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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6월15일 광주 가나

박근혜의 '포스트 5.31 구상' 핵심은 "DJ와의 역사적 화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포스트 5.31 행보'가 벌써부터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움츠러든 反朴 소장파, 이명박

5.31지방선거는 열린우리당이 이미 공개리에 자인했듯, 열린우리당 대참패-한나라당 압승 기류다. 대전 한곳만 아직 불투명할뿐, 호남을 제외한 전국을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분위기다.

한나라당 압승의 1등공신은 당연히 박대표다. 박대표의 기여는 테러로 인한 '동정표 쏠림'뿐만이 아니다. 테러후 보인 "정치적 오버 말라", "대전은요?" "투표일까지 법 어기지 말라"는 일련의 노회한 정치 리더십은 더없는 한나라당 득표요인이 됐다. 또한 테러를 당한 직후 상처입은 뺨을 조용히 감싸고 병원까지 간 차분한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순진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장에서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을 정도다. 당초 당대표를 뽑는 7월 전당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던 소장파나 이명박 서울시장측도 크게 움츠러든 분위기다. 현재 분위기에서 '반박(反朴)'을 언급한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대표의 당내 위상은 물론, 차기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은 확고해졌다.

'5.31후 박대표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한나라당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박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6월15일 광주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요즘 "박대표가 퇴원후 대전에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 어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대표가 대전에 출현, '상처난 얼굴'을 쓸쩍 비치기만 해도 마지막 아성인 대전마저 붕괴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박대표측은 그러나 우리당의 우려를 '기우'라 일축한다. 이미 끝난 게임에 대전 한곳을 더 얻고 말고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의미다. 물론 박대표는 병상에서 "대전은요?"라며 대전 공략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대전 공략의 몫은 이재오 원내대표 등 남은 당지도부 몫이지, 박대표가 대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속물적 행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 일각에서 은밀히 흘러나오는 것이 오는 6월중순의 광주 방문 가능성이다.

6월15~17일 광주에서는 의미심장한 행사가 열린다. 광주시와 김대중도서관이 공동주최하는 '광주정상회의'가 그것이다. 6.15선언 6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비롯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 레흐 바웬사 폴란드 전 대통령, 리고베르타 멘추 툼 과테말라 인권운동가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 및 수상단체 20여명 등 국내외 거물급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DJ는 15일 연설할 예정이다.

DJ방북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북핵위기의 근원인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대화 촉구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광주에서 열리는 6.15민족통일대축전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져 DJ와의 회동 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대표는 테러를 당하기 직전인 지난 18일 광주에서 지방선거 '첫 유세'를 가진 바 있다. 다른 날도 아닌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 한복판에서 한나라당 대표가 유세를 가졌다는 것은 박대표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학생들의 시위로 유세는 15분만에 끝났으나, 이 유세로 호남 진입을 향한 박대표의 집념이 얼마나 큰가가 재차 드러났다.

박근혜와 DJ

박대표는 지난해부터 DJ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호남 진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병문안차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반갑게 맞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박대표는 미국의 우익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초청으로 미국을 찾았다. 당시는 미국 매파들의 대북공세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무력공세까지 공공연히 언급돼던 살벌한 시점이었다. 박대표는 3월17일 초청자인 헤리티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은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연설을 해 미국 매파는 물론 국내우익인사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주었다.

박대표는 방미전 DJ측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DJ측은 지금은 더없이 위중한 시기인 만큼 북미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론을 전했고, 박대표는 이 조언을 따랐다.

박대표는 귀국 직후인 그해 3월29일에는 '민생투어'를 대외적 명분으로 DJ 고향인 광주와 신안군을 찾았다. 당초 신안군 하의도까지 직접 들어가 DJ 생가를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주변의 만류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신 하의도를 찾았다.

박대표는 또 비슷한 시기에 DJ측에 메신저를 보내 "선친께서 생전에 선생님께 많은 고초를 안겨드렸음에도 선생님께서 집권후 '박정희 기념관'을 짓기로 해주신 데 대해-비록 노무현정권 때문에 실현은 안됐으나- 저를 비롯한 저희 남매들은 더없이 감사하고 있다"는 뜻도 전했다. 이 과정에 차기대선에 대한 DJ의 생각도 은연중 타진했다.

말 그대로 '지극정성'을 다해왔다.

박근혜측, "대화상대는 한화갑 아닌 DJ"

박대표 지극정성의 타깃은 분명하다. 호남 진입이다. 호남의 벽은 높고도 두텁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 벽은 다시 한번 입증될 것이다.

박대표 측은 그러나 "박근혜 대표의 경우는 다르다"고 말한다. "두자리 수 지지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대표가 차기대선에서 5.18광주학살후 최초로 두자리 수 지지율을 획득한다면 새로운 정치사가 시작됨을 의미한다는 게 박대표측 판단이다.

박대표측은 호남 진입의 대화상대는 민주당이 아닌 DJ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DJ의 절대영향력에 비견할 바 못된다는 게 박대표측 판단이다. 호남 진입의 대화상대는 DJ일뿐이라는 게 박대표측 생각인 것이다.

DJ의 생각

문제는 DJ. 과연 그가 박대표의 지극정성에 화답할 것인가이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DJ도 "남북한 화해의 길을 열었으니, 동서 화해의 길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재임기간에도 DJ는 영남에서 배척받는 '반쪽 대통령'을 탈피하기 위해 무진 노력을 했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의 접근은 생각해볼 만한 러브콜이다.

DJ는 지난 3월21일 대구 영남대학을 방문,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요한 행보였다. 영남대학은 박정희 대통령이 건립했다. 영남학원 정관엔 “박정희 선생의 창학 정신에 입각해 교육한다”는 구절도 있다. 몸도 불편한 DJ가 거기까지 갔다. DJ는 이날 연설문에 없는 얘기를 했다. 그는 "내가 여기 왜 왔겠느냐"며 동서화해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DJ의 속내다.

DJ는 또하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도 박대표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통일을 위해 '동진 정책'을 취할 때 야당 지도자 바이체커의 협력이 결정적 역할을 한 역사적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을 어우를 수 있는 박대표의 협력 여부는 DJ가 생각하는 남북화합의 결정적 변수중 하나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DJ는 박근혜 러브콜에 화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대표의 '진정성'을 좀더 지켜볼 것이다. 과연 5.31 대승후 박대표가 어떤 행보를 할지, 대북관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특히 후자를 주목할 것이다.

박근혜의 '포스트 5.31'

박대표가 과연 6월중순 광주를 찾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가능성은 크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외치고 있는 5.31후 '민주평화세력 재결집론'을 깨기 위해서라도 DJ와의 연대는 필수불가결하다. DJ와의 역사적 화해를 이뤄낼 수 있다면 열린우리당 또는 노대통령의 그 어떤 '포스트 5.31 구상'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노대통령은 'DJ 재평가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후반을 맡은 데다가 5.31 참패로 본격화할 레임덕을 생각할 때 DJ의 호남지반, 민주화세력내 영향력이 절실해진 탓일 거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때 DJ-박근혜의 역사적 화해가 성사된다면 그 정치적 파장은 대단할 것이다.

박대표의 '포스트 5.31 행보'에 정가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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