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사학법 파동'은 탈당-정계개편 승부수
[이연홍의 정치보기] <5> 노대통령 '사학법' 파동의 노림수
우선 그 의문부터 풀어보자. 그러자면 가정이 필요하다. 일단 짰다고 치자.
그런 경우는 앞서 정권에도 있었다. 노태우의 6.29 선언이 그 범주다. 전두환은 내각제를 주장했다. 그런데 노태우가 직선제를 받아들였다. 노태우는 그것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실은 둘이 짠 거였다. 노태우 지지도 제고를 위한 거였다. 그러지 않고는 대통령을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을 보자. 정동영 지지도 제고를 위한 건 아니다. 정동영도 상처를 입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상처다. 그러니 목적이 안보인다.
물론 짜지 않았어도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 후보나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YS가 그랬다. SK의 이동통신 인수를 막았다. 그래서 노태우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리고 이겼다. 힘을 과시했다. 이미 힘이 YS한테 쏠릴 때였다. 그래서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은 그것도 아니다. 정동영은 아직 후보가 아니다. 후보가 되는 것조차 불투명한 단계다. 오히려 지금은 시기적으로 충성경쟁을 벌여야 할 때다. 그러니 열린우리당 쪽에서 사태를 유발했을 리 없다. 열린우리당 얘기를 들어보면 사학법은 양보할수 없단다. 지금까지 과정이 그렇단다. 양보했다가는 그나마의 선거도 치나마나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것으로 일단 짜지 않았냐는 궁금증은 풀렸다. 분명 짜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냐'다. 사태의 시작은 열린우리당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을까. 열린우리당이 순순히 받아들일줄 알았던 건가. 모두 아니다다. 알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랬단 말인가.
노 대통령은 작년 후반부터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시작은 '대연정'이었다. 대연정의 배경은 단순한 연합 정권이 아니다. 쉽게 말해 이런 거다. 정책이 좋으면 뭘하냐다. 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야당이 반대해서다. 그러니 자리를 줄 테니 정책 추진을 할 수 있게 해달라 였다. 총리도 주겠다고 했다. 모든 걸 버리겠다고 했다.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 달라 했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거다.
지금 사태도 그것만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3.30 부동산 입법을 위해 사학법 양보를 권유했다는 거다. 조금 넓게 보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개혁입법들을 예시한다. 그러나 그래서는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대연정 제의의 속을 봐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정파적 이익에서 멀어지려는 거다. 당파를 초월하려는 거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탈당 애기도 끊임없이 나오는 거다. 아마도 5.31 선거뒤에 실행될 거다.
정파적 이익을 멀리하겠다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중립지대로 몰아가는 거다. 정권재창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도 함축되어 있다. 쉽게 말해 자기는 역대 대통령들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대 대통령은 퇴임과 동시에 은퇴했다. 전두환 노태우는 12.12쿠데타 때문이었다. 극단적 정파 이익 때문이다. 그러니 조용히 있어야 했다. YS, DJ는 나이 때문이었다. 80줄이다. 은퇴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를 다르다고 보는 거다. 이제 60이다. 청춘이라고 여길 거다. 퇴임 후에도 할 일 없이 보낼 순 없을 거다. 뭐를 하든 하긴 할 거다. 가만 있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자면 필요한 게 있다. 정파성을 버리는 거다. 좌파적 색깔도 씻어야 한다. 대 연정 제의에는 그런 속뜻도 있었다. 지금 그걸 준비하는 거다. 퇴임이후를 말이다. 그래서 그를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선 안된다.
때문에 이후 행보도 뻔하다. 탈당은 기본이다. 지방선거 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결과를 볼 것이다. 그에 따른 정계개편을 지켜볼 거다.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도 분열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대로 남는다 해도 대통령 후보 경선 분위기로 들어간다. 새 대표가 선출된다. 훨씬 요리하기 쉬운 상대다.
대통령은 그때를 보는 거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번 대연정 제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주변 많은 이들은 아직 대연정 제의가 살아있다고 말한다. 대연정 제의는 개헌론과 겹치게 되어있다. 정치권 일각은 내각제 얘기를 꺼낼 게 분명하다. 열린우리당 이탈 세력이 총대를 멜지 모른다. 야당한테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경선의 우열도 판가름 나는 상황이다. 지는 쪽은 다른 가능성을 보게 마련이다. 결국 판이 흔들릴거다. 내각제 성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거다. 노 대통령으로선 최상의 상황이 오는거다. 퇴임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그를 따르는 4,50명의 의원 그룹은 있을테니 말이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을 누릴수 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만의 특징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든 걸 기획하고 움직였다.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다진 후 말했고 그리고 움직였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다르다. 일단 움직이고 본다. 그에 따른 반응을 보고 기획한다. 사학법 후퇴 권고는 그 첫 번째 수순이다. 일단 움직이고 본 거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걸까. 측근들은 그렇게 말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것 처럼 되어 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자기한테 가장 좋은 상황을 도출해 내는 것일뿐이다. 내각제든 대연정이든 말이다. 그러나 하다하다 안되면 언제든 다시 정권 재창출에 매진할 거라 보는 게 옳은 시각이다. 양극화라는 화두는 그걸 대비해 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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