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중앙> "盧정권때 방송은 기가 막혔다"

"과거처럼 이명박 정부출범후 방송사 태도 180도 달라질 것"

<중앙일보>가 26일 방송사들에게 정면으로 각을 세웠다. 권력이동과 함께 예상됐던 반격이 시작된 양상이다.

"참여정부때 방송사는 기가 막혔다"

김종혁 <중앙일보> 사회부문 부에디터는 이 날짜 기명칼럼 '방송사의 동료 기자들께'를 통해 "그동안 볼펜(신문기자)과 마이크(방송기자)는 좋은 동료이고 친구였다. 물론 취재 현장에서는 서로 경쟁도 했다. 하지만 경찰서나 병원을 돌다 서로 마주치고, 발이 부르트게 시위 현장을 함께 쫓아다니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정치인 집 앞에서 죽치고,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낄낄대며 자기 1진(회사 선배) 흉도 보고 그랬다"며 "장담컨대 군사정권 시절을 포함해 이 굴곡 가득 찬 한국 현대사를 겪으면서 언론이 저지른 과실과 흠에서 방송은 신문보다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방송은 ‘죄 사함을 받은 자’가 됐다. 방송사들은 앞다퉈 신문을 단죄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노무현 정부 초기의 어느 날 TV를 보고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방송사의 동료는 '일부 보수 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며 신문사의 색깔 성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기자가 어떻게 기자 생활을 해 왔는지 아는 입장에서 솔직히 기가 막혔다. 죄송한 표현이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보수 다음에 ‘반동’자만 집어넣으면 북한의 대남방송인 줄 알았을 것"이라고 참여정부내 방송의 '변신'을 질타했다.

그는 또 "노무현과 386이 장악한 정부 아래서 방송은 국보법 폐지 여론 조성에 적극적이었다"며 "사상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말에 저도 동의한다. 하지만 사상의 자유를 외치면서 동시에 보수 신문은 다 꼴통이고 폐간해야 할 언론인 것처럼 몰아가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가 방송사들의 참여정권때 보도와 이명박 당선후 달라진 보도태도를 힐난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승리후 방송사 모습 안쓰러워"

그는 특히 대선직후 방송사들이 보인 모습에 따가운 일침을 가했다.

그는 "500만 표 이상의 엄청난 차이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19일 저녁, TV를 유심히 봤다.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이 당선자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어떤 방송사의 여자 앵커 모습은 차라리 안쓰러웠다"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바로 그 방송사가 선두를 달리는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유죄 판결이 난 피의자처럼 몰아붙였던 게 생각나서"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 그랬듯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방송사의 보도 태도도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예감에 씁쓸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이런 얘길하는 건 방송사 동료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문이 그동안 이렇게 당했고,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너희 방송사들 한 번 당해 봐라'하는 보복심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언론이 권력의 향배와 무관하다는 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언론사는 세속과 떨어진 종교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이런 웃기지도 않은 현상은 이제 중단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명박 당선자에게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아마 TV에 서운한 게 많았을 것이다. 언론이 최소한의 공정성마저 저버리면 그 당사자는 어떤 느낌을 받는지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라며 "그러니 이제 대통령이 되면 과거 정권들처럼 방송을 손에 틀어쥐려고 하지 말아 달라. 이 당선자는 경제를 살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을 것이다. 외람되지만 한 가지 더 기대한다. 언론이 제자리를 찾게 도와준 첫 대통령이란 평가도 함께 받게 되길"이라고 주문했다.
임재훈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