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계 의원들과 'MB연대'를 중심으로 한 나라선진화-공작정치 분쇄 국민연합 준비위원회(이하 국민연합)가 1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국가정보원의 공작정치를 규탄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사모' 회원들이 '맞불집회'를 계획, 양 진영의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양 진영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연합 회원 5천여명은 18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공작정치 분쇄-노무현 정권 재집권 저지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진영의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 진수희, 차명진, 고흥길, 공성진, 전재희, 박순자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당초 MB연대가 참석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과 전여옥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재오 "야당이 이 꼬라지니 부도덕한 정권이 한나라당을 우습게 아는 것"
이재오 최고위원은 규탄사에서 "지난 날 저는 군사정권,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제 청춘의 전부를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바쳤다"며 "유신독재가 끝난 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 권력에 의한 부정부패나 선거조작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물을 열었다. 그는 "지난 10년 간 민주화운동을 함께 하고 사선을 함께 넘던 동지들이 DJ 정권 하에서 권력을 잡아서 유신독재의 잘못된 모든 것들이 청산되리라 믿었는데 그들은 친인척 부패, 아들 비리 등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을 자행했다"며 "정치공작으로 등장한 노무현 정권 역시 '정치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과거 DJ 정권 시절 '절대 도청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사실이 되지 않았나"라고 국정원 정치공작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화살을 박근혜 후보측으로 돌려 "한나라당 안에서도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희망을 앗아가는 공작적 경선이 이뤄지는 아닌가 한다. 어떻게 특정 캠프가 같은 당 후보의 주민등록초본을 불법으로 받고, 보고서를 언론에 흘리고, 도대체 국민을 뭘로 알고 하는 짓인가. 기가 막힌 노릇이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야당이 이 꼬라지니까 부도덕한 정권이 한나라당을 우습게 아는 것 아닌가"라며 "야당이란 사람이 남의 후보 약점을 캐고, 없는 것을 뒤집어 씌우려하니 국민이 야당을 믿을 수 있겠나"라고 성토했다. 그는 "정말 피눈물이 난다. 이 꼬라지를 보려고 이 당에서 과거 동지들에게 변절자 소리 듣고, 같은 당에선 색깔론 소리를 들었나"라며 "그래도 한나라당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믿고 있었는데 지금 꼬라지가 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입만 열면 도덕, 원칙을 말하던 분이 잘못이 드러나면 사과를 해야지 국민이 용서할 것 아닌가"라며 "노무현 정권도 잘못을 하고도 그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 뒤집어 씌위기 때문에 문제 아닌가"라고 박근혜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을 동일시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공작정치 분쇄 범국민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나라선진화-공작정치 분쇄 국민연합 준비위원회가 국정원의 공작정치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영섭 기자
박사모 회원 맞불집회 계획했으나 무산, 양 진영 출동 면해
한편 이명박 진영의 규탄 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청 앞 광장 한 편에선 '맞불집회'를 계획한 박사모 회원 50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광용 박사모 대표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원래 지금 집회를 해야 하는데, 플래카드 등 집회에 필요한 준비물이 미처 오지 않아 집회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쪽이 집회를 한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 준비가 늦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사모는 당초 이날 맞불집회를 통해 이명박 진영의 문제제기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맞불집회를 벌이지는 않아 장외에서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격돌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