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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發 제3차 오일쇼크' 위기 고조

美, 이란공격-석유금수 검토. 한국경제 '재앙' 도래 위험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외교노력이 실패할 경우 이란의 핵관련 시설을 공습, 또는 이란의 석유수출 봉쇄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3차 오일쇼크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석유전문가들은 이란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백달러까지 치솟으며 국제경제에 치명상을 가하고, 특히 원유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체니 "군사력 사용 배제하지 않아"

미국은 현재 이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거듭된 압박을 비웃듯 핵개발을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날이 미 정부의 발언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공무위원회(AIPAC)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란 정부가 만약 현재 노선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국제사회가 '의미있는 결과'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체니는 또 "미국은 이란 정권의 무책임한 행위와 관련해 모든 옵션(선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면서 "과거엔 미국은 지금 당장 군사력을 사용할 의도가 없다고 말해 왔으나 지금은 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미국 정부 관리로서는 최초로 공식적으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5년 6월 혁명가 마무드 하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이란과 미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으며 미국은 이란 폭격, 석유금수 등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AP연합뉴스


이에 앞서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라프>지 온라인 판은 지난달 13일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 말을 빌어 북폭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공중폭격 계획은 통상적인 군의 유사시 계획이상의 것으로 최근 수개월에 걸쳐 상당히 긴박하게 작업이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현재 국방부는 공습할 표적을 선정하는 작업과 필요한 군비 점검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정부는 최근 앞으로 2년 내에 원자력잠수함에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계획대로 일이 추진되면 이들 원자력잠수함이 이란 공격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차선책으로 이란 석유금수 검토

그러나 체니 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곧바로 군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라크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미국이 전선을 이란으로까지 확대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일각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 이란에 대해 석유수출을 금지하는 경제제재이다. 이는 지난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때 이라크에 대해 사용했던 제재조치이다. 이란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끌고간 미국은 현재 안보리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란에 대한 무력제재와 경제제재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현재 미 정부에서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로 이란의 석유수출 금지를 비롯해 정부간 교류제한, 여권발급 정지, 주이란대사관 철수, 이란의 미국내 자산동결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란의 석유생산량은 전세계 석유생산량의 5.1%(일일 생산량 4백80만배럴)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금수시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간단치 않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고, 유럽국가들도 이란석유 의존도가 낮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과 유럽이 이란 석유금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과 미국과 대립했던 프랑스와 독일도 이번에는 금수조치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제문제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최악의 경우 대비한 비상대책 마련

미국의 이란 석유 금수조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현재 석유수입량의 15%(연간 2억3천만배럴)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이란 석유금수란 악몽같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벌써부터 일본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책 수립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등을 중심으로 지난 2일 대이란 석유조치가 발동될 경우에 대비한 국가비상조치를 확정했다. 조치의 핵심은 석유의 국가 비축분을 방출하는 것. 일본은 현재 90일분의 국가 비축분과 82일분의 민간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지껏 일본은 제 1차, 2차 오일쇼크 때에도 민간 비축분을 방출하는 선에서 그쳐왔다. 따라서 일본이 사상최초로 국가 비축분까지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본이 이같은 만약의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설마..."

일본 못지 않게 우리나라의 이란 원유의존도도 높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4위의 원유수입국이다. 특히 원유수입의 80%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에서도 두바이, 아랍에미리트에 이은 우리나라의 제3위 원유수입국으로, 우리나라는 연간 8천만배럴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 원유금수조치가 단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입게될 타격은 일본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1980년 제2차 오일쇼크때 유가는 배럴당 41달러까지 폭등해 우리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이 때 가격을 요즘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90달러. 전문가들은 이란 원유수출금지조치가 단행될 경우 2차 오일쇼크때보다 유가가 더 오르면서,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원유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90~1백달러까지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요즘 전세계의 투기성 유동자금이 원유시장에 몰려들어 투기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유 금수 얘기만 나와도 유가는 폭등, 제3차 오일쇼크를 초래하며 세계경제, 특히 우리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미국의 이란 원유금수를 '엄포' 차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혈맹관계 때문에 세계불황을 감수하고라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이란 공격, 또는 원유금수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리가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일본처럼 최악의 비상사태를 상정한 비상대책, 이른바 '쉘 시나리오' 작성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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