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논란, 70%의 진실이 숨겨지고 있다"
<기고> 진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7가지 제안
[긴급기고] 진실을 닫고 있는 승자 없는 기자실 논란
언론개혁 과제 재점검과 언론의 자정 선행돼야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기자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격의 포문을 연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론 이에 맞서는 기자들도 진실을 외면하긴 매 한가지이다. 현재의 기자실 논란은 30%의 진실과 사실만이 있고 나머지 70%의 진실과 사실은 감춰져 있다. 논쟁의 주체들은 진실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말하고 싶은 진실과 이해만을 강변하고 있다. 보여주기 싫은 것은 말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번 기자실 논란과 관련 한국기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메이저 기자들 주장의 일부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결코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정부는 강제력을 발동해 법과 행정을 집행하지만 기자들에게는 그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기자들은 취재거부나 헌법소원 등의 사후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와 기자가 정부 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고, 이를 행사하고 있다고 노무현 정부는 말하고 있다. 이 역시 부분적 사실일 뿐이다. 시대는 변했다. 지금은 노무현 집권 이전의 시대, ‘노풍’ 이전의 시대가 아니다. ‘노풍’도 지나간, 노무현 정부 집권 5년차의 시대이다. 메이저 언론, 이른바 ‘조중동’의 힘은 정부를 조종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이 아니다. 그들의 힘은 여론 시장에서 작용하는 여론권력, 언론권력의 힘이다. 여론시장에서 수구언론의 권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개혁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수구언론 때문에 정부가 제 할 일 못하고,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물 타기를 하고, 방해를 한다는 말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조중동의 말에 휘둘리는 공직자가 요즘도 있는가? 있다면 그건 노무현 정부가 제 집안 단속을 잘못한 것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브리핑, 국정브리핑 등 정부 매체를 동원해 수구언론과 싸우겠는가? 이해도 하지만 정부 스스로 언론임을 자처하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다.
반면 노무현 정부, 즉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는 지점이 있다. 지난 6.10항쟁 기념식에서의 연설 내용 중 수구언론에 관한 대목은 공감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 독재 권력과 결탁하고 이 나라를 오랜 세월 동안 암흑에 빠트렸던 언론은 여지껏 과거사에 대해서 공식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건 정부와 정치권이 언론의 불행한 과거사 청산을 외면했고, 기득권 언론이 이에 맞서고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수구 기득권 언론과 정치권력의 카르텔은 성공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인터넷 정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는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들의 힘 보태기가 컸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메이저 언론의 강물에 맞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서 이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은 성장하지 못했다. 메이저 수구언론들의 여론 시장 장악력은 결코 쇠퇴하지 않았다. 대신 포털의 권력화, 무가지 신문의 난립으로 오히려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 개혁적 언론들의 입지가 축소되거나 정체되었다.
정권 말기의 ‘기자실 개혁’은 너무나 때늦은 감이 있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고, 정부 관료들은 지시를 이행했다. 메이저 언론과 기자들의 저항은 예고되어 있었고, 이를 알고 있으면서 기자실, 브리핑 룸 통폐합 조치는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기자실 개혁 또는 언론개혁이라고 포장했지만, 메이저 언론과 기자들은 국민의 알권리 축소와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의 대립 국면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자실 논란은 승자가 있을 수 없다. 진실의 70%를 차단한 논쟁이 온 나라 안을 휘감고 있다. 기자실 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에게는 공직자들의 퇴행성과 관료적 마인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전혀 없다. 정부는 청와대나 총리실, 통일부 등에서 벌어진 관료들의 마이너매체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배제 행위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기득권 언론과의 유착은 공직자들이 주범이다. 그들 스스로 유착 관계를 근절하지 않고 메이저 언론 위주의 홍보 행위를 해 왔다.
반면 한국기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기자 진영 역시 기자단의 존재와 폐단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기자실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다. 등록기자 가운데 상주기자단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 여기에 해법이 있다.
국정홍보처 핵심 관계자는 ‘기사 송고석과 브리핑 룸을 통폐합하면 출입 기자단의 근거지가 없어지므로 마이너매체에 대한 차별적 행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할까?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지만, 의식은 끊임없이 존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배타적 출입기자단 문화를 형성한 이 사회의 언론 관행과 마인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자단의 문제는 여전히 벌어질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으로 잠시, 일시적으로 주춤할지 몰라도 메이저 언론은 뭉칠 것이며 메이저 기자들은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것이 아니라 가재도 놓치고 도랑도 엉망이 다시 될 것이다.
필자는 배타적 출입기자단의 자진해체를 다시금 촉구한다.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정부 부처에 대한 출입과 공평한 취재를 방해하고 배제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다.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간단하다. 청와대, 행정부 등 정부 부처에 등록된 모든 등록기자에게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팩스, 이메일, 문자서비스, 기자간담회, 오찬, 브리핑 등에 있어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많은 기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응대하느냐’하는 반문을 한다. 언제 기자들이 관리하고 응대해 달라고 했는가? 정부는 행정 서비스, 언론에 대한 서비스를 충실히 하고 원칙을 지키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고위 관료들을 보면, 훌륭한 공직자도 있지만 언론을 대하는 인식과 방법에 있어서 대다수는 ‘꽝’이다. 마이너 매체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획일적 기사’, ‘발로 뛰는 기사’ 운운한다. 언론 위에 또 하나의 언론권력이 생겨난 셈이다.
소모적이며 대립적인 현재의 기자실 논란은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공직자들의 대언론 마인드를 재점검해 유력 언론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홍보 관행을 전면 수술해야 한다. 모든 언론을 적으로 몰고 있는 전술도 바꾸어야 한다. 언론과 기자들도 중요 출입처를 근거지로 한 배타적인 상주 출입 기자단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실태 조사를 통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거나 자진 해체해야 한다.
생산적인 기자실 논쟁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정부와 언론진영에 제안한다.
첫째, 빠른 시일 안에 정부와 국회, 언론계(언론단체와 기자), 학계가 참여하는 정보공개법 개정 TFT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정보공개법 개정을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전가할 일이 아니다. 결국 법 개정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언론계가 학계 등과 기본 안을 만들고, 정부와 협의해 개정안을 합의 수정해 정치권에 개정을 요구하도록 하자. 대선 시기가 있지만 9월 국회에서 정치권 합의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가결시키도록 하자.
둘째, 정부는 기사 송고석과 브리핑 룸 통폐합을 유보해야 한다.
셋째, 언론사와 기자 역시 여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 부처 등 상주 기자단의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 과천 청사, 경찰청 등 주요 부처, 기관의 상주 기자단의 운영(풀단 구성과 취재, 출입기자단 위주의 기자간담회 등)을 일시 중단해 그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자. 이 방안은 개별 언론사와 기자들의 부처 출입과 기자실 이용, 취재 행위 지속과는 별개다.
넷째, 언론단체가 나서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6월말, 7월초 중으로 발표하자. 기자실 운영 실태 조사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차원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언론단체의 실태 조사에 정부와 기자단, 등록기자, 각 협회 등은 적극 응하도록 한다.
다섯째 언론계 스스로 언론개혁 과제를 재점검하는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 6월 중으로 범언론계 진영의 언론개혁 과제 점검 토론회를 열도록 하자. 여기서 정리된 방안을 정치권과 언론사, 기자단체, 정부 등에 전달해 언론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
여섯째,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대통령의 역할은 충분하다. 대통령은 기자실 논쟁을 계속 주도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언론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은 관계부처와 담당자에게 전권을 넘기고, 그들이 언론계와 시민사회, 정치권과 대화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대립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14일 TV토론회를 연기해야 한다. 청와대는 14일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기자협회 등도 토론회 전면 불참 방안을 거둬들여야 한다. 토론회는 20일 전후로 청와대와 언론계가 합의해 개최하도록 하자. 또한 토론회에서 논의할 주제와 내용에 대한 점검과 의견 조율을 위해 청와대와 언론계가 토론회 개최 이전에 사전 실무자 회의를 열도록 하자.
이번 기자실 논란과 관련 인터넷 상 일부 댓글을 보면 기자들은 파렴치범으로 전락했다. 기자들은 개혁에 저항하고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점심때면 어느 공무원이 사주는 무슨 밥을 먹을까 궁리하는 말종으로 그려지고 있다. 심지어 악마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TV토론회 회피와 관련, 토론 뒤 2차로 노래방 가고, 3차로 안마시술소 보내주면 토론회에 응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난도 게재되고 있다.
모 인터넷신문과 기자협회 사이트에서 기자들에 대한 적대감과 감정적인 매도와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기자사회, 기자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이는 과도한 비난이며 집단적 광기에 가깝다. 인터넷상 정치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운동을 펼쳐온 필자가 보기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맹목적 광기가 인터넷 댓글을 도배하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기자들이 연예인 같았으면 자살하고도 남겠다는 심정이 든다. 기자들에 대한 정제된 비판 글을 일부 네티즌들에게 요청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비난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간에 원인 제공의 책임이 기자사회에 있으므로 기자들의 철저한 자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기자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 정부와 기자사회 역시 70%의 진실을 덮고 30%의 진실만을 강변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전쟁 수준에 가까운 대립은 공공의 이익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정부의 일방적 강행 조치는 중단돼야 한다. 동시에 기자 사회의 대안 제시 부족한 저항도 재고돼야 한다. 그 첫 단추를 TV토론회 합의 개최를 통해서 풀어가자. 언론개혁을 위해서 정말 할 일이 많다. 열화우라늄탄 공개 등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 온 이시우 작가(기자)의 구속과 국가보안법 문제, 한미FTA협정의 진실, 포털의 언론권력화와 무가지의 범람으로 생계를 잃고 있는 지하철 신문 판매상들, 미흡한 정보공개법의 개정 등등.
정권 말기, 기자실 논란은 일부에서 보기엔 대단히 정략적이며 정치적인 통치행위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언론개혁의 화두를 던진 노무현 대통령의 진심은 믿고 싶다. 그러나 방법은 잘못됐다. 설움과 홀대를 받아온 마이너 기자도 동의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기자실 개혁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
‘언론개혁은 이 시대의 마지막 과제가 아니다.’ 언론개혁은 언론개혁 진영이 줄기차게 말해 왔듯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며 ‘개혁의 과정’일 뿐이다. 언제 역대 정부가 제대로 언론개혁을 한 적이 있는가? 정부 스스로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정보공개법, 탈법무가지 시장, 유력매체 우대 관행 등을 놓아두고서 외쳐대는 언론개혁은 공허하다. 언론개혁을 등한시해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언론개혁을 신격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론개혁 과제 재점검과 언론의 자정 선행돼야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기자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격의 포문을 연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론 이에 맞서는 기자들도 진실을 외면하긴 매 한가지이다. 현재의 기자실 논란은 30%의 진실과 사실만이 있고 나머지 70%의 진실과 사실은 감춰져 있다. 논쟁의 주체들은 진실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말하고 싶은 진실과 이해만을 강변하고 있다. 보여주기 싫은 것은 말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번 기자실 논란과 관련 한국기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메이저 기자들 주장의 일부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결코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정부는 강제력을 발동해 법과 행정을 집행하지만 기자들에게는 그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기자들은 취재거부나 헌법소원 등의 사후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와 기자가 정부 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고, 이를 행사하고 있다고 노무현 정부는 말하고 있다. 이 역시 부분적 사실일 뿐이다. 시대는 변했다. 지금은 노무현 집권 이전의 시대, ‘노풍’ 이전의 시대가 아니다. ‘노풍’도 지나간, 노무현 정부 집권 5년차의 시대이다. 메이저 언론, 이른바 ‘조중동’의 힘은 정부를 조종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이 아니다. 그들의 힘은 여론 시장에서 작용하는 여론권력, 언론권력의 힘이다. 여론시장에서 수구언론의 권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개혁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수구언론 때문에 정부가 제 할 일 못하고,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물 타기를 하고, 방해를 한다는 말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조중동의 말에 휘둘리는 공직자가 요즘도 있는가? 있다면 그건 노무현 정부가 제 집안 단속을 잘못한 것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브리핑, 국정브리핑 등 정부 매체를 동원해 수구언론과 싸우겠는가? 이해도 하지만 정부 스스로 언론임을 자처하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다.
반면 노무현 정부, 즉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는 지점이 있다. 지난 6.10항쟁 기념식에서의 연설 내용 중 수구언론에 관한 대목은 공감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 독재 권력과 결탁하고 이 나라를 오랜 세월 동안 암흑에 빠트렸던 언론은 여지껏 과거사에 대해서 공식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건 정부와 정치권이 언론의 불행한 과거사 청산을 외면했고, 기득권 언론이 이에 맞서고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수구 기득권 언론과 정치권력의 카르텔은 성공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인터넷 정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는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들의 힘 보태기가 컸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메이저 언론의 강물에 맞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서 이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은 성장하지 못했다. 메이저 수구언론들의 여론 시장 장악력은 결코 쇠퇴하지 않았다. 대신 포털의 권력화, 무가지 신문의 난립으로 오히려 작은 언론, 새로운 언론, 개혁적 언론들의 입지가 축소되거나 정체되었다.
정권 말기의 ‘기자실 개혁’은 너무나 때늦은 감이 있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고, 정부 관료들은 지시를 이행했다. 메이저 언론과 기자들의 저항은 예고되어 있었고, 이를 알고 있으면서 기자실, 브리핑 룸 통폐합 조치는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기자실 개혁 또는 언론개혁이라고 포장했지만, 메이저 언론과 기자들은 국민의 알권리 축소와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의 대립 국면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자실 논란은 승자가 있을 수 없다. 진실의 70%를 차단한 논쟁이 온 나라 안을 휘감고 있다. 기자실 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에게는 공직자들의 퇴행성과 관료적 마인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전혀 없다. 정부는 청와대나 총리실, 통일부 등에서 벌어진 관료들의 마이너매체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배제 행위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기득권 언론과의 유착은 공직자들이 주범이다. 그들 스스로 유착 관계를 근절하지 않고 메이저 언론 위주의 홍보 행위를 해 왔다.
반면 한국기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기자 진영 역시 기자단의 존재와 폐단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기자실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다. 등록기자 가운데 상주기자단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 여기에 해법이 있다.
국정홍보처 핵심 관계자는 ‘기사 송고석과 브리핑 룸을 통폐합하면 출입 기자단의 근거지가 없어지므로 마이너매체에 대한 차별적 행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할까?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지만, 의식은 끊임없이 존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배타적 출입기자단 문화를 형성한 이 사회의 언론 관행과 마인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자단의 문제는 여전히 벌어질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으로 잠시, 일시적으로 주춤할지 몰라도 메이저 언론은 뭉칠 것이며 메이저 기자들은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것이 아니라 가재도 놓치고 도랑도 엉망이 다시 될 것이다.
필자는 배타적 출입기자단의 자진해체를 다시금 촉구한다.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정부 부처에 대한 출입과 공평한 취재를 방해하고 배제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다.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간단하다. 청와대, 행정부 등 정부 부처에 등록된 모든 등록기자에게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팩스, 이메일, 문자서비스, 기자간담회, 오찬, 브리핑 등에 있어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많은 기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응대하느냐’하는 반문을 한다. 언제 기자들이 관리하고 응대해 달라고 했는가? 정부는 행정 서비스, 언론에 대한 서비스를 충실히 하고 원칙을 지키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고위 관료들을 보면, 훌륭한 공직자도 있지만 언론을 대하는 인식과 방법에 있어서 대다수는 ‘꽝’이다. 마이너 매체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획일적 기사’, ‘발로 뛰는 기사’ 운운한다. 언론 위에 또 하나의 언론권력이 생겨난 셈이다.
소모적이며 대립적인 현재의 기자실 논란은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공직자들의 대언론 마인드를 재점검해 유력 언론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홍보 관행을 전면 수술해야 한다. 모든 언론을 적으로 몰고 있는 전술도 바꾸어야 한다. 언론과 기자들도 중요 출입처를 근거지로 한 배타적인 상주 출입 기자단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실태 조사를 통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거나 자진 해체해야 한다.
생산적인 기자실 논쟁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정부와 언론진영에 제안한다.
첫째, 빠른 시일 안에 정부와 국회, 언론계(언론단체와 기자), 학계가 참여하는 정보공개법 개정 TFT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정보공개법 개정을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전가할 일이 아니다. 결국 법 개정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언론계가 학계 등과 기본 안을 만들고, 정부와 협의해 개정안을 합의 수정해 정치권에 개정을 요구하도록 하자. 대선 시기가 있지만 9월 국회에서 정치권 합의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가결시키도록 하자.
둘째, 정부는 기사 송고석과 브리핑 룸 통폐합을 유보해야 한다.
셋째, 언론사와 기자 역시 여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 부처 등 상주 기자단의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 과천 청사, 경찰청 등 주요 부처, 기관의 상주 기자단의 운영(풀단 구성과 취재, 출입기자단 위주의 기자간담회 등)을 일시 중단해 그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자. 이 방안은 개별 언론사와 기자들의 부처 출입과 기자실 이용, 취재 행위 지속과는 별개다.
넷째, 언론단체가 나서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6월말, 7월초 중으로 발표하자. 기자실 운영 실태 조사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차원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언론단체의 실태 조사에 정부와 기자단, 등록기자, 각 협회 등은 적극 응하도록 한다.
다섯째 언론계 스스로 언론개혁 과제를 재점검하는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 6월 중으로 범언론계 진영의 언론개혁 과제 점검 토론회를 열도록 하자. 여기서 정리된 방안을 정치권과 언론사, 기자단체, 정부 등에 전달해 언론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
여섯째,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논의의 물꼬를 튼 것으로 대통령의 역할은 충분하다. 대통령은 기자실 논쟁을 계속 주도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언론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은 관계부처와 담당자에게 전권을 넘기고, 그들이 언론계와 시민사회, 정치권과 대화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대립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14일 TV토론회를 연기해야 한다. 청와대는 14일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기자협회 등도 토론회 전면 불참 방안을 거둬들여야 한다. 토론회는 20일 전후로 청와대와 언론계가 합의해 개최하도록 하자. 또한 토론회에서 논의할 주제와 내용에 대한 점검과 의견 조율을 위해 청와대와 언론계가 토론회 개최 이전에 사전 실무자 회의를 열도록 하자.
이번 기자실 논란과 관련 인터넷 상 일부 댓글을 보면 기자들은 파렴치범으로 전락했다. 기자들은 개혁에 저항하고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점심때면 어느 공무원이 사주는 무슨 밥을 먹을까 궁리하는 말종으로 그려지고 있다. 심지어 악마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TV토론회 회피와 관련, 토론 뒤 2차로 노래방 가고, 3차로 안마시술소 보내주면 토론회에 응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난도 게재되고 있다.
모 인터넷신문과 기자협회 사이트에서 기자들에 대한 적대감과 감정적인 매도와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기자사회, 기자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이는 과도한 비난이며 집단적 광기에 가깝다. 인터넷상 정치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운동을 펼쳐온 필자가 보기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맹목적 광기가 인터넷 댓글을 도배하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기자들이 연예인 같았으면 자살하고도 남겠다는 심정이 든다. 기자들에 대한 정제된 비판 글을 일부 네티즌들에게 요청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비난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간에 원인 제공의 책임이 기자사회에 있으므로 기자들의 철저한 자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기자실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 정부와 기자사회 역시 70%의 진실을 덮고 30%의 진실만을 강변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전쟁 수준에 가까운 대립은 공공의 이익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정부의 일방적 강행 조치는 중단돼야 한다. 동시에 기자 사회의 대안 제시 부족한 저항도 재고돼야 한다. 그 첫 단추를 TV토론회 합의 개최를 통해서 풀어가자. 언론개혁을 위해서 정말 할 일이 많다. 열화우라늄탄 공개 등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 온 이시우 작가(기자)의 구속과 국가보안법 문제, 한미FTA협정의 진실, 포털의 언론권력화와 무가지의 범람으로 생계를 잃고 있는 지하철 신문 판매상들, 미흡한 정보공개법의 개정 등등.
정권 말기, 기자실 논란은 일부에서 보기엔 대단히 정략적이며 정치적인 통치행위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언론개혁의 화두를 던진 노무현 대통령의 진심은 믿고 싶다. 그러나 방법은 잘못됐다. 설움과 홀대를 받아온 마이너 기자도 동의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기자실 개혁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
‘언론개혁은 이 시대의 마지막 과제가 아니다.’ 언론개혁은 언론개혁 진영이 줄기차게 말해 왔듯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며 ‘개혁의 과정’일 뿐이다. 언제 역대 정부가 제대로 언론개혁을 한 적이 있는가? 정부 스스로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정보공개법, 탈법무가지 시장, 유력매체 우대 관행 등을 놓아두고서 외쳐대는 언론개혁은 공허하다. 언론개혁을 등한시해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언론개혁을 신격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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