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8.15 경축사 전문]
"김정일과 논쟁 아닌 미래 위한 대화할 것"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녘동포와 7백만 해외동포 여러분,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가슴 벅찬 기쁨으로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자유와 독립을 마음껏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애국선열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100년 전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해방을 맞았지만, 또 다시 민족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일어섰습니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기적과 신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반세기 전, 1백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민총생산과 무역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고, 외환보유액은 세계 5위가 되었습니다. 과학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해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건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충분한 국방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군은 세계 10대 정예강군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굳건히 지키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세계적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의 정치적 자유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역시 미국, 일본보다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2차대전 이후 1백여개 나라가 독립했지만 우리처럼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는 없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국민의 뛰어난 역량과 높은 성취동기, 그리고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입니다. 대한민국의 성공을 만들어 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냉전체제 해체되었으나 평화와 공존의 질서 정착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
앞으로도 우리는 경제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명실상부한 선진민주국가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하나의 큰 숙제가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냉전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습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 평화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러시아가 새롭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후체제에서 벗어나 보통국가가 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미국은 세계전략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으나 아직 평화와 공존의 질서가 정착되지는 못했습니다. 언제 다시 대결적 분위기가 조성될지 모릅니다.
참여정부는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우리 역사에 대한 뼈아픈 성찰,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가적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 위에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3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큰 틀이 성공하지 않고는 한반도의 안정적인 평화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동북아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길이라는 인식과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균형적 실용외교’, ‘협력적 자주국방’,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을 3대 전략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균형적 실용외교’는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안보전략입니다.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전략적 위치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역사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가 균형을 잡지 못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질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중심을 잡아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미관계를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한층 강화해 왔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풀어오는 과정에서는 6자회담 당사국 간의 이견을 조율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협력적 자주국방’은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진 나라답게 우리의 국방은 우리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미국에 대한 심리적 의존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주국방 역량을 한층 강화해 왔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 그리고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고, 국방개혁 2020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함께 발전해가야 합니다. 결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한미동맹은 상호존중과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더욱 굳건하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 또한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 왔습니다. 인내로써 적대적 행위를 절제하고 대화와 설득으로 신뢰를 쌓아온 결과, 북핵 사태의 와중에도 남북관계는 꾸준히 진전되어 왔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기와 비교해도 남북교역량은 두 배, 협력사업은 네 배, 인적왕래는 일곱 배가 증가했습니다. 철도 연결과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 만7천 명의 남북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에 1단계 입주가 완료되면 10만 명의 근로자가 연간 20억 달러가 넘는 상품을 생산할 것입니다. 군사적 긴장도 잘 관리되어 참여정부 내내 단 한차례의 무력충돌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안전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점차 해소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화지수가 미국, 프랑스보다 앞서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줄어들었고, 남북대화나 경제협력에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혁과 관련한 여러 법령과 조직이 정비되고,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도 주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잠재력과 우수한 인력은 다방면의 교류협력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앞으로 남북 교류협력이 진전될수록 북한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4년간 우리에게 큰 과제였던 북핵문제도 이제 해결의 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의 포괄적 해법을 담은 9·19공동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9·19공동성명은 단지 북핵문제의 해결방안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큰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실천계획이 올해 2·13합의로 구체화되었고, 북한 핵시설 폐쇄라는 초기조치가 이행되었습니다.
저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추진한 대외안보정책 실현 단계에 들어서.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참여정부가 추진한 대외정책, 안보정책은 대부분 실현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6자회담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이때, 6자회담과 남북대화가 서로 선순환의 관계가 되도록 운영해 나가야 합니다.
6자회담의 진전은 남북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대화는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이 더욱 성공적으로 진전되면, 그 다음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남북이 함께 공조하는 한반도 경제시대가 열리면 한반도는 명실 공히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면서 동북아의 물류, 금융, 비즈니스 허브로 확고히 자리 잡고, 북한은 획기적인 경제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2주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7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남북 공동번영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의 진전과 그 이후의 동북아 다자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남과 북은 이미 남북관계의 원칙과 발전방향에 대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해놓고 있습니다. 72년 7·4공동성명, 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2000년 6·15공동선언이 그것입니다. 이 4대 합의는 남과 북의 역대 정부가 세계를 향해 약속한 것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합의를 실천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동안의 합의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남북관계는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과 논쟁 아닌 미래 위한 대화할 것"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회담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새로운 역사적인 전기를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은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로 간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논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대화를 할 것입니다.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대화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회담의 전 과정에서 역사가 저에게 부과한 몫을 잘 판단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6자회담과 조화를 이루고 6자 회담의 성공을 촉진하는 정상회담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은 안 된다’든가, ‘이것만은 꼭 받아내라’는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큰 틀에서 미래를 위해 창조적인 지혜를 모아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62년 전, 우리는 분단을 우리 힘으로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함께 협력하고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지금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하기에 따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우리 내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는 정파적 이해가 다를 일이 없습니다. 어느 한 정부의 노력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매 정부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다음 정부에 물려주고, 다음 정부는 기존 성과의 토대 위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진전을 이뤄가야 합니다.
대선을 앞둔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도 역대 정부의 합의를 존중하여 스스로 한 합의를 뒤집지 않는 대북정책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는 진보합니다. 힘과 대결의 질서에서 화해와 협력의 질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100년 전 열강의 각축장이었던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가 되는 희망찬 미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이뤄낸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습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고 빛나는 문화를 창조해 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 역량과 저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의 아들딸, 손자손녀들에게 보다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를 물려줍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8월 15일
북녘동포와 7백만 해외동포 여러분,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가슴 벅찬 기쁨으로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자유와 독립을 마음껏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애국선열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100년 전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해방을 맞았지만, 또 다시 민족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일어섰습니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기적과 신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반세기 전, 1백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민총생산과 무역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고, 외환보유액은 세계 5위가 되었습니다. 과학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해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건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충분한 국방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군은 세계 10대 정예강군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굳건히 지키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세계적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의 정치적 자유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역시 미국, 일본보다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2차대전 이후 1백여개 나라가 독립했지만 우리처럼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는 없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국민의 뛰어난 역량과 높은 성취동기, 그리고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입니다. 대한민국의 성공을 만들어 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냉전체제 해체되었으나 평화와 공존의 질서 정착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
앞으로도 우리는 경제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명실상부한 선진민주국가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하나의 큰 숙제가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냉전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습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 평화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러시아가 새롭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후체제에서 벗어나 보통국가가 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미국은 세계전략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으나 아직 평화와 공존의 질서가 정착되지는 못했습니다. 언제 다시 대결적 분위기가 조성될지 모릅니다.
참여정부는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우리 역사에 대한 뼈아픈 성찰,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가적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 위에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3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큰 틀이 성공하지 않고는 한반도의 안정적인 평화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동북아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길이라는 인식과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균형적 실용외교’, ‘협력적 자주국방’,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을 3대 전략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균형적 실용외교’는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안보전략입니다.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전략적 위치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역사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가 균형을 잡지 못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질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중심을 잡아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미관계를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한층 강화해 왔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풀어오는 과정에서는 6자회담 당사국 간의 이견을 조율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협력적 자주국방’은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진 나라답게 우리의 국방은 우리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미국에 대한 심리적 의존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주국방 역량을 한층 강화해 왔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 그리고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고, 국방개혁 2020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함께 발전해가야 합니다. 결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한미동맹은 상호존중과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더욱 굳건하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 또한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 왔습니다. 인내로써 적대적 행위를 절제하고 대화와 설득으로 신뢰를 쌓아온 결과, 북핵 사태의 와중에도 남북관계는 꾸준히 진전되어 왔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기와 비교해도 남북교역량은 두 배, 협력사업은 네 배, 인적왕래는 일곱 배가 증가했습니다. 철도 연결과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 만7천 명의 남북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에 1단계 입주가 완료되면 10만 명의 근로자가 연간 20억 달러가 넘는 상품을 생산할 것입니다. 군사적 긴장도 잘 관리되어 참여정부 내내 단 한차례의 무력충돌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안전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점차 해소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화지수가 미국, 프랑스보다 앞서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줄어들었고, 남북대화나 경제협력에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혁과 관련한 여러 법령과 조직이 정비되고,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도 주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잠재력과 우수한 인력은 다방면의 교류협력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앞으로 남북 교류협력이 진전될수록 북한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4년간 우리에게 큰 과제였던 북핵문제도 이제 해결의 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의 포괄적 해법을 담은 9·19공동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9·19공동성명은 단지 북핵문제의 해결방안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큰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실천계획이 올해 2·13합의로 구체화되었고, 북한 핵시설 폐쇄라는 초기조치가 이행되었습니다.
저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추진한 대외안보정책 실현 단계에 들어서.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참여정부가 추진한 대외정책, 안보정책은 대부분 실현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6자회담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이때, 6자회담과 남북대화가 서로 선순환의 관계가 되도록 운영해 나가야 합니다.
6자회담의 진전은 남북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대화는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이 더욱 성공적으로 진전되면, 그 다음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남북이 함께 공조하는 한반도 경제시대가 열리면 한반도는 명실 공히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면서 동북아의 물류, 금융, 비즈니스 허브로 확고히 자리 잡고, 북한은 획기적인 경제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2주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7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남북 공동번영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의 진전과 그 이후의 동북아 다자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남과 북은 이미 남북관계의 원칙과 발전방향에 대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해놓고 있습니다. 72년 7·4공동성명, 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2000년 6·15공동선언이 그것입니다. 이 4대 합의는 남과 북의 역대 정부가 세계를 향해 약속한 것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합의를 실천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동안의 합의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남북관계는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과 논쟁 아닌 미래 위한 대화할 것"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회담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새로운 역사적인 전기를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은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로 간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논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대화를 할 것입니다.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대화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회담의 전 과정에서 역사가 저에게 부과한 몫을 잘 판단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6자회담과 조화를 이루고 6자 회담의 성공을 촉진하는 정상회담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은 안 된다’든가, ‘이것만은 꼭 받아내라’는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큰 틀에서 미래를 위해 창조적인 지혜를 모아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62년 전, 우리는 분단을 우리 힘으로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함께 협력하고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지금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하기에 따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우리 내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는 정파적 이해가 다를 일이 없습니다. 어느 한 정부의 노력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매 정부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다음 정부에 물려주고, 다음 정부는 기존 성과의 토대 위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진전을 이뤄가야 합니다.
대선을 앞둔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도 역대 정부의 합의를 존중하여 스스로 한 합의를 뒤집지 않는 대북정책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는 진보합니다. 힘과 대결의 질서에서 화해와 협력의 질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100년 전 열강의 각축장이었던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가 되는 희망찬 미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이뤄낸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습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고 빛나는 문화를 창조해 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 역량과 저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의 아들딸, 손자손녀들에게 보다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를 물려줍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8월 15일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