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김한길, “내 장점은 지연, 학연, 직연 없는 것”

무계보인 까닭에 5.31선거후 과도기적 역할 맡을 수도

5. 31 지방선거후 정가를 주목해 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 중 하나는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 지도부 재편 그림이다.

5.31 선거에서 당이 참패할 경우, 1차적 책임은 정동영 당의장이 질 수밖에 없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책임선상에서 한 발 빗겨나 있다. 열린우리당이 원내 중심정당을 표방하며 당을 당 전체를 책임지는 당의장과 원내를 책임지는 원내대표 두 톱 체제로 만들어 놓은 터라 그렇다.

우리당 의원들이 김한길 원내대표의 요즘 행보를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5.31 이후 당 지도부 내 권력이 이동할 때, 그에게로 힘일 쏠릴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김한길 원내대표 “내 장점은 지연, 학연, 직연(織緣) 없는 것”

5.31 선거에서 우리당이 참패할 경우 김한길 원내대표가 도의적 책임감에서 사의를 표명할 수는 있겠지만 그를 향해 책임져야 한다고 하기에는 당위성이 약하다. ⓒ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김광웅 서울대 교수 초청 ‘현대사회와 리더십’ 강의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한 학생으로부터 “원내대표로서의 리더십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김 원내대표는 “아직도 우리네 정치에서는 연고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운을 뗀 뒤 “그런 점에서 난 정치하기엔 열악한 조건을 갖고 있다. 지연(地緣), 학연(學緣), 직연(職緣) 어느 것도 없다. 좋지 않은 조건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 때문에 더 열심히 한 지도 모르겠다. 계파 일원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의원들이 편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답했다.

'무계파'가 자신의 약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해야 할 때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고향이 함경북도 경성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소설가로 창작활동에 해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월 24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가 배기선 의원을 39표차로 가볍게 따돌렸다. 당내 지지기반도 약하고 어느 계파도 아닌 그의 당선은 DY계 수장인 정동영 의원이 당의장이 된 데 따른 견제심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반 DY계가 무계파인 글 밀었다는 것이다. 3선인 배기선 의원은 범 DY계로 분류된다.

“청와대 정책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3선 국회의원 많은 경험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고향이 함경북도 경성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소설가로 창작활동에 해왔다.ⓒ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양쪽 주머니에 차고, 멀리를 보면서 미세한 전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자리”라고 정의하고 “청와대 정책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3선 국회의원 등의 경험 또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타인을 설득하는 노하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노하우는) 진심”이라고 답한 뒤, “타인을 설득을 할 때는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한 뒤 이를 논리와 근거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괜한 기대를 주면 협상은 깨진다, 양보와 타협은 가지 것 중 덜 중요한 것은 주고 꼭 지켜야 할 것은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나름의 비법을 사학법을 놓고 한나라당과 벌인 과정을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타협과 협상에 상당한 소질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 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 대표,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행복도시법을 통과시킬 때 여야 협상 대표였다. 협의가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래도 김한길이 하면 뭔가 해냈다는 애기들을 정도로 내 주장만 우기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자신을 장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인 아내 최명길과 함께 강의장을 찾은 그는 “신혼여행 중 묵었던 스위스 시골 마을의 느낌이 좋아 경기도 양수리에 집을 지으면서 똑같이 꾸며놓았으나 그 마을에서 느꼈던 충족감은 느낄 수 없었다. 생활, 문화 등 모든 것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정치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란 사회구성원의 꿈을 저당받아 무언가 해내고 저당받은 것보다 더 큰 것을 배당해 내는 일”이라고 정의한 뒤 “지나치게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날 강연은 자신의 평소 생각을 밝힌 것으로 보이나, 일각에서는 5.31후 정계개편 과정에 자신이 적잖은 역할을 할 것임을 은연중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정경희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