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된 심판 바람'에 日집권여당 과반 실패
비자금 스캔들-아베노믹스 등 '죽은 아베의 유산' 심판
28일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27일 치러진 선거에서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자민당은 종전 의석보다 56석, 공명당은 8석이 줄어들었다. 공명당은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까지 낙선했다.
이로써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수 합계는 215석으로 중의원 465석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했다.
자민당·공명당 연정세력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놓친 것은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자민당 주류였던 아베파의 '비자금 스캔들'이 결정타였다. 비자금 스캔들이란 아베파 등 핵심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가리킨다.
심판 여론은 대단히 삼엄해, 이번 선거에 출마한 스캔들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했다. 다카기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 등 유력 정치인들도 대거 낙선했다.
이밖에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등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해온 '아베노믹스'도 또하나의 핵심 심판 요인으로 작동했다. '죽은 아베의 유산'이 심판을 자초한 양상이다.
반면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을 집중 공략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크게 약진했다. 국민민주당도 7석에서 28석으로 크게 늘었으나, 극우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줄었다.
지난 1일 취임하자 중의원을 해산하며 승부수를 던졌던 이시바 총리는 총선 참패로 앞길이 더없이 험난해질 전망이다. 당내에서 반대파를 중심으로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개표방송 인터뷰에서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우리가 내건 정책 실현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야권은 산술적으로는 결집을 통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지만, 워낙 야권이 난립 상황이어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자민당은 무소속 당선자들과 군소정당 등과 추가 연대해 일단 권력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 때까지 일본 정치권은 혼돈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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