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최상목 불가피한 결정". 전례없는 '철통 방어'
앞서 최상목과 함께 한덕수 찾아가 헌법재판관 임명 촉구하기도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 공백이 지속되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지는 만큼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거듭 최 대행을 지원사격했다.
이 총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에 강력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한 최상목 부총리에게 경제 비상시국인만큼 사표를 내서는 안된다고 만류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으려 하자 최 부총리와 함께 한 대행을 찾아가 임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계엄사태가 제2의 외환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이같은 이 총재의 최 대행 '철동 방어'는 한은과 기재부가 전통적으로 상호견제 관계였다는 점을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현재의 정치 불확실성을 방치했다가는 제2의 외환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공통된 상황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최 대행 등의 노력으로 제2의 외환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부심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긴 하지만, 현재의 잠재성장률 2%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 1.8%(국제통화기금 20204년 10월 발표 기준)와 유사한 수준으로, 지금 우리 상황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손자병법의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서양 격언처럼, 해야 할 것부터 차분하게 실천하고 새 기회를 만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 발표후 기자실을 찾아서도 “최 대행이 비난을 무릅쓰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공직자로서 나중에 굉장히 크게 평가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계속 탄핵 위협 가운데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제 사령탑이 탄핵될 위험은 굉장히 줄어든 만큼 여야정협의를 통해 경제를 안정시킬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최대행을 비난한 김문수 노동장관 등 친윤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며 "노력해야 할 시점에 (그런 결정을) 왜 하느냐고 막으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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