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피 값 치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
전운 고조 하마스 휴전협상 대표 제거, 가자전쟁 휴전협상에도 '먹구름'
가자지구 전쟁에서 촉발된 이스라엘-헤즈볼라간 전면전 위기 속에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 수도에서 하니예 일인자 암살 사건까지 돌출되면서 5차 중동전쟁 발발 등 확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당장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혹한 징벌"을 경고하며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하마스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니예 국장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온주의자(이스라엘)에 의해 순교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성명은 "지도자 하니예가 이란의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시온주의자의 기만적인 숙소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자국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통령 취임 행사에 초대된 '귀빈'이 암살되자 이란 당국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회의에는 인근 국가의 연계 무장세력을 관리하는 혁명수비대의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복수를 다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긴급소집한 뒤 하마스 정치 지도자 하니예의 살해에 복수하는 것이 이란의 의무라고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 스푸트니크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지시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테러리스트 점령자가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이란은 영토를 보존하고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점령자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골란고원 등을 점령한 이스라엘을 칭하는 말이다.
이란이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과 이란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란은 앞서 지난 4월초 발생한 주시리아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 등을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바 있다. 이후 이스라엘은 핵시설이 있는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州)에 다시 보복 공격을 가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대통령 취임일에 자국 수도에 초청했던 저항의 축 지도자 가운데 한명이 암살됐다는 점에서 이란에게는 치욕적인 사건이어서, 이에 상응하는 보복을 계획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저항의 축의 일원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최근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던 만큼 이번 하니예 암살이 전면전 발발의 촉매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이 자국 점령지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지 불과 몇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미 CNN 방송은 "확전의 두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하마스 정치 지도자가 이란에서 피살됐다"며 하니예의 사망은 헤즈볼라 지휘관이 레바논에서 피살된 뒤 우려스러운 시점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예가 가자 휴전 협상 과정에서 하마스 대표로 나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급사로 휴전 협상 및 종전 전망 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협상 판을 깨겠다는 이스라엘의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하니예 암살이 중동 지역을 휘감는 전쟁의 두려움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도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이번 사건이 가자지구 휴전을 지연시키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역내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을 촉발할 것이라는 경고를 잇따라 발신하고 있다.
또 이란 국영매체에 따르면 전직 혁명수비대 사령관 모흐센 레자이에는 "이스라엘에 하니예 암살에 대해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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