역풍 속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캐나다의 멀루니 전 총리가 이끌었던 집권 보수당이 부가세 도입 등 개혁정책을 추진하다가 1993년 총선에서 1백50석에서 20석으로 추락했다가 12년만에 다시 집권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혁신의 성과는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나중에 보답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역사에서 옳은 주장을 해도 그 주체가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거에 졌다고 해서 역사의 역할이 틀린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번 선거 결과를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을 모아놓은 것”이라며 “여러 요구들이 있지만 지금 부동산 정책을 깨면 부동산업자의 승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는 부동산정책 수정 요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어릴 때 ‘방귀질 나자 보리 양식 떨어졌다’라는 속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말은 일이 손에 익을만하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해, 임기가 끝나가는 데 대한 초조함을 불연중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오보 대응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자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까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공무원들이 여러 어려움을 뚫고 이 정도까지 정책홍보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면서 “그래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거참패의 한 원인이 비판적 언론보도 탓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노대통령은 끝으로 “공무원이 잘하면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은 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우리당이 패한 게 아니라 노무현당이 패배한 것"
이같은 노대통령 발언은 노대통령이 이번 선거결과를 '민심의 흐름'으로는 인식하나 '민심의 심판'으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노대통령 인식은 5.31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와 정면배치되는 것인 동시에, 열린우리당 일각의 '노무현 책임론'과도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이자 심판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이번 선거결과를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며, "역사에서 옳은 주장을 해도 그 주체가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마치 국민이 노대통령의 옳은 주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중(愚衆)'인양 치부했다.
이는 노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6.13 지방선거 참패후 했던 '대국민 사과 담화' 발표 같은 대응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어서, 향후 노대통령에 대한 국민불신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열린우리당과의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당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노무현 책임론'이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노무현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않고는 열린우리당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고건 신당 합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안영근 의원은 2일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게 아니라 ‘노무현당’이 패배한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런 마당에 터져나온 노대통령 발언은 당-청 갈등을 결정적으로 심화시키며, 경우에 따라선 곧바로 노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5.31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정부여권의 대혼란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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