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러브콜'에 김문수 냉랭. 당권 도전 가능성
권성동 등 친윤, 참패에도 사퇴 거부. '한동훈 책임론' 펴기도
일단 지도부는 대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다시 시작하겠다.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들겠다.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비대위원장직에서 당장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뭐 여러 가지 패인이 있었겠지만, 저는 우리당이 공동체의식을 회복을 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우리가 적을 향해서 싸워야 되는데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이런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며 '친윤 청산'을 주장한 한동훈 전 대표에게 패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우리 김문수 후보님께서 어려운 과정을 딛고 아주 열심히 싸워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로 우리 후보님 부부, 설난영 여사님도 저도 그렇고 집사람도 여러 차례 모셔봤지만, 아주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을 뵐 때마다 했다"며 자신이 축출하려 했던 김 후보에게 자세를 낮춘 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계엄이다. 하지 말아야 할 계엄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뒤늦게 거리를 뒀다.
나경원 의원도 "출발이 늦은 상황 속에서 그래도 귀한 후보님을 모시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그래도 저희로서는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을 한다. 참 좋은 후보를 알리기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김 후보의 40%대 득표를 치켜세운 뒤, "우리당의 정체성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부터 필요하지 않나"라며 우회적으로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이번 대선 패배에서 느낀 교훈이 있다면, 더 이상 분열과 갈등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 이제는 혁신·쇄신·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요약해, 친윤 수뇌부는 대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아울러 김문수 후보를 차기 당대표로 추대할 수 있다는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김문수 후보의 반응은 차가웠다.
김 후보는 우선 "오늘 이재명 우리 대통령 취임식을 한번 보면서 제가 정말 너무나 큰 역사적인 죄를 지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제가 뜻을 담아서 우선 국민 여러분께 또 우리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 큰 절로 사죄를 올리겠다"며 맨바닥에 절을 했다.
그는 그런 뒤 조목조목 패인을 지목했다.
우선 "첫번째는 우리 당이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바로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나타났다. 우리당이 그 계엄을 했던 우리 대통령을 뽑았고, 또 우리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많이 관철된 것에 대해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을 직격하기 시작했다.
이어 "전혀 적절치 않은 수단을 이렇게 쓰게 되도록 우리가 그냥 말릴 수 없었던, 또 그것을 제어하는 힘이 우리 내부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큰 문제가 있다"며 거듭 친윤을 비판했다.
그는 "두번째, 우리당이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연 어떤 사람을 당 대표로 뽑느냐, 또는 누구를 우리가 공직 후보자로 뽑느냐,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며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우리가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는가"라면서 당원 반대로 좌절된 친윤의 심야 대선후보 교체 파동을 거론했다.
그는 "단순히 열심히 뛴다, 안 뛴다, 이런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밑바탕의 가장 민주주의의 뿌리 그리고 제일 밑에서부터, 어떻게 시스템으로서 구축해서 중앙당이 작동하고, 그것이 가장 관료적이지 않게, 민감하게 유연하게, 민심을 수렴하고, 민심에 우리들의 정확한 뜻이 전달되는 이런 것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김 후보가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 비서실장 출신으로 최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은 5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나와 대선 패인을 친윤의 '김문수 축출' 시도에서 찾았다.
그는 "보수 진영의 지지 기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부 분열과 내부 총질로 결국은 내부 반란으로 어려움에 처했었다"며 "지난 5월 3일, 김문수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선출하고 나서부터 곧바로 후보 교체 작업이 이 당 지도부에서 진행이 되었다"며 친윤을 질타했다.
이어 "5월 12일 결국 당원들의 힘으로 그 작업이 무위로 끝났지만 그런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서는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당에서 선출한 당원들과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 후보를 무지막지하게 나쁜 사람으로 매도를 했고. 그것이 길지도 않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고 그걸 극복하는 데 상당 시일이 걸렸다. 그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아니었나"며 친윤을 융단폭격했다.
구체적으로 "유세차가 선거 운동에서는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유세차는 우리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등록했을 당시에는 한덕수 후보의 유세차로 꾸며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다시 전부 벗겨내고 개조해서 우리 후보로 만들어서 현지까지 보내는 데 초기 이틀이 소요가 되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김 후보의 당권 도전에 대해선 "그것은 당원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뜻이 어디로 모아지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본다"며 "지금 상태로는 그냥 관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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