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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프레임은 또다른 형태의 1인권위주의체제"

<기고> 대선주자들, 盧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국정치의 미래, 노무현 프레임 돌파에 있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이다. 각 정당이 아직 후보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이 과정을 시작한 지금 은 예의 대선본선에 버금가는 갑론을박과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자유와 관련해 선관위와 대통령이란 두 헌법기관 간 권한다툼까지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그들만의 리그’에 짜증날 뿐이다. 대통합만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통합파의 주도권다툼도 그렇고 질서 있는 통합이 안 되면 친노 열린우리당으로 간다는 독불 행보도 정치불신을 가중시킨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박근혜 검증논란도 국민적 의혹만 커진 채 해소되지 못해 공연한 짜증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의 새로운 발전 틀거리를, 시대정신이란 국민공감대로 만들 수 있는 대선과정에 내용물(컨텐츠)이 없다. 향후 한국호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공론이 실종되어 있다. 정치본연의 의제설정기능이 여전히 권위주의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한국정치, 한국 대선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졌을까.

원인은 3~4년 전에 비해 여전히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정치권 행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나타난 낡은 정치청산과 새로운 정당실험, 그리고 새 정부의 탈권위주의화와 뉴 패러다임정책추진이란 진전이 있었다면 지금은 별다른 진전도, 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의제를 향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정치 스타일 상의 감동도 없다. 정략과 주도권, 그리고 승리지상주의에 빠진 전술구사와 상대 깍아내리기만 두드러질 뿐이다.

문제는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양극화라는 새로운 현상을 따라잡지 못한 정치권의 교착상태가 한국사회를 비전 없는 사회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왕성한 물질적 성장 이면에 실업과 비정규직, 낮은 복지수준과 터무니없는 자산소득 양극화 등 현 정부의 실패적 요인들을 극복할 새로운 정치리더십의 출현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 대선주자들도, 각 정당들도 지속가능한 성장론과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위한 의제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이명박 씨의 한반도 대운하론과 박근혜 씨의 한중열차페리론, 그리고 범여권 진영의 사회투자국가론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선진통상국가론 등 이론은 많다.

그럼에도 이런 정책의제들이 대선과정에서 실종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다. 다른 이슈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의 제작소여야 할 대선국면에서 새로운 의제가 사라진 것은 현재의 대선국면을 관통하고 있는 노무현 프레임 때문이다.

노무현 프레임은 안타깝게도 전근대적 프레임이다. 한 개인을 중심에 두는 정치적 권위주의질서다. 3김 보스정치의 또 다른 형태다. 3김 권위주의가 적대적 공존 틀과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보스정치라면 노무현 프레임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정책중심의 정치구도, 정당구도, 선거구도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교착상태가 빚어낸 또 다른 형태의 1인 권위주의체제다.

물론 노무현 프레임은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그를 둘러싼 제 세력의 권력획득과정의 구태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프레임이다. 지역주의 극복에 대한 지역주의 세력의 저항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다. 경제성장에 이어 사회성장으로 나가려는 과정에 나타난 경제성장세력의 저항과 ‘딴지’가 만든 프레임이다.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에 대한 안티세력들의 준동이 만든 프레임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을 끊임없이 자기중심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노무현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노무현정부의 비성공(공과가 있는 정부다)적 측면이 만들어내고 연장되는 프레임이다. 노무현정부의 정책지향의 취지와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동원(사회적 역량동원)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원내과반정당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장악하는 과정에서 아마추어적 미숙을 드러냈다.

신행정수도이전 실패가 그렇고 부동산가격 안정책이 전제되지 않은 균형발전전략이 그렇다. 부안핵폐기장 강행이 그렇고 한미FTA의 국내협상생략이 그러했다. 논의되지 않고 공감대가 없었던 대연정과 대북송금특검서명은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등 돌려놓았다. 구태세력이 재생할 공간을 열어둔 격이다.

실제로 상기 정책들의 성공적 수행과 그를 위한 폭넓은 공감대형성, 그리고 여론장악에서의 성공이 이뤄졌더라면 지금쯤 범 친노세력은 정책노선중심의 범개혁세력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을 수 있었다. 범친노세력이 범보수연합인 한나라당을 대항하는 범개혁세력으로서 자연스럽게 지역주의를 극복하면서 정책노선중심의 정치구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의 절반의 성공과 실패는 의도하지 않게 개인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친노와 반노, 그리고 비노가 그것이다. 노무현을 중심으로 각자 세력화가 진행되고 있다. 범개혁세력이 분열하고 말았다. 친 노무현과 반 노무현, 그리고 비 노무현세력이 그것이다. 유비와 조조, 손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연개소문과 김유신과 의자왕이 환생하고 있다. 김종필과 김영삼과 김대중이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목도하고 있는 현상들을 필연화 시킨다. 자신들끼리 난타전을 벌여야 할 한나라당의 검증국면에서 느닷없이 노무현을 끌어들이고 있다. 청와대가 이명박 씨의 한반도운하를 폄훼하기 위해 정부기관을 동원했다는 구실이지만 사실은 반노의 대척점에 자신을 자리매김함으로써 검증공세를 벗어나겠다는 이명박 진영의 구도 만들기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가 하면 범여권의 대통합과정에서도 노무현 프레임은 여지없이 작동하고 있다. 친노와 비노세력이 통합의 주도권을 가지고 다투고 있다. 친노를 배제해야 한다는 배제론적 통합론이 있는가 하면 배제론을 말하는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역배제론도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비한나라연합이라면 모두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하는 거중조정파도 있다. 모두가 노무현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논란이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당위적으로 말하는 정책노선중심의 구도잡기는 없다.

물리적 속성상 6~7월을 지나면서 범여권의 통합흐름은 큰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래야 오픈프라이머리든 뭐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약하는 범여권 후보의 출현과 한나라당 후보의 확정이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2007년 대선과정이 새로운 시대정신과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게 하려면 이제는 친노와 비노, 그리고 반노가 아니라 비전과 노선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해야 한다. 장사하는 상인들 간의 목 좋은 자리싸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이란 상품을 내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경쟁하고 검증하다가도 불리하다 싶으면 손쉽게 몰입하는 노무현 프레임이 더 이상 흡인력강한 블랙홀이 되어선 안된다.

친노라고 말해야 지지기반이 생기는 친노 후보들의 제자리 걸음식 대선출마선언은 감동이 없다. 반노나 비노라고 말해야 자기 지지기반이 생긴다고 여기는 후보들의 비전은 더 볼 것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평가가 억울하다고 해서 논란을 벌이든 말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선관위와 입씨름하든 말든, 새로운 시대정신의 담지자는 그 시대정신의 알맹이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알맹이들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며 새로운 한국비전이 대선국면의 핵심의제가 되게 해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정책비전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드는 의제 틀거리, 대선의제를 먼저 제안하고 그 논란 틀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만들어가는 주자와 세력이 이번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끝내 승리할 것이다.

전진하는 국가와 국민은 항상 전진하는 의제설정과 그 의제설정 시스템을 먼저 내놓은 세력에게 정권을 맡겨왔다. 이 점을 상기할 수 있다면 대선 세력들은 지금이라도 노무현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 플레이와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치장사도 하고 한국정치도 한걸음 더 앞으로 전진시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치권과 국민의 바람직한 상생 틀거리가 될 것이기에.
김석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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