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계측이 박근혜 전대표의 '이명박 당선자와 조기공천 합의설'을 거짓이라고 일축한 반면, 박근혜측은 벌써부터 이명박계가 밀실공천을 진행중이라며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전면 대응을 선포하고 나섰기 때문.
박 전대표는 '최후의 배수진'까지 불사한다는 자세로 이번 공천전쟁에 임한 것으로 알려져 신년 벽두부터 정국은 안개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안상수 "이명박-박근혜 무슨 합의? 각자 주장만 얘기했을뿐"
이명박계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대표가 전날 대구에서 강도높게 조기 공천을 요구한 데 대해 "공천 시기에 관해서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할 법안들이 많고, 인사청문회, 각종 인수위 활동으로 인해서 생길 여러 가지 법령들의 정비가 필요하거든요. 그런 것을 해야 할 때가 2월이다. 그런데 2월에 공천을 이렇게 작업을 하고 그러면 제대로 되겠냐? 그러니까 2월 달에 공천을 빨리하라, 그런 것은 그것은 이치에 맞지를 않는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박 전대표의 요구에 대해 거듭 "내가 그 부분을 이해를 잘 못 하겠다"고 일축한 뒤, 박 전대표가 구랍 29일 이명박 당선자와 회동때 조기공천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그렇게 공천 시기에 관해서 서로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듣고 있다. 다만 이제 그런 얘기가 오고 간 것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슨 합의를 할 성질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서로 각자의 주장을 얘기는 하지 않겠냐"며 박 전대표 주장을 거짓으로 몰아부쳤다.
그는 이어 "지금 당헌당규에 무슨 2월에 하라는 이런 당헌당규는 없다"며 "당헌당규에는 공천심사위원회 정해가지고 당에서 중심을 잡고 공천을 하라는 그런 내용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거듭 "새정부가 출범을 한 후에 3월 초에 해도 그 때 아직 선거가 한 달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요새 선거운동 하는 거야 대개 한 20일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그러니까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는데 지금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오히려 나는 이상하다"며 3월 공천을 주장했다.
그는 박 전대표측이 강력반발하는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내가 보니까 경선 후유증인지 굉장히 계파의 이익을 자꾸 이렇게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그런 계파를 완전히 떠나서 객관적으로 국정운영 능력이라든지 그 다음에 당선 가능성이라든지 또 국민이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택해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천시 이명박 당선자 의사 반영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의중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힘들지 않겠냐? 그래도 당과 정부가 같이 나가야 되지 않겠냐"며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우리가 그런 의사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명박-박근혜 공천전쟁이 극한적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앉아서 당할 순 없다. 벌써 밀실공천 횡행"
이에 대해 박 전대표 최측근 유승민 의원은 3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명박계 주장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비장한 심경을 드러냈다.
유 의원은 우선 이명박계의 3월 공천 주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나 정부조직법 개정, 이걸 이유로 이제 공천연기를 주장하는데 말 자체가 성립 안 된다"며 "지금 현재 국회의원 수가 298명인데, 한나라당이 128, 또 한나라당이 아닌 범여권이 한 170으로 국회는 범여권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지 않냐? 그러면 총리나 장관의 인사청문회, 또 인준, 정부조직법 개정, 이런 게 전부 다 제대로 잘 해 가지고 범여권을 설득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한나라당 몇 명이 나오고 안 나오고 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공천이 사실 정당의 전부"라며 "정당이 잘 되냐 안 되냐, 국회가 또 잘 되냐, 이게 공천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해도 결코 지금 빠른 게 아닌데 이걸 2월 임시국회 지나서 하고 총선은 4월 9일 코앞에 다가왔는데 그렇게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조기공천을 주장했다.
그는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어제 박 전 대표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우리들은 정말 10년 야당생활을 같이 견뎌온 동료들"이라며 "그런데 이제 지금 와서 물갈이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불안한 건 사실이고요. 그래서 그런 말은 정말 쓰지 말자, 이런 이야기 나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명박계가 박 전대표 주장을 '피해의식'이라고 일축한 데 대해서도 "박 대표측이 경선에 깨끗이 승복을 하고 정권교체에 기여를 했다. 그래서 대선 전에 필요할 때는 정권에 새 정부에 동반자, 이런 표현까지 나왔는데 이제 와 가지고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너무 좀 박 대표측을 폄하한 발언 같다"고 강력 반발하며, "솔직히 말해 박 대표측 의원들이 솔직히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다, 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 심지어는 뭐 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이 이걸 밥그릇 싸움이다, 이렇게 폄하를 하는데 오히려 이긴 쪽이, 승자가 독식하고 이런 게 밥그릇을 다 챙기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좀 더 관용과 배려와 이런 걸 가지고 원칙과 명분에 맞게 지금부터 투명하게 공천을 하면 되는 거지 그런 걸 안 하니까 이미 일부 당선자의 비선조직에서 밀실공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작업을 이미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밀실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밀실공천 의혹과 관련, "지금 벌써 각 지역구마다 자신이 이명박 후보를 도운 공이 크다, 그래서 이미 공천을 내락 받았다, 이렇게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 많다"며 "그리고 벌써 당선자의 핵심측근들이 비선조직을 만들어서 밀실공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얘기도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집단행동' 가능성에 대해선 "집단행동이라고 그러니까 뭐 대단한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해서 국회의원들이, 또 당협위원장들이 전부 다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고 야당 10년을 견뎌온 분들이고 또 이번 정권교체에 같이 기여하고 같이 승리한 분들"이라며 "그런 분들하고 이 주장을 계속 할 것이고 또 관철을 시킬 것"이라고 말해 탈당 등 극한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박 전대표를 수행해 대구를 방문했던 유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박 전대표 발언직후 박근혜계 의원들이 긴급회동후 나온 것이어서, 박근혜계의 집단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